[픽&톡] '물폭탄' 왜 특정지역에 집중됐나
충청·경북·전북권에 기록적 폭우 내려
기후변화·엘니뇨 현상 맞물려 증폭
폭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와 물난리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예년의 장마철과 달리 올해는 한반도를 기준으로 남쪽에서 막대한 수증기가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강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이날 현재까지 41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충북 13명을 비롯해 총 34명이다.
우리나라는 한 해 강수량이 대부분 여름철 6-8월에 집중된다. 6월 말 시작해 7월에 끝나는 장마철에 비구름대가 한반도 남북을 오르내리며 전국에 골고루 비를 뿌렸다. 절대적 강수량은 많아도 빗물이 빠져나갈 시간이 생겨 침수나 산사태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하지만 기후변화 여파로 한반도 강수 형태가 '분산형'에서 '집중형'으로 바뀌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6일 오후 4시까지 청주시 상당구에는 474.0㎜의 비가 내렸다. 평년 장마철 강수량보다도 37.5% 많은 비가 불과 사흘여 만에 내린 것이다. 충남 청양군 정산면에는 무려 570.5㎜, 공주시 금흥동 511㎜, 세종 새롬동 486㎜, 경북 문경시 동로면 485.5㎜, 전북 군산시 내흥동에도 480.3㎜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현재 대기 상층으론 북쪽에서 한랭건조한 공기가, 하층으론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공급되고 있다. 이 두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는 시점마다 비가 내리고 있다. 같은 양의 수증기라도 장마전선의 폭이 넓으면 약한 비를 고루 뿌리고, 폭이 좁으면 강한 비를 좁은 지역에 뿌린다. 충청·경북·전북권에 폭우가 집중된 것은 장마전선의 비구름대가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긴 '띠' 모양으로 밀도 높게 형성됐고, 장마전선이 느리게 움직이면서 전선 바로 아래 놓인 지역에만 폭우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강하게 형성된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의 통로는 다량의 수증기가 공급되는 '수증기 길'로 작용했다. 막대한 수증기가 장마전선과 만나 폭우로 돌변했다. 장마전선의 폭이 좁고 밀도가 높은 만큼 특정 지역에 '극한 강우'를 뿌리는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라는 기후 변화와 엘니뇨 영향이 동시에 맞물린 영향이라는 견해도 있다. 예년과 달리 한반도가 엘리뇨 영향권에 들면서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엘리뇨는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엘니뇨가 겹치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극단적으로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기본적으로 지구 표면 온도가 올라가 폭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덩달아 증발하는 바닷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진다. 그 결과 폭우 가능성도 함께 올라간다. 지구 온도가 올라갈수록 앞으로 '극한호우' 발생 빈도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극한호우는 기상청이 올해부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를 동시에 충족할 경우)에 사용한 용어로,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단적인 비'를 뜻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이 폭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난리다.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곳곳이 폭우로 인해 물난리를 겪고 있는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발생했다. 지난 16일 일본 북동부 아키타현 아키타시에서는 하루 만에 300㎜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도쿄도 등에서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졌다. 지난달 1일부터 우기가 시작된 인도에서는 폭우와 산사태가 이어져 600여 명이 숨졌다.
미국과 유럽은 이상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폭염은 상공에 뜨거운 공기가 갇히는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지난 15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수은주는 48도를 찍었다.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는 54도였다.
남유럽과 동유럽도 폭염 비상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독일, 폴란드, 튀르키예와 발칸반도까지 등이 폭염으로 '극한적 기상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는 올해 들어 폭염과 가뭄 속에 900여 곳의 숲이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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