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할게” “스팔 좀”…정치인 인기인 ‘스레드’, 사용은 양날의 검?
이준석·김동연, 지지자들에게 반말하며 적극 활용
알고리즘으로 ‘필터링’ 당할 수도
사용자의 정치적 ‘확증편향’강화 가능성도 제기
수정 기능 없어 ‘조만대장경’ 같은 ‘흑역사’ 될 수도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가 출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가 여의도 정치인들 사이에서 새 대화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인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기존 SNS를 정치적 의견과 정책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활용해 왔는데, 트렌드에 발 빠른 몇몇 정치인들이 새 SNS를 빠르게 활용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스레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다. 지난 14일 기준 이 전 대표는 팔로워 1만3000명을 달성했고 김 지사는 팔로워 7234명을 보유 중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소개 글에 “여기는 페북과 인스타랑 다르게 반말로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 할 거다”라고 적었다. 지난 8일 스레드에 가입한 이 전 대표는 하루 평균 9개에서 10개의 게시글을 올리며 활발하게 지지자들과 소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주로 올리는 내용은 정치적인 견해보다는 개인 일상에 가깝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에는 “시간이 떠서 나만의 공유 오피스에 왔다”며 PC방에 간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연배가 있는 정치인 중 스레드에서 선방하고 있는 인물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지난 8일 스레드에 가입한 김 지사는 “반말로 질문해 주시면 답글을 달아보겠다”며 지지자들과 소통을 나눴다. 또 지난 11일 올린 게시글에 한 2000년생 경기도민이 반말로 댓글을 남기자 같이 반말로 “오늘도 힘내고~ 나 57년생 도지사 김동연”이라고 남긴 것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경준·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스레드 계정을 생성해 글을 올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스레드를 시작했지만 아직 첫 글은 올리지 않은 상태다. 정당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만 유일하게 공식 계정을 만들었다.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한 스레드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올리는 트위터의 대항마로 출시된 만큼 짧은 일상 글을 올리기에 적합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공유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과 연동돼 있다. 기존 페이스북이 정치적 견해와 정책 홍보에 집중된 SNS, 트위터가 극단적인 정치 팬덤의 장이 됐다면 스레드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통한 친근한 이미지를 노출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스레드가 트위터처럼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는 의견이 갈린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스레드에서 “스레드는 정치 뉴스를 장려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정치적 콘텐츠가 적극적으로 올라오는 경쟁사 트위터를 언급하며 “트위터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디지털미디어 전문가인 강정수 박사는 YTN 라디오에서 “정치인들이 스레드에서 예를 들어 논쟁적인 글을 썼는데 이에 대해 사람들이 비방하는 글을 쓰게 되면 (스레드가) 이 전체 글을 (사람들에게) 공유를 안 시킨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스스로 실망할 수 있다”고 했다. 스레드가 알고리즘에 의해 관리되는 만큼, 정치적인 논쟁이 불거지면 아예 해당 글 자체가 ‘필터링’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강 박사는 “스레드에서 항상 즐거운 이야기, 항상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이야기들만 해야 한다면 정치적 인플루언서들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의 글만 지속 노출돼 확증 편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새 SNS인 스레드에서 사용자가 정제된 글을 받아들이고 가짜뉴스 등을 가려내야 하는데 현재로선 어렵다. 이는 기술적 발전이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했다.
아울러 스레드는 한 번 올린 게시글을 수정할 수 없고 삭제만 가능하다. 게시글을 삭제하더라도 팔로워가 많으면 해당 게시글이 ‘캡처’돼 공유될 가능성도 크다. 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SNS에 올린 방대한 양의 글을 의미하는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처럼 정치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스레드를 통해 “지금 홍준표·오세훈 시장도 계정 만든 뒤에 컨셉 잡느라 묵언수행 중”이라며 국민의힘 소속 보좌진을 향해 “아마 여러분 영감님(국회의원)이 요즘 ‘야 이준석이가 스레드인가 뭔가 한다는데 우리도 해보자’ 이래서 눈팅하며 고민 중이라면 ‘(국회의원에게) 안 돼 오히려 하다가 사고 쳐’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라”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은 소통을 강조하다 보니 SNS는 국민과 소통하는 좋은 창구가 될 수 있지만 말실수로 제 발목을 잡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스레드의 경우 수정도 되지 않아 유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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