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외교장관 “北 ICBM 발사 우려”
北 최근 ‘화성-18형’ 발사 비판… CVID 문구 포함
北 도발에 대한 아세안 실망감 반영
인도·태평양 지역 외교 장관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내용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多者) 안보협의체인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도중인 지난 12일 ‘화성-18형’ ICBM을 발사하면서 북한의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아세안 국가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ARF에는 아세안 10국과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ARF는 17일(현지 시각) 공개한 성명의 26번째 항목에서 “모임이 12월 북한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ICBM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전개”라며 북한의 도발을 문제 삼았다. 또 작년 캄보디아 회의에 이어 올해에도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달성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밖에 “모든 당사자의 평화적 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 조성, 외교적 노력이 계속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유엔 안보리 모든 결의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성명에 북한이 최근 발사한 ‘화성-18형’ ICBM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북한에도 적지 않은 외교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협의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ARF를 전후로 전개한 ‘대북 압박 외교’가 소기의 성과를 거둔 측면도 있다. 앞서 아세안 9개국은 이번 회의 도중 이례적으로 외교장관 성명을 내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경악한다(dismayed)”고 했다. 이 중에는 북한과 오랜 기간 수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도 있는데, 비공개 회의에서도 ‘비판(condemn)’이란 단어를 써가며 북한의 행동을 문제 삼는 나라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아세안 입장에선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기간에 북한이 도발한 것이 잔칫날에 재를 뿌린 것과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최선희 외무상을 대신해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안광일 주아세안대표부 북한 대사에 대한 반응도 냉랭해 회의 내내 안 대사가 겉돌았다는 평가다. 특히 의장 성명 작성을 주도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선희 섭외에 특별한 공을 들였는데 불참에 이어 북한이 도발까지 하면서 실망감이 큰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회의 기간 미국·일본 등 우방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영국, 필리핀, 호주 등 인·태 국가 외교장관들과 연쇄 회담을 가지며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와 ‘국제 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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