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때문에 생산성 낮아질 수 있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 2023. 7. 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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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초기 투자가 효용 넘는 '생산성 역설' 극복해

(지디넷코리아=한세희 과학전문기자)컴퓨터와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 없는 현대의 삶은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컴퓨터가 막 도입되던 1970년대에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비는 많이 든 반면, 적절한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낮아지는 일이 벌어졌다.

컴퓨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양자 컴퓨터 역시 초기에 이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퀀텀 개발 랩의 저온 유지 장치(cryostat)

챈더 벨루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와 파티로 푸트라 인도네시아 반둥과학기술원 교수는 17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평 기고에서 원활한 양자 컴퓨터 도입을 위해 ▲중요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통해 가치를 보이라 ▲공통의 언어와 이해를 구축하라 ▲안전한 양자 인터넷을 구축하라라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0'과 '1'의 두 상태를 각각 나타내는 비트를 기반으로 연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중첩과 얽힘 상태를 이용한 큐비트로 여러 상태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약 후보 물질이나 신소재 개발을 위한 시뮬레이션이나 주식 및 외환 시장 예측 등 특정한 문제는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수많은 가능성과 변수를 고려하며 복잡한 현상을 예측하는 데 적절하다.

기존 인터넷의 보안 기술을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있어 세계 각국이 전략적으로 양자과학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들도 양자 컴퓨터의 효과적 활용이 경쟁 우위로 이어질 것이라며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표준적 기술이나 성공적 활용 사례들은 나오지 않았다.

양자 컴퓨터 도입 초기 생산성 도리어 떨어질 수 있어 

이는 1970년대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업무에 도입되기 시작하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1976년부터 1990년까지 약 15년 동안 미국 경제의 생산성은 도리어 떨어지는 '생산성 역설' 현상이 일어났다. 이 시기 연간 투입 대비 창출된 부가가치 성장률은 1.28%로 직전 15년의 2.04%에 비해 0.76%포인트 떨어졌다. 이후 1991-2005년 기간 동안 생산성 증가율은 2.06%로 회복됐다.

이는 컴퓨터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진행된 반면, 이들 기술을 핵심 역량 강화나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학습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마트 같은 기업이 사업 기획과 예측, 재고 관리 등을 전산화하는데 10년 이상의 투자가 필요했다.

컴퓨터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역설 (자료=The Conference Board Total Economy Database, 네이처)

벨루와 푸트라 교수는 양자 컴퓨터를 도입할 때엔 이런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양자 컴퓨터를 기존 시스템과 통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경영자나 엔지니어들이 양자 컴퓨팅 이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기존 디지털 보안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양자 컴퓨터 도입이 과거 디지털 컴퓨터 도입보다 생산성 증가 속도를 50% 낮춘다고 가정할 때, 향후 15년 간 1인당 국내총생산에서 1만 3천 달러 손실을 불러올 것으로 이들은 추정했다. 이는 미국에서 연간 3천 100억 달러가 손실이 나는 것과 같다.

연구진은 양자 컴퓨터 도입 부담을 낮추고 사회에 편익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 3가지를 제안했다.

1. 중요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통해 가치를 보이라

양자 컴퓨터는 여러 센서들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재해를 예방하거나, 금융 시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모델링해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활용될 수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신소재 개발에도 쓰일 수 있다.

이렇게 주요한 비즈니스나 사회적 과제를 양자 컴퓨터로 해결하며 가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기존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 보고회'에서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하지만 개별 기업이 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시도를 하기는 어렵다.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초기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2. 공통의 언어로 이해를 넓히라

양자 과학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업무 현장의 기업인이나 기술자들이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업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또 양자 컴퓨터에 관한 표준적 언어가 없어 연구자나 경영자 간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개발자 간 소통을 돕기 위해 개발된 통합 모델링 언어(UML)가 양자 분야에도 필요할 수 있다. 공통의 템플릿이나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통과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3. 안전한 양자 인터넷을 구축하라

양자 컴퓨팅은 공개키 기술 기반의 기존 인터넷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안전한 보안 기술이나 양자 암호를 적용하기 위한 비용이 생길 수 있다. 국가 안보 등의 이유로 양자 컴퓨팅 기술의 국제 교류가 제한되어 양자 기술의 발달이 더뎌질 수도 있다.

안전한 양자 인터넷을 구축함으로써 보안에 대한 위협을 덜 수 있다고 두 교수는 제안한다. 이는 인터넷 등장에 못지 않은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이들은 예상했다. 사용자 데이터나 기밀 정보는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클라우드 방식으로 양자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hah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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