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물난리 중 골프’ 홍준표 진상조사 지시

문광호·조문희 기자 2023. 7. 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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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지자체장 언행 각별한 주의해야”
홍준표 “국민정서법 기대 정치하는 건 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던 지난 15일 골프장을 찾아 논란이 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18일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홍 시장을 겨냥한 듯 “당 소속 지자체장 등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당부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대구시 재난대비 매뉴얼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이 ‘당에서는 사실관계 진상조사를 진행 중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강 대변인은 “당에서 그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며 “하지만 사실관계 진상 파악이 우선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를 맡은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침에 사실관계만, 그때 비상근무였는지 아닌지 확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무감사위원회의 감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무감사할 일이 아니다”라며 “감사 안 해도 다 보도돼 나온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기록적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 소식에 국민 모두가 무거운 마음”이라며 “언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 소속 의원들 당협위원장, 지자체장, 정부 관계자 등이 부적절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국민 대표로서 재난 상황에 헌신해야 할 공직자가 책무를 다하지 못함은 물론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전 국민이 피해 보는 상황에 골프장을 찾는 건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홍 시장에 대해 신속한 조치에 나선 것은 수해가 여당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설수 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당내에 많은 사람들이 수해 중 홍 시장의 이런 문제를 엄청나게 많이들 얘기하고 있다”며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짚지 않고 넘어갔다면 (방관한) 지도부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홍 시장의 발언이 당헌의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품위를 유지할 의무’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부터 당 지도부를 겨냥해 날 선 발언을 이어온 홍 시장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3월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하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 있냐”는 말을 썼다가 지우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4월13일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은 지난 5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옹졸한 김기현 대표”라고 말하며 앙금을 드러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단체장은 업무 총괄만 하면 되고 정상 근무나 자택 대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말에도 나는 똑같이 업무총괄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는 비상 2단계에 불과 했다. 비상 2단계 발령 시 위수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무얼하든 상관없다”며 “골프를 이용해서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 정서법에 기대어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고 주장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홍 시장이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전날 SNS에 글을 올려 당시 골프장을 찾았던 것을 부인하지 않고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며 “당시 대구시는 전직원 비상대기령도 내리지 않았고 재난안전실 직원들만 조를 짜서 일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었을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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