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시리즈 담화' 함의…"한·미 싫다"면서 '대화 조건'도 제시

구교운 기자 2023. 7. 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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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미국을 향해 연일 적개심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대화 조건을 제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부부장의 연이은 담화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의 40여년 만의 전개와 8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합동군사연습, 또 북한이 올해 대대적인 경축을 예고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27일)을 앞두고 정세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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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사이 4차례 담화…'현안 대응'하다 돌연 '비핵화 협상' 언급
"기존 협상안은 가역적" 주장…'새 카드' 제시 요구 풀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당 부부장.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미국을 향해 연일 적개심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대화 조건을 제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기존의 대화 방식 및 조건을 '완전히' 새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17일 열흘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총 4차례 담화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향한 강경한 메시지를 표출했다.

이중 지난 10일과 11일의 담화는 미군의 정찰기 활동에 대한 불만과 위협을 제기하고, 14일에 발표된 담화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반박하는 등 '현안 대응' 차원의 입장 표명이었다.

하지만 전날인 17일의 담화는 앞선 담화들과 다소 결이 달랐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 돌연 비핵화 협상을 언급하면서 장기간 중단된 '대화와 협상'을 주제로 올렸다.

김 부부장은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미가 서로에 대한 핵 사용 위협까지 주고받았던 2017년 당시의 정세보다 현재의 정세가 더 심각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확장억제 강화 행보 등으로 인해 현재 자신들을 향한 한미의 핵위협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논리에서 김 부부장은 "현재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적실한 방도는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 행사로 그들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핵무력강화를 포함한 국방력 강화 행보가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이같은 김 부부장의 주장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현재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 바뀌면 결국 대응 방식도 바뀔 수 있다는 논리로 볼 수 있다.

특히 그는 '협상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급도 내놨다. 김 부부장은 지난 2018년에 진행했던 비핵화 협상에서 자신들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핵폐기)를 원하는 미국이 정작 제시했던 협상안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잠정 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 '가역적'(언제들 바뀔 수 있는) 조건들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대화마당에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것들이란 모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 것뿐이라는 점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다"며 "가역적 성격을 띠는 공약을 믿고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을 당면한 이익과 바꿀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이는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위해서는 '체제의 안전'을 더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협상카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CVID만 주장하는 미국과 대화를 해봤자 시간낭비라는 항변을 통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자신들이 아니며 미국이 대화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의 연이은 담화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의 40여년 만의 전개와 8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합동군사연습, 또 북한이 올해 대대적인 경축을 예고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27일)을 앞두고 정세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이 각종 초강경 군사 행보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해 실질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요구 조건을 들고 나왔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최근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를 점차 완화하며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거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북한의 대외 사안을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의 연이은 입장이 연이어 발표되고, 메시지의 일면 변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을 면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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