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치즈마을로 워킹홀리데이 떠납니다”

정남진 시니어 소셜미디어 마케터 2023. 7. 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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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기]<7>
■정남진 시니어 소셜미디어 마케터
일하고, 즐길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디지털 기기 활용, 어디서든 일 가능
[서울경제]
이미지=최정문

디지털 세상은 늘 우연과 마주침의 연속이다. 아직 장마가 시작되지 않았던 6월 어느 날 ‘2023 농어촌 워킹홀리데이 in 전북’ 참가자 모집공고와 마주쳤다.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라는 말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워킹(Working)과 홀리데이(Holiday), 그러니까 농어촌 지역에서 일도 하고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전라북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시니어를 위한 단기 일자리 기획이었다. 참가 자격 조건을 살펴봤다. 조건이라. 이럴 때 시니어는 습관처럼 나이 제한을 들여 보게 된다. 휴, 겨우 턱걸이를 했다.

올 여름 머물고 싶은 곳을 발견하다

올해 대상 지역은 전북 정읍과 임실, 2곳이다. 해당 직무를 살펴보니, 여행 콘텐츠 발굴·개발과 온라인(SNS) 마케팅, 마을공간 컨설팅, 홈페이지 운영, 제품디자인 업무다. 이 중에서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 지원해 보기로 했다. 다음은 사업체 선택하기. 체험휴양마을과 영농조합법인, 다슬기 마을, 공예품 만드는 곳, 지역 식품 사업체, 콘텐츠 협동조합 등 쭉 훑다 보니 눈길이 머무는 업체 한 곳이 등장했다. ‘임실치즈마을’. 바로 이곳, 여기에 지원해 보고 싶었다. 올 여름 휴가는 이곳에 머물며 일도 하고, 주변 관광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봤다. 아, 참 좋을 것 같다.

지원서를 쓰는 즐거움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 나이에도 어딘가에 지원서를 쓰는 일은 호기심이 넘치는 일이다. 시니어는 경력과 스펙이 넘친다. 그래서 지원서의 칸이 길어지고 자칫 초점을 잃기 쉽다. 비결은 자랑과 과시는 과감히 줄이고 지원 취지에 맞는 스펙만 쿨하게 골라내는 것. 가급적 농어촌 워킹홀리데이 업무에 적합한 스펙 위주로 선별했다. 꼭 참가해 보고 싶다는 열의와 함께. 며칠 후 서류 합격 통지를 받았다. 1차 관문은 통과했다. 다음은 이틀 간의 교육 참여와 매칭 인터뷰. 교육은 정읍과 임실 지역 소개와 참가하는 현지 사업체 소개 등으로 진행됐고 이어 1주일 후 매칭 인터뷰가 열렸다.

면접은 시니어도 긴장한다

현지 사업체와 지원자 간의 매칭을 위해 열리는 인터뷰 즉, 최종 면접이다. 사업체도, 지원자도 서로를 1순위 대상으로 지정하면 매칭이 성사된다. 면접 테이블에 앉아 상대를 마주하는 일은 시니어에게도 여전히 긴장되는 순간이다. 각 지원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20분. 이 짧은 시간 안에 지원자로서의 ‘나’를 인상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Q) 지원하게 된 동기는 뭘까요?

“벨기에 분이셨죠? 故(고) 지정환 신부님이 유럽의 치즈기술을 전수해 임실치즈마을을 일으키는 데 앞장섰다는 이야기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임실 마을의 정취와 함께 그 분의 발자취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Q)SNS 마케팅에서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스토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소소한 스토리를 잘 발굴하면 좋지요.”

Q)스토리를 잘 표현하려면 어떤 비결이 있을까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 짧은 문장 한 줄에도 사람들이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야기 전달)을 잘하면 좋지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조용히 상상에 잠겨본다. 임실치즈마을엔 얼마나 멋진 스토리들이 숨어 있을까. 그 스토리들을 발굴해 디지털 감성과 디지털 언어로 표현해 본다면 또 어떤 모습일까.

‘매칭을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최종 선정결과를 통보받는 날이다. ‘띠릭~’ 문자가 뜬다. “매칭을 축하드립니다” 합격이다.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합격 통지를 받아 봤지만, 어쩐지 이번 워킹홀리데이 합격 통지는 느낌이 더 새롭고, 흐뭇하다. 워킹홀리데이 출발 이틀 전. 오랜만에 기차표를 예약해 본다. 서울 용산역에서 전북 임실역까지, 무궁화호다. 첫차는 5시 45분. 새벽 기차를 타보는 게 얼마 만인가. 잠시 아련한 추억에 잠겨 본다. 예약 사이트에서 티켓을 내려받아 스마트폰 앱에 저장하고 나니 더욱 실감이 난다. 이제 정말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되나 보다.

나는 디지털 노마드다

아직은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다. 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리고 짐을 늘 가볍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디지털로 전환해 가는’ 시니어 노마드다. 몸에 지니는 연장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이면 된다. 세상 어느 곳이든 인터넷 망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클라우드(Cloud·컴퓨터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중앙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 서비스가 원활하게 연결되는 곳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디지털 인프라가 분에 넘치도록 깔려 있다. 언제든, 어떤 장소이든, 누구든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기에 참 좋은 세상이다. 올 여름 워킹홀리데이가 더욱 유쾌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디지털 세상’ 덕분이 아닐까 싶다. 조용히 속삭여 본다. 고마워요, 디지털!

정남진 시니어 소셜미디어 마케터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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