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구와 만난 ‘슈퍼 엘니뇨’… “내년까지 최악의 이상기후 온다”[10문10답]

황혜진 기자 2023. 7.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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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7년만에 찾아오는 ‘슈퍼 엘니뇨’
해수면 온도 2도 이상 상승 현상
올 지구평균 기온도 최고로 올라
21세기 ‘가장 강한 엘니뇨’ 경고
올 美·인도 등 폭염 사망자 속출
日규슈엔 역대 최대 폭우 쏟아져
7년간 경제적손실 3조달러 추산
EU, 자연복원법 등 탄소 줄이기
지구온난화 억제 대응 위해 최선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남서부 지역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사막 지역인 데스밸리의 기온이 섭씨 54도까지 치솟았다(왼쪽 사진). 반면, 일본 규슈지방 후쿠오카현에는 지난 10일 폭우가 내려 물이 발목까지 찼다(오른쪽 사진). AFP 연합뉴스

지구촌 곳곳이 폭염과 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여름 들어 태평양 바닷물이 통째로 뜨거워지는 엘니뇨(El Nino)가 나타나면서 세계에 이상기후가 몰아닥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슈퍼 엘니뇨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고되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슈퍼 엘니뇨가 무엇인지 그 파급효과와 전망 등에 대해 알아봤다.

1. 슈퍼 엘니뇨란?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말이다. 19세기 말 크리스마스 무렵 페루 연안의 수온이 올라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어민들이 어업을 멈추고 휴가를 보냈다. 이런 휴식을 예수가 준 선물에 빗대 엘니뇨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늘날 엘니뇨는 동태평양(남아메리카 페루와 에콰도르 서쪽 바다)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채로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1.5도 이상 차이가 나면 ‘강한 엘니뇨’, 2도 이상은 ‘슈퍼 엘니뇨’라고 한다. 이는 무역풍을 약화시키고 동태평양 적도 지역의 수온을 높여 이상기후를 몰고 온다. 남반구 지역에서는 고온 현상으로 인한 열병과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북반구 지역에서는 한파와 대설이 자주 발생하고 적도 지역에는 비가 많이 오는 게 특징이다.

2. 7년 만에 슈퍼 엘니뇨가 역대 최악이 될 것이라 전망되는 이유는?

엘니뇨 현상 자체는 2∼7년 주기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번 엘니뇨가 21세기 역사상 최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 엘니뇨가 7년 만에 발생한 ‘슈퍼 엘니뇨’인 데다, 하필 지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산하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에 따르면 지난 4일 지구의 평균 기온은 17.18도로, 1979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이었다. 전 세계 해수면 온도(SST)도 지난 16일 20.98도로 역대 최고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1991∼2020년 평균 온도보다 0.638도 높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폭염에 땅에서는 농작물이 말라 가고, 바다에서는 어족 자원과 남극 해빙 면적까지 동시에 위협을 받고 있다.

3. 과거 슈퍼 엘니뇨 사례는?

엘니뇨는 1951년 이후 23차례 발생했다. 그중 1972·1982·1997년·2015∼2016년 초가 슈퍼 엘니뇨의 해로 분류된다.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지속된 슈퍼 엘니뇨는 21세기 들어 가장 강력했는데, 당시 인도 남부에선 5월 최고기온이 48도를 기록했다. 전염병도 창궐했는데 2015년 슈퍼 엘니뇨 발생 이후 미국 남서부 콜로라도와 뉴멕시코에서 페스트와 한타바이러스, 탄자니아에서 콜레라, 브라질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뎅기열이 나타났다. 또 1997년 슈퍼 엘니뇨 발생 때는 아프리카 케냐 동북부와 소말리아 남부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폭우가 내려 리프트밸리열(바이러스성출혈열)이 대유행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우기에 역사상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4. 올해 이상 기후 피해는?

올해도 엘니뇨로 인한 이상기후에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도와 멕시코, 미국 남서부에서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 3월 이후 최소 112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고,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와 동부 비하르주에서는 최소 96명이 사망했다. 남극도 지난 2월 기준 해빙의 범위가 179만㎢를 기록, 197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로 감소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의 수증기가 증가해 폭우 위험도 커진다. 일본에선 지난 10일 일본 규슈(九州) 북부 지역에서 역대 최대 폭우가 쏟아지며 최소 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된 바 있다. 또 중국도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달 초 베이징(北京) 인근 북부에 40도가 넘는 폭염이 닥쳤지만 충칭(重慶)시 등 남서부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5. 7월 첫 주가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는데 엘니뇨 영향인가?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7일 세계 평균 기온이 17.24도, 역대 최고치였던 16.94도(2016년 8월 16일)를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은 역대 가장 더운 6월이었고, 7월 첫째 주는 사상 가장 더운 주간이었다. 2∼7일 일주일 동안 지구 최고 평균 기온은 세 번이나 경신됐다. 3일 17.01도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 기록(2016년 8월 14일 16.92도)을 갈아치운 것을 시작으로 4일과 5일은 17.18도를 기록했고 7일에는 17.24도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역대급 더위 기록을 이끈 건 남극의 유난히 따뜻한 겨울 날씨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극 대륙과 인근 바다의 평균 기온은 이 기간 1979∼2000년의 평균 기온보다 10∼20도가량 높았는데 이는 “남극해 상공의 강한 바람이 따뜻한 공기를 남쪽으로 더 깊숙이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라구 무르투구데 메릴랜드대 대기·해양·지구과학 교수는 AP통신에 설명했다.

6. 한국도 슈퍼 엘니뇨의 영향을 받고 있나?

기상청은 최근 장마와 엘니뇨 사이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분석한다. 지난 14일부터 주말 사이 기록적 폭우는 적도 지역의 뜨거운 수증기가 북태평양고기압을 통해 한반도로 진입한 것이 원인이었다. 장마 기간 초반에는 주로 한반도 주변 저기압과 정체전선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다만 엘니뇨가 발달할 경우 한국 남부 지방 강수량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올해 장마철 강수량 증가는 기상학적 요인이 크지만, 그 저변에 기후학적 요인이 자리할 가능성도 크다.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과거에 비해 복잡해져 정체전선 이동이 아닌 저기압 위치에 따라 강수 지역·규모가 변화하고 있다.

7. 장마시즌, 극단적 폭우 전망되는데 정부 대책은?

최근 폭우로 인한 고립, 산사태 등에서 이른바 ‘골든타임’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는 재난문자 전파 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등 수도권에 시간당 70㎜ 정도의 폭우가 내리자 처음으로 ‘극한 호우’ 재난문자를 시민에게 발송했다. 기상청은 수도권의 경우 ‘1시간 50㎜ 이상’ ‘3시간 90㎜ 이상’ 폭우가 관측되면 직접 경보 문자를 보내고 있다. 당시 구로구에선 시간당 72.5㎜, 금천구에선 70.5㎜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극한 호우’ 경보는 올해 수도권만 대상으로 시범 실시 중인데, 최근 폭우는 국지적으로 짧고 굵게 내리는 특징이 있는 만큼 경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27차 당사국총회(COP27)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구를 소생시키자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8. 해외 각국의 슈퍼 엘니뇨 관련 대응 방안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엘니뇨가 겹쳐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세계 각국은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소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연복원법을 통과시켰다. 자연복원법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EU의 그린딜 계획 중 하나로 삼림 지역과 해양 서식지를 늘려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의 통과로 2030년까지 EU 농지의 10%를 초지로 전환해야 한다.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관련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9. 슈퍼 엘니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슈퍼 엘니뇨는 이상기후를 몰고 와 농업과 어업 분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가뭄과 산불, 홍수 등 재난도 일으켜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다.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2∼1983년 엘니뇨는 4조1000억 달러, 1997∼1998년 엘니뇨는 5조7000억 달러의 피해를 줬다. 또 엘니뇨에 의한 경제적 손실이 2029년까지 최대 3조 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2023년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연말로 갈수록 열대 태평양에서 엘니뇨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며 “엘니뇨는 또 유전·석유 밀집지역에서의 열대성 폭풍·산불로 석유 공급 차질을 초래하고 이상 기온에 따른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켜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10. 슈퍼 엘니뇨 얼마나 지속되나?

엘니뇨는 보통 9∼12개월간 이어진다. 그런데 최근 해수면 온도는 21.1도를 돌파해 2016년 슈퍼 엘니뇨 시기의 해수면 온도였던 21도를 이미 경신했다. 뜨겁게 달궈진 바다로 인해 슈퍼 엘니뇨가 올 여름철뿐 아니라 겨울철에도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앞으로 몇 달 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상 기후는 다가올 겨울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NOAA는 “엘니뇨가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절정에 달할 확률은 84%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강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은 56%로 봤다. 엘니뇨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는 현상은 내년 여름이 절정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혜진·김선영·김현아·이현욱·박정민·정철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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