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파산 후 해운 경쟁력 최대 위기, HMM 정상화로 지켜내”
김양수 사장 “급변하는 세계시장에서 해양 강국 항로 뚫을 것”
(시사저널=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지금 대한민국의 해운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선사들의 글로벌 경쟁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급선무다."
해운 기업들의 안정적인 선박 도입과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수장 김양수 사장의 말이다. 해진공의 주요 설립 목적은 한진해운 부도를 전후해 침체된 국내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특히 2018년 공사 출범 당시 과제였던 'HMM 정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진공의 해양금융 지원을 통한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도입 등에 힘입어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고, 우리나라 해상운송 수입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진공은 일반 국민보다는 해운항만 기업의 금융 지원에 중점을 두고 대부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 경제를 위한 해진공의 지난 5년간의 의미 있는 행보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역량 있는 선사를 지원해 해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김 사장의 인식은 2021년 8월 취임 이후 변함이 없다. 김 사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오랜 세월 해양수산부에 몸담으며 차관까지 지낸 터라 관가에선 잔뼈가 굵은 해양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7월10일 공사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김 사장은 해운 경기 침체 본격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업별 맞춤 지원을 꼽으며 그를 통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실질적인 금융 지원과 선박금융 관련 교육 등 비금융 지원도 활성화해 기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사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로 거론되는 화주-선사 간 협력 방안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관련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했다.
"기업별 맞춤 지원으로 글로벌 역량 강화"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계획에 따라 설립된 공사가 출범 5주년을 맞았다. 가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단연 HMM(구 현대상선) 경영 정상화와 해운산업 재건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유일하게 남은 국적 원양선사인 HMM을 정상화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우리는 해양금융과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도입 지원 등으로 HMM을 정상궤도에 올렸다. 지난해 HMM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9조9000여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해운 서비스 수출액도 383억 달러(49조5000억원)에 달했다. 현재 HMM의 경영권 민간 이양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또 하나의 성과를 꼽자면 정책금융기관 간 협업을 통해 카타르 LNG운반선 15척에 대한 금융을 성공적으로 지원하면서 국내 해운·조선 상생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현 정부의 해운 재건을 통한 수출 드라이브 기조는 확실하다고 한다. 이에 따른 중장기 전략 수립도 중요해 보이는데.
"기존에 계속해 왔던 선박금융 지원을 뼈대로 작년에 이미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이 외에도 항만물류·금융 쪽으로도 영역을 넓히려 한다. 해운과 항만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붙어있다.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은 종합물류 기업을 지향한다. 이제는 단순히 해상운송뿐만 아니라 항만터미널이나 육상운송 부문까지 화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역량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을 반영했다."
올 들어 해운 시황 하락 등 해운 경기 침체로 일선 선사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공감한다. 선제적으로 최대 1조원 규모의 위기 대응 편드를 조성해 어려움을 겪는 국적선사에 M&A 자금 지원 등 필요자금을 적기에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 선사 지원도 빼놓지 않는다. 대형 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 여건이 열악하고 기업 신용도가 낮아 금융 접근성이 부족한 중소 선사들은 불황기에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지원조건보다 할인된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실질적인 금융 지원과 선박금융 관련 교육 등 비금융 지원도 활성화해 기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사업을 펼치겠다. 실제 2018년 선사 지원 실적 중 4.4%에 불과하던 중소 선사 지원 규모를 2022년 22.1%까지 끌어올렸다. 해운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 역량을 한층 더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장에서는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친환경 선박 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친환경 규제다.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해야 하는 수요가 굉장히 많다. 그러나 중소 선사 같은 경우 아무래도 자금력이 약하기 때문에 추세에 따른 신속 전환이 상당히 어렵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정부와 같이 합동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한 가지 문제는 어떤 친환경 연료를 쓸 것인지에 대해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암모니아와 수소 선박은 일반 선박보다 30% 더 비싸기 때문에 중소 선사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껴 선사에서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화주와 선사 간 협력을 통해서도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세계 8위 HMM, 글로벌 경쟁력 높일 것"
우리나라의 경우 화주-선사 간 협력문화가 다소 미흡하다고 한다. 공사의 가교 역할 사례가 있는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물류 대란이 발생했을 때 선박 공급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었다. 중국에 기항하는 선박이 중국에서 물량을 다 채우니까 부산항에 들를 필요 없이 유럽이나 미국으로 갔다. 그래서 우리나라 중소기업 화주들이 선박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하는 데 차질을 빚었다. 그래서 우리가 정부와 함께 HMM 등 국적 선사들한테 부산항에 기항하는 선박들을 배치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지금은 운임도 떨어지고 공급도 늘어 선사들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화주들이 도와야 한다. 선·화주 상생에 대해서는 올 5월 선·화주 교류회를 개최하는 등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제도 개선 시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참고하겠다."
HMM 얘기가 나왔는데, 현재 경영권 매각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매각 주관사 선정 후 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은 용역이 진행 중이고, 정부 등과 조율되면 전체적인 매각 계획과 조건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가 가능할 것 같다."
물류·금융 등 해운 인력 양성은 어디까지 왔나.
"공사의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들은 재직자를 대상으로 실무능력 향상과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실 재직자 교육은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고 실무에 접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사업체 규모가 작고 업황이 좋지 않을수록 이 부분에 대해 소홀해지기 쉽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각 분야의 최고 실무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해운항만물류 부문과 해운금융 부문의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3년간 각각 100명이 넘는 수료자를 배출했다. 국내 최고 교육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범선 시대 못지않게 전 세계적으로 해양물류 패권을 놓고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전문가로서 현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면.
"원래 글로벌 상위 선사들이 한 20개 정도 있었다. 2016년과 2017년 불황기를 겪으면서 10개 선사로 줄어들었다. 머스크와 MSC의 동맹인 '2M'이 해체 선언을 했다. 현재 3개인 얼라이언스(동맹) 체제가 바뀌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운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본다. 이 두 선사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얼라이언스를 하지 않고도 단독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HMM도 선복량 기준 세계 8위인데 규모를 더 키우고 발전시키면 글로벌 선사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이 해운 강국으로 우뚝 서는 데 우리 공사가 일익(一翼)을 담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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