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우크라의 크름반도 공격…휴양·요충지 흔들린 러시아
사키 공군 기지·세바스토폴 해군 기지 공격 잦아져
안락한 휴가지 역할 못하고 러군 방어 전략 어려움 초래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한 이래 러시아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으나 갈수록 심해지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인들이 더 이상 여름휴가를 보낼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흑해와 아조우해를 따라 이어진 모래사장들, 각종 별장과 해안가 리조트들, 산속의 트래킹 코스들, 역사 유적들로 가득한 크름반도는 러시아인들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휴양지였다.
특히 러시아가 합병한 이래 반러시아 정서가 팽배해진 유럽에서 휴가를 보내기 힘들어진 러시아인들로선 크름반도는 서방인들의 눈총을 의식하지 않고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러시아인들의 휴양지 역할 더 이상 못하게 돼
길이 20km에 달하는 크름대교(일명 케르치대교)가 17일 다시 폭파됐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다리는 2014년 크름을 합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7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를 투입해 건설한 핵심 기간시설이다. 자동차도로 4차선과 철로 2차선으로 건설된 크름대교는 러시아군의 중요 군사 보급로 역할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9일 하루 동안 크름반도 서해안에서 세 차례의 폭발이 있었다. 당시 공개된 동영상에는 노보페도리우카 해변에서 벌어진 혼란상이 드러났다. 해수욕을 즐기던 사람들은 인근 사키 공군기지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자 펼쳐둔 천막을 버리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크름반도의 도로들은 휴가를 중단하고 러시아로 돌아가려는 인파로 미어졌다.
사키 공군기지 폭발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단순 폭발이었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도 즉각적으로 공격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크름반도까지 확대됐다는 우려가 커졌다.
사키 공군기지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러시아의 발표는 동영상과는 배치된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사키 기지의 전투기 9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전쟁 발발 6개월 만에 러시아 공군이 입은 가장 큰 피해였다.
다음날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가 특수부대가 공격한 것이라고 WP에 밝혔고 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 지원하지 않은 무기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전략 요충
지난해 10월 29일엔 우크라이나군 드론 선박이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의 러시아 함정 3척을 파괴했다.
지난 3월 22일 세바스토폴의 페리선이 드론 선박 공격을 당한 뒤 현지 당국은 페리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어 4월24일 우크라이나 해군 드론선박이 세바스토폴 러시아군 흑해 함대 사령부를 공격했다.
크름반도는 면적이 약 2만7000 ㎢로 경상남북도를 합한 약 2만9000 ㎢보다 조금 작다. 인구는 약 240만 명이다. 러시아가 2014년 3월 점령한 뒤 합병 찬성률 96.77%로 조작된 주민투표를 거쳐 몇 주 뒤 합병을 선언했다.
크름반도는 국제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로 인정된다. 러시아의 합병을 승인한 나라는 몇 나라 되지 않는다.
크름반도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갈등의 현장이지만 오래도록 몽골과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다. 소련 시절 현지 주민의 과반수를 차지하던 이슬람 타타르족이 중앙아시아로 대거 강제 이주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름반도가 우크라이나에 속하게 된 것이 역사적 실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1954년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이 크름반도를 러시아 공화국에서 우크라이나 공화국으로 관할권을 넘겼다. 크름반도 주민들의 과반수가 러시아어를 사용했기에 실질적 의미가 없는 조치였다.
그런데 공산당이 붕괴되면서 크름반도의 위상이 애매해졌다.
1991년 러시아 연방 국가보안위원회(KGB)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는 크름반도에서 휴가중이었다. 이 쿠데타를 계기로 소련 연방이 해체됐다. 그해 우크라이나가 국민투표에서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결정하자 크름반도 자치 의회가 반발해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게 포기하기 힘든 전략 요충이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와 함께 독립했지만 러시아는 크름반도 세바스토폴항의 해군 기지를 계속 운영했다. 이 기지는 러시아 해군이 언제든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부동항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게 크름반도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발진기지이자 보급기지가 됐다.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 공격에서 큰 성과를 내면 전쟁은 크게 확산할 것이다. 친러 인사들은 사키 공군기지 공격에 발작적으로 반응했으나 우크라이나인들은 지난해 4월 러시아 기함 모스크바호 침몰에 맞먹는 큰 전과라고 기뻐했다.
러가 금지선 간주하는 크름반도 공격은 주요 확전 요인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크름반도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인들은 여름휴가를 보낼 곳이 부족해졌다. 지난달 크름반도 호텔비가 크게 떨어졌지만 예약률이 전쟁 전 19%에서 1년 뒤 3%로, 올해는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크름반도에 러시아 휴양객이 5만 명 이상 남아 있다. 이들 대부분이 직접 운전해 크름대교를 건너거나 최전선 바로 아래 지역을 통과해 돌아가야 할 형편이다.
러시아 소셜 미디어들이 크름대교를 대신해 귀국할 수 있는 경로로 우크라이나 남부 러시아군 점령지 멜리토폴, 베르댠스크, 마리우폴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곳을 통과하는 것이 안전할 지에 대해 당사자들은 우려가 크다. 한 여행자가 “이 길은 폭격당하지 않나요?”라고 물었고 크름반도와 맞닿은 러시아 지역 크라스노다르 출신의 여행자 2명은 우크라이나군이 한 시간만 늦게 공격해도 크름대교를 통해 돌아올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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