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신기록 쓰는 진격의 일학개미…日 주식 보관액 4조2000억원 ‘역대 최대’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일본 경기 개선과 엔저(円低) 효과 등으로 일본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관액이 이달 들어 4조2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월간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일본 주식에 대한 거래액과 순매수액이 각각 5년 7개월,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학개미(일본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의 투자 행렬은 각종 신기록을 만들어내는 모양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관액은 33억1573만달러(약 4조1941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1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종전 기록이었던 지난달 31억221만달러(약 3조9252억원)를 불과 한 달만에 경신한 것이다. 1년 전(28억3209만달러)과 비교했을 때는 17.08% 증가했다.
신기록 행진은 매수액과 매도액을 합한 ‘총거래액’, 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순매수액’에서도 이어졌다. 총거래액을 통해선 투자 활성화 수준을 판단할 수 있고, 순매수액을 통해선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6월 일본 주식에 대한 총거래액은 4억7817만달러(약 6049억원)로 지난 2017년 11월(5억2351만달러) 이후 6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1년 전(2억1594만달러)과 비교하면 121.44%나 늘어난 것이다.
전월 순매수액도 1억1302만달러(약 1430억원)로 지난 2021년 3월(1억7537만달러) 이후 27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일본 증시 상장 종목이 종목별 월간 순매수액 순위 최상위권에 오른 것도 일본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달 들어 14일까지 4726만달러(약 600억원) 규모의 순매수액을 기록하며 종목별 월간 순매수액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종목은 일본 블랙록(BlackRock)이 운용하며,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엔화 환헷지 ETF다. 거래 수수료가 국내 증시 상장 ETF보다 큰데도 불구하고 투자하는 건 투자자들이 향후 전망되는 엔화 강세, 미 기준 금리 인하 시 환차익에 대한 추가 이익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한 번도 종목별 월간 순매수액 순위 ‘톱(TOP) 10’에 오른 적이 없던 일본 증시 상장 종목이 처음으로 명단에 등장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일본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X 일본 반도체 ETF (GLOBAL X JAPAN SEMICONDUCTOR ETF)’는 순매수액 2409만달러(약 305억원)로 9위를 차지했다. 이어 6월엔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가 3943만달러(약 500억원) 규모 순매수액으로 8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일본 상사 기업에 대한 워런 버핏의 투자에 더해 엔저 현상 등이 국내 투자자들을 일본 증시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워런 버핏은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종합상사를 비롯한 일본 주식에 대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추가 투자 가능성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가 일본 종합상사 5곳의 지분을 평균 8.5% 이상으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일본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을 할 것이란 기대에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상반기의 상승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지기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일학개미들에게 가장 큰 메리트로 작용했던 초엔저 현상이 유지되기 힘들 수 있다는 평가가 조금씩 나오는 추세다. 엔화 약세 현상이 저점 근처까지 온 상황에 추가적인 하락 폭이 커지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작년 8월 이후 9개월 연속 3%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기록 중인 일본으로서는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되는 수입 비용 증가를 부른 엔저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말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BOJ) 총재가 내년에도 고물가가 계속되는 경우를 전제로 들긴 했지만 10년 이상 지속돼 온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엔화 가치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잃어버린 30년’으로부터 탈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본 주식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강력한 경제 상황 역시 위험성이 여전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4월 일본은행 통화정책 회의 때 일본의 경제 성장률을 낮췄다”며 “일본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증시 상승이 연속성을 갖고 지속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올 들어 이미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탓에 일본 증시가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날 기준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주가)는 32,391.26포인트로 올해만 25.95% 올랐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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