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기구 설치하고 징벌손배하면 누누티비 잡을 수 있을까

금준경 기자 2023. 7. 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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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의원, 불법정보 특위 설치·징벌적 손배 법안 발의
별도 위원회 구성 적절한지 쟁점… 권한 과잉 우려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유사 사이트가 계속 운영되는 가운데 규제 법안들이 발의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캐시서버를 운영하는 업체 규제 법안을 내놓은 데 이어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과 '특별기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누누티비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주요 방송사의 콘텐츠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주요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해 논란이 됐다. 누누티비 및 유사 사이트들은 국내에 캐시서버(복사된 서버)를 두는 방식으로 우회하고 있어 도메인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심의가 이뤄져도 대체 사이트를 계속 만들었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상 불법정보 및 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법'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산하에 불법정보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 영상물 불법 제공 사이트인 누누티비 홈페이지 갈무리

불법정보특위는 불법정보 모니터링과 관계기관 공조 업무를 맡는다. 불법정보특위는 온라인 공간 속 정보가 불법정보에 해당할 경우 방통위에 사업자 또는 게시판 관리 및 운영자에게 처리 거부, 정지, 제한 등을 명령할 것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누누티비와 같은 사이트가 온라인 불법도박 배너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점에 착안해 불법 광고 등에 쓰인 전화번호 등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기통신 역무제공 중지요청하는 권한도 부여했다. 이 외에도 온라인 도박 관련 정보제공과 알선 및 이용계좌에 대한 확인 및 조사, 수사기관 통보 및 불법수익 이용계좌로 의심되는 경우 해당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주 2회 통신심의를 통해 누누티비 등 저작권 위반 정보를 심의하고 있지만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점과 관계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특히 수사와 처벌이 힘든 상황에서 수익원인 불법도박 광고를 겨냥한 조치를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누누티비가 불법사이트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막대한 수익원, 불법도박 광고에 대해서도 부당이익 환수 등의 강력한 제재가 시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특위 구성에 따른 우려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저작권 위반 등 불법·유해정보 심의를 맡고 있어 권한이 중복되는 면이 있다. 이는 단순히 '중복규제' 우려뿐 아니라 행정부처인 방통위가 아닌 민간기구인 방통심의위를 통한 독립적 심의를 하게 한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불법정보 차단 등의 규제는 현재 방통심의위, 방통위의 권한으로도 가능하고,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형사 책임이나 불법 수익의 환수도 현행 형사법으로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다”며 “방통위 산하에 행정기관, 정부기관을 설치하고 불법정보 유통 사건과 관련해 추가적인 조사권이나 지급정지 조치 요구권과 같은 일종의 사법적 권한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그대로 하게 된다. 기존 심의가 한박자씩 늦고 수사 의뢰가 직접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면이 있어 방통위 설치법상 구성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로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안은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는데 법안을 적용할 경우 입법취지를 벗어나 과도한 권한을 가진 기구가 될 우려도 있다.

▲ 누누티비 유사 사이트 연결화면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에는 저작권 위반, 불법도박, 마약 관련 게시글 외에도 명예훼손과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 등이 포함된다. 법안이 그대로 도입될 경우 방통위 산하 위원회에서 정부와 정치인을 향한 명예훼손 글과 국가보안법 관련 게시물까지 정부가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마련될 수 있다. 손지원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유통의 경우에도 정부가 조사권, 조치권을 남용해서 반정부적 여론을 탄압할수도 있다”고 했다.

박완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리목적으로 고의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특허법'에서 영리 목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는 점을 참고했다.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20여개 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에서도 중대 손해 발생시 제작사(자동차업체)가 손해액의 5배 이내에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누누티비와 같은 범죄를 적발하고 범인을 검거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근본적으로 모두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 한계”라며 “그렇지만 이를 어느 정도 억제하기 위한 측면에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고 처벌규정을 강좌하는 건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업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누티비 문제 대응 차원에서 CDN사업자(Contents Delivery Network)가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할 경우, '접속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방통심의위의 '접속차단' 조치가 복제된 캐시서버에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이다. 해외에 서버를 둔 서비스는 국내 접속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 복제된 서버(캐시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이용자는 원 서버가 아닌 캐시서버에 접속하게 된다. 문제는 캐시서버를 관리하는 CDN사업자에 대해선 방통심의위가 접속차단을 요구하기 어렵다.

다만 통신심의 자체가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든 방식의 규제인데 대상을 확대하는 건 과잉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 법안을 가리켜 “행정편의주의에 가깝고, 국내 벤처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과잉 규제'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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