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늪 中경제 ‘최악 성적표’

2023. 7. 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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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갈등에 2분기 GDP 성장률 6.3% 그쳐
서방기업 감시로 대중투자 ↓·청년실업률 ↑
中과 국력 격차 벌린 美 “제재 유지” 시사
중국의 한 노동자가 17일(현지시간) 산둥성 칭저우시의 한 장비 제조 업체에서 용접을 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2분기에도 소비, 투자, 고용 등 각종 지표에서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며 성장률에서도 전망치를 밑돌았다. [신화]

코로나19 봉쇄를 풀고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나섰음에도 중국이 지난 2분기 충격적인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인구 구조 변화 등 내재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결국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따른 출혈이 경제 위기를 야기했다는 평가다. 미국은 제재를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려는 시도가 성공 조짐을 보이자 표정관리에 나섰다.

지난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상반기 경제 성적표는 중국 경제가 처한 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3%로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전망치(7.3%)를 밑돌았다. 전분기 대비로는 0.8% 성장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2분기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봉쇄로 0.4% 성장한 만큼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를 기록해 한달 만에 또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 최대 쇼핑 축제 중 하나인 ‘6·18 행사’에도 불구하고 6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3.1% 증가하는데 그쳤다.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무역분쟁과 공급망 재편이 중국 교역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된 점이 뼈아팠다. 3~4월 호실적을 보였던 중국 수출은 5월과 6월 각각 8%, 12% 감소했다. 특히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부진했다.

미국의 상품 수입국 부동의 1위였던 중국은 올해 상반기 멕시코에 그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1~5월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은 1690억달러로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4%였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 하락해 19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특히 대중 무역 분쟁의 중심에 놓였던 반도체 수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중국의 빈자리는 멕시코와 캐나다 등 미국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이 차지했다. 미국이 추진한 ‘프렌드쇼어링(우호국으로의 공급망 재편)’, ‘니어쇼어링(인근 국가로의 공급망 재편)’ 정책의 결과다.

중국 경제를 괴롭히는 지정학적 갈등은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대EU 수출은 전년 대비 14.2%나 감소했으며 독일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는 새로운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뒷받침할 돈줄도 말라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대중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억달러(약 25조원)으로 전년 동기 1000억달러(약 127조원)의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는 시진핑 정부가 국가 이익을 지키겠다는 명분 아래 반간첩법 시행하며 서방 기업을 감시하는 등 정치적 리스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외국계 컨설팅 기업을 급습 해 관련 자료를 압수하는 등 실제 탄압이 현실화되자 서방 기업들은 대중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쓰촨성 청두의 한 무역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 유럽에서 투자를 꾸준히 유치해 왔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양해각서에 한번도 서명을 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미국에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하라며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진준다 중국사회과학원 조교수는 차이나데일리 기고에서 “지난해에만 미국 재무부가 부과한 제재 건수가 2200건을 넘어섰다”며 “일방적인 안보 조치는 국제 경제 활동의 질서를 교란하고 타국의 이익을 해치며 서방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부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작 미국은 제재 효과를 반기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 중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 측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시기 부과된 고율 관세를 철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에 파급 효과가 있겠지만 미국의 경기침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세를 동원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높은 관세 정책을 승계해 지금도 총 3700억달러의 중국 상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제 둔화가 인플레이션에 맞서고 있는 미국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미국과 같은 외국에 대한 수출가격 하락을 의미하고 이는 미국내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정부에 추가적인 대중 수출통제 조치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등 중국과의 거리두기가 미국 기업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은 변수다.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해외 투자 제한은 좁게 표적화될 것이고 투자 환경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중 제재가 계속 될 것임을 시사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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