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1+1=2’도 배우지 않는다?

이종태 기자 2023. 7. 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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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이자,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비판적인 인플루언서로 살아가고 있는 박연미씨.ⓒEPA

‘북한이탈주민’으로 지금은 미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이자,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비판적인 인플루언서로 살아가고 있는 박연미씨를,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7월16일)가 강하게 비판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에 대한 박연미씨의 이야기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그가 털어놓았던 북한에서의 성장 경험을 거론했다. 박씨는 2010년대 초반 채널A의 예능 프로그램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하 ‘갑니다’)에 출연해서 부친이 노동당 당원으로 자신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의 패리스 힐튼’이란 별명도 얻었다. 당시 유명세 덕분에 박씨는 2014년에 아일랜드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이하 ‘회의’)에 나가 북한 인권 유린의 심각성을 호소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회고록인 ‘살기 위해〈In Order to Live〉’(2015년)를 출간하면서 세계적 인플루언서로 부상한다.

그런데 ‘갑니다’와 ‘회의’ 이후의 박연미씨 이야기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갑니다’에서는 북한에서 상위 1%의 삶을 누렸으며 굶주림이나 영양실조를 전혀 겪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회의’ 이후의 박씨는 ‘생존하기 위해 풀과 잠자리를 먹었으며 북한을 떠나기 전엔 달걀이나 실내 화장실을 접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썼다. 박씨는 이에 대해 책에서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한국 방송에서 말하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오스트레일리아 기자가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2014년 10월)에 기고한 글도 소개했다. 이 기고문에 따르면, 박연미씨의 ‘경기장 처형’ 목격담은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과 상반된다. 탈북 경로에 대해서도 박씨 스스로 2014년엔 ‘가족 모두가 차량을 이용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가 ‘회의’ 연설에선 ‘본인과 모친만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씨는 〈디플로맷〉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은 것은 ‘미숙한 영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정일 초상화 청소하지 않으면 사형?

지난 수년 동안 박연미씨는 주로 미국의 보수 성향 팟캐스트나 방송에 출연해 북한 주민들은 세계지도를 볼 수 없으며 ‘1+1=2’ 같은 기본적인 산수도 배우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외에도 북한에선 집단주의 때문에 ‘나’란 단어가 없다거나(‘나’ 대신 ‘우리’를 쓴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일가에 대한 숭배를 제외하면 ‘사랑’이란 개념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를 통해 반박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세계지도나 산수가 버젓이 포함되어 있고, ‘나’ 대신 ‘우리’를 사용하는 경우는 한국어 특유의 수사법 때문이라는 것이다(예컨대 ‘내 가족’보다 ‘우리 가족’이란 표현). 북한 주민들이 ‘사랑’이란 개념도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란코프 교수와 다른 한국 전문가들이 비웃었다”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썼다.

박연미씨는 또한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초상화 액자를 청소하지 않았다는 죄로 처형당하고 그 가족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반복해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란코프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자기비판’을 해야 하는데, 뭔가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김일성 부자 초상화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 같은 ‘경미한 범죄’를 고백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김정일의 초상화가 먼지투성이라는 이유로 처형당할 수 있다는 박씨의 주장은, ‘미국인이 과속 딱지를 끊어도 처형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 있는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이 관심을 끄는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기록된 진실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북한의 참상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박씨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주장의 진위가 의심스러워지면 정작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오히려 덮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라고 썼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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