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분당서울대, 인공와우 수술로 난청 환자 '정밀 치료' 박차

박정렬 기자 2023. 7. 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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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난청은 유전과 노화, 소음, 바이러스 감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어릴 때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언어 발달에도 문제가 생겨 학교, 직장 등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나이 들어서는 정보 습득량이 줄어 치매 등 인지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보청기로도 효과가 없는 고도·심도 난청은 달팽이관에 얇은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인공와우 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최근 이 수술의 효과를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국내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소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 연구팀은 귀 가장 안쪽(내이)에 기형을 가진 채 태어난 소아 난청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인공와우 수술 후 청각 기능 발달 상태를 장기 추적한 결과, 청각신경이 굵고 청신경이 지나는 길목인 '골성 청신경관' 폭이 넓은 환자일수록 말소리를 변별하는 능력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내이 기형, 이른바 몬디니 이형성증(달팽이관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못함)으로 중증 난청에 해당해 인공와우 수술받은 환자를 평균 7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치료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 환자의 CT·MRI 등 영상 검사 결과를 대조한 결과, CT상 골성 청신경관 폭이 좁은 경우 정상 폭을 갖춘 환자보다 청각 기능이 떨어져 인공와우 이식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단어인지검사(WRS) 결과 전자는 평균 58%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후자는 평균 79%의 정확도를 보여 수술 결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MRI 검사에서 청신경이 굵은 것으로 확인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말소리 변별 정확도가 높게 나타났다.

골성 청신경관 폭이 좁은 경우(사진 오른쪽) 정상 폭을 갖춘 환자보다 인공와우 수술 후 청각 기능이 떨어진다./사진=서울아산병원


내이 기형이 있어도 골성 청신경관 등이 잘 보존되면 내이 기형이 없으면서 인공와우 수술받은 환자와 말소리 변별 정확도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박홍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청신경 상태를 보고 인공와우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난청 환자의 수술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소아 난청의 경우 인공와우 수술받으면 청각·언어 발달이 거의 정상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그간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후천성 청각신경병증'의 발병률과 치료법 등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발표했다. 청각신경병증은 소리가 뇌로 보내지는 '길'(청신경, 내유모세포, 신경원세포 등) 중에서 한 부분이 문제가 생길 경우 발생한다. 이 중 후천성 청각신경병증은 소리 자체는 잘 감지되는데 말소리를 구분하는 변별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로 일종의 난청이다. 보청기를 착용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고 청각 재활 등 치료법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의료 현장에 혼란이 상당했다.

(사진 왼쪽부터)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김예리 진료전문의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김예리 진료전문의 연구팀은 이 병원을 찾은 6~60세 난청 환자 총 293명을 대상으로 후천성 청각신경병증이 얼마나 흔하게 나타나는지, 치료법 등에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등을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분석 대상자 중 100명 중 5명(5.1%, 15명)이 후천성 청각신경병증에 해당했는데 이들의 60%는 저주파 쪽의 청력이 고주파 쪽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쁜 '상승형 청력도(저주파 난청)' 패턴을 보였다. 난청에서는 상승형이 가장 드물게 나타나는 패턴이라는 점에서 후천성 청각신경병증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나아가 후천성 청각신경병증으로 진단된 15명 중 총 7명에서 원인 유전자가 확인됐다. 원인 유전자가 발견된 환자는 모두 상승형 청력도를 보였다. 원인 유전자는 보청기 등 청각 재활의 종류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뿐더러 인공와우 수술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후천성 청각신경병증 환자 13명에게 인공와우 수술이 시행됐는데, 모두 수술 후 말소리 변별과 청각 회복이 두드러졌다. 원인 유전자가 확인되지 않고, 수술 중 전극반응이 좋지 않았던 환자도 좋은 결과를 보여 후천성 청각신경병증 전반에 인공와우 수술 효과가 좋을 수 있다는 근거가 정립됐다. 최병윤 교수는 "말소리 변별력이 소리 감지에 비해 현저히 낮은 환자는 정밀 진단을 통해 후천성 청각신경병증은 아닌지,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난청과 인공와우 수술을 다룬 서울아산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는 모두 미국 이과학회 공식 학술지 '이과 및 이신경학(Otology & Neurotology)'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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