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의원 “서구 대중전략 ‘디리스킹’, 숄츠의 ‘똑똑한 다변화’서 시작”

노지원 2023. 7. 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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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EU) 있는 유럽][인터뷰] 닐스 슈미트 독일연방의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뒤 가장 먼저 베이징을 찾은 서구 정상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였다. 숄츠 총리는 그해 11월4일 이뤄진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디커플링(관계 분리)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지나친 의존을 줄이는 “똑똑한 다변화”(smart diversification)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약 다섯달 뒤인 지난 3월 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새 대중 전략으로 ‘디리스킹’(위험 완화)이란 개념을 공식화했다. 숄츠 총리의 ‘다변화’ 전략이 디리스킹이라는 용어로 바뀌며 유럽연합과 미국·일본을 포함한 서구 전체의 대중 전략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닐스 슈미트(50) 독일 연방의회 의원은 지난달 28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숄츠 총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중 전략에서 다변화라는 개념을 사용했다면서 유럽연합과 주요 7개국(G7)이 공식화한 디리스킹 전략의 ‘원조’가 독일임을 강조했다. 슈미트 의원은 숄츠 총리와 같은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2017년 연방의회에 입성했고, 이듬해부터 사민당 외교 정책 분야의 대변인을 맡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최근 디리스킹 개념을 뼈대로 하는 첫 ‘국가안보전략’(NSS·6월14일 공표)과 ‘중국 전략’(Strategy on China·지난 13일 공표)을 잇따라 발표했다.

닐스 슈미트 독일 연방의회 의원. 의원실 제공

―독일은 지난달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했다. 중국을 “파트너, 경쟁자, 그리고 체제 라이벌”로 정의했다. 각각의 차이가 무엇인가?

“국가안보전략 문서에는 중국과 체제 경쟁의 측면이 우세해졌다고 명시돼 있다. 일단, 중국은 자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자신의 통치 시스템의 우월성을 내보이고자 한다. 서구가 정의하는 민주주의·법치주의는 중국 정부한테 열등하고, 어색한 것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우리는 장기적으로 민주적 통치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우세하고 이를 통해 평등, 지속 가능한 발전,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는 북미뿐 아니라 한국·일본·대만이 보여주듯 아시아에서도 잘 작동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체제 라이벌이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기술 경쟁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이 점에서는 경쟁자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보건, 기후 보호 등을 글로벌 공익을 추구할 때는 협력의 여지가 있고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체제 경쟁적 요소가 더욱더 커졌다는 점은 인정해야만 한다.”

―중국은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독일에 중국 시장의 의미는 뭔가?

“독일뿐 아니라 전세계가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우리의 최대 무역 파트너는 유럽연합(EU)이다. 이 단일 시장이 26개국으로 이뤄져 중국이 제일 큰 무역 파트너로 보일 뿐이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는 큰 시장이 될 거다. 비즈니스의 기회도 많다. 장기적 전망은 그다지 유망하지 않지만 여전히 당분간은 독일과 유럽 기업에 중요한 시장으로 남을 거다. 하지만 일부 원자재나 공급망에 대한 일방적이고 지나친 의존은 위험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디리스킹을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다변화’란 개념을 쓰던데.

“사실 지난해 11월 숄츠 총리가 베이징 방문 전 대중국 정책에 대한 생각을 밝힐 때 세계에서 제일 처음 이 말을 사용했다.(미국 <폴리티코> 2022년 11월3일치 기고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을 원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의존할 수도 없다’) 이 글에서 숄츠 총리는 “똑똑한 다변화”라는 말을 썼다. 이것은 ‘디리스킹’을 뜻하는 것이다. 디커플링은 (독일과 중국 사이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며 현실적인 선택지였던 적이 없다. 디리스킹은, 예컨대 희토류와 같은 원자재에 대한 대중국 의존과 관련된 특정한 위험 요소를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다변화와 디리스킹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위험을 완화하고 싶다면 다변화가 필요하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는 (중국에 대한) 다변화 전략에 따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뿐 아니라 거대한 인도 시장을 목표로 한다. 이런 다변화 전략은 매우 유망하다. 불행히도 많은 독일 기업이 너무 오랫동안 중국의 지속적 성장에 베팅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중 사이에서 중간에 서 있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독일은 어떤가?

“유럽인에게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간지대나 등거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미국과 같은 입장에 있으며 가치에 기반한 다자 질서를 수호한다. 물론 미국과 여러 면에서 (경제 분야) 이해관계가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순전히 비즈니스와 관련된 문제에서 미국과 유럽은 건전한 수준의 경쟁을 한다.”

―대중 전략 발표가 예정보다 늦어졌다. 연정 내부 이견이 있었나?

“정치라는 게 어느 나라에서나 그렇지 않나. 부처 간 이견이 있었지만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연정 내 이견 외에도) 예산 문제,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의견 조율 등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3월에 이미 핵심 내용이 다 만들어져 있었다.”

―최근 러시아 용병집단인 바그너(와그너)그룹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러시아 내부 권력 투쟁의 일부로 보인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선전이 허구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 점에서 푸틴의 약점이 드러났다. 이번 일은 연고주의와 부패로 점철된 푸틴 정부의 기반에 대한 공격으로 군사적이라기보다 ‘정치적’ 공격이었다. 프리고진은 이제 전선에서 물러나고 러시아 정치에서 어느 정도 축출됐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푸틴의 약점과 취약성을 보여줬다.”

―러시아에서 이번과 같은 급변 사태가 발생할까?

“푸틴이나 그의 체제가 곧 권력을 잃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푸틴이 어떤 이유로든 물러나거나 퇴진하더라도 지난 20년 동안 그가 러시아에서 구축한 권력 구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푸틴의 후계자가 푸틴보다 더 유연하거나 민주적일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의 공격적 외교 정책으로 인해 오래 계속된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중-러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이번 전쟁을 통해) 중국은 러시아가 진짜 강력한 초강대국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푸틴은 자기가 보이길 원하는 만큼 강하지 않다. 중국 수뇌부도 이미 이런 점을 계산에 넣었을 거다. 중-러 관계는 진짜 동맹이 아니다. 서방을 궁지로 몰아넣어서 미국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두 수정주의 국가 간 협력에 불과하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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