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유로화 내다판 중앙은행들...‘쩐의 전쟁’ 시작됐다

2023. 7. 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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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엔화·유로화 비중 감소
역대급 엔저·유럽 경기 부진 영향
통화정책 전환시점·경기회복 촉각

주요국 통화의 움직임이 긴박하다. 미국의 긴축 종료 기대감에 달러가 약화된 흐름을 보이면서, 각국 통화가 지지 받기 시작했다. 유독 달러가 주춤할 때도 상대적 약세를 보이던 엔화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신호에 반등에 나섰고, 유로화 역시 1년래 최고치로 올라섰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얼마전까지 각국 중앙은행이 엔·유로화를 외환보유고에서 내다 팔면서 이들 통화가 달러 힘이 약해져도 고개를 들지 못했던 데다 미국의 긴축 종료를 확신하기에는 불확실한 지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전환(피봇·pivot) 시점과 경기 회복 흐름을 둘러싸고 외환시장이 급박히 돌아가면서, 각국의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주요 중앙은행, 2021년 이후 엔·유로 대거 매각=1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엔화와 유로화 비중은 각각 5.47%, 19.77%로 지난해 4분기 대비 0.03%포인트, 0.6%포인트 감소했다.

파운드화(4.85%)와 위안화(2.58%) 또한 0.05%포인트, 0.03%포인트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화 비중은 0.44%포인트 증가했다. 이밖에 호주달러(1.98%·0.02%포인트), 캐나다달러(2.43%·0.05%포인트), 스위스프랑(0.25%·0.02%포인트)도 늘었다.

올해 1분기 4개 통화(엔·유로·파운드·위안) 비중이 소폭 줄었지만, 주요국 긴축이 시작된 2021년부터 통화별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엔화와 유로화의 감소 흐름이 눈에 띈다.

엔화의 경우 2021년 1분기 5.85% 수준이었지만 점차 비중이 줄어 2022년 1분기 5.15%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말(5.5%)까지 비중이 늘어나는 듯 했지만 다시 줄었다. 같은 기간 유로화도 20.5%에서 지난해 1분기 19.99%로 줄었다가 4분기 20.37%로 반등한 후 올해 1분기 19.77%로 엔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환율 변동과 단기 국채 수익률을 조정한 IMF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1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인 926억 달러(약 13조 3900억 엔) 상당의 유로화 자산을 매각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파운드화 증권 매각액의 약 6배에 해당한다.

▶엔화·유로화 왜 내다 팔았나?= 중앙은행들은 각국 경제 지표와 경기 흐름을 고려해 비중을 결정한다. 통화 흐름만 살펴보기 보다는 성장 움직임도 살펴본단 얘기다.

엔화는 일본이 장기 저성장 국면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본 중앙은행(BOJ)의 제로금리 정책도 매도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엔저가 극심해지자, 통화 완화정책 선회 신호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의 27일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를 앞두고 엔화는 힘을 받기 시작했으나, 외환시장 안팎에선 정책 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럽 경기 역시 불확실성이 높다. 유럽은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투자·소비 등 내수 위축으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해 이미 기술적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미국의 긴축 완화로 달러 약세론이 고개를 들면서 유로화의 상대적 강세 전망도 나온다. 17일 글로벌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는 99.95로 지난해 4월 100.39(종가 기준)를 기록한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 움직임 예측으로만 의사결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섣부른 추측은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각국 외환보유고서 유로화 매도에 나서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의 상승은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은 유로화 상승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미국보다 조금 더 길게 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통화 긴축이 더 길어질 수 있어 채권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광물 수출국인 호주와 캐나다 달러는 각국이 외환보유고에 차곡차곡 비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제 회복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올해 1월과 2월 수출액이 30%나 증가했다. 캐나다 또한 소매판매와 다른 경제 지표 등에서 초과 수요가 나타나 경기 과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그동안 달러 강세로 인해 원자재 수출국 통화가 약세를 보였다”며 “과도하게 하락했던 캐나다 달러·호주 달러가 미국 달러 약세로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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