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여의도 1.5배’ 해상 매립… 세계 최대항만 조성 첫걸음[Build Up Korea]
6500만 TEU‘투아스 터미널’
2040년까지 ‘4단계 프로젝트’
친환경 설계·혁신적 공법 적용
전세계 건설사들 각축장에서
능력 입증해 K-건설 위상 과시
DL이앤씨가 세계 최대 항만을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서울 여의도 1.5배 면적) 해상 매립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 건설사의 ‘각축장’으로 불리는 싱가포르에서 ‘K-건설’의 위상을 과시했다. DL이앤씨는 친환경 공법과 신기술 적용을 통해 공사 기간도 앞당겨 주목을 받았다.
18일 DL이앤씨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항만을 구축하는 ‘투아스 터미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는 2040년까지 4단계 프로젝트가 모두 완료되면 연간 6500만 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대)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신항만으로 거듭나게 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투아스 항만에 기존 항만시설과 기능을 이전하고, 무인 자동화 운영 체계를 비롯해 다양한 차세대 항만 기술을 도입,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메가포트(mega port)’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지난 2015년 4월 싱가포르 항만청과 ‘투아스 터미널 1단계 해상 매립공사’ 계약을 체결한 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총 공사금액은 1조9800억 원 규모로, 벨기에 준설전문회사인 ‘드레징 인터내셔널’과 함께 수주했다. DL이앤씨 지분은 약 7200억 원이다.
◇친환경 설계 역량으로 세계의 주목받아=DL이앤씨는 이번 프로젝트 1단계에서 매립지 지반 개량, 항만 안벽(岸壁) 조성용 케이슨(매립 공사의 기초를 구축하기 위해 제작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제작 및 설치를 포함한 부두시설물 시공을 담당해 지난 연말 성공리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특히 친환경 설계로 자재 사용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지리적 특성상 대부분의 건설 자재를 인근 국가로부터 수입해 조달하기에 자재비 부담이 큰 곳으로 꼽힌다. 특히 투아스 항만 공사는 여의도의 1.5배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해상 매립 작업이 포함돼, 엄청난 양의 사석(飼石)과 모래가 필요한 만큼 높은 비용 지출이 예상됐다.
DL이앤씨는 사석과 모래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적 설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DL이앤씨는 모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해저면 준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준설토’를 매립에 최대한 활용했다. 설계 단계부터 최신 토질이론을 연구하고 안전성을 철저히 검토해 일반적인 매립 공법보다 약 640만㎥의 모래를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서울 남산의 약 8분의 1 규모에 해당한다고 DL이앤씨는 밝혔다.
DL이앤씨는 또 해저에 대형 사석을 배치하는 일반적인 세굴방지공(洗掘防止工) 설계 대신 콘크리트 구조물로 사석을 대체하는 혁신 공법을 적용했다. 세굴방지공은 파도나 물의 흐름에 의해 구조물 아래 지반이 깎여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 DL이앤씨는 발주처의 승인을 받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 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을 제작하고 대형 선박의 프로펠러 세굴력을 적용해 구조물 검증을 실시,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 공법을 적용한 덕에 80만㎥ 규모의 대형 사석 사용을 줄일 수 있었다.
◇혁신 공법 및 신기술 활용 앞장=케이슨 제작 과정에서도 DL이앤씨의 기술력이 진가를 발휘했다.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안벽 역할을 하는 케이슨의 제작 및 설치는 대규모 매립 공사의 핵심 공정으로 불린다. DL이앤씨는 현장 인근에 케이슨 제작 부지를 마련, 총 221개에 달하는 케이슨을 순차적으로 제작해 설치했다. 케이슨 높이는 28m, 무게는 약 1만5000t으로 12층 아파트 1개 동 규모에 육박한다.
DL이앤씨는 육상에서 케이슨을 제작하고 특수 장비를 통해 해상으로 옮긴 뒤 예인선을 이용해 정확한 장소로 이동, 설치했다. DL이앤씨는 케이슨 제작공정을 세분화하고 철저히 관리, 원래 계획한 36개월에서 7개월 단축한 29개월 만에 이 공정을 마쳤다.
케이슨 제작에 최첨단 로봇 설비도 사용했다. DL이앤씨는 케이슨 제작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철근 가공용 로봇을 도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케이슨 제작은 동일한 공정을 반복하는 과정이므로 균일한 길이와 모양의 철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철근 가공을 자동화함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품질도 개선했다. 동시에 로봇 활용으로 안전사고 위험성도 줄였다.
◇세계적 건설사들과 경쟁하며 수행능력 입증=DL이앤씨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건설 시장이 개방돼 있어 전 세계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작은 국토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층 빌딩, 지하철 등 체계적인 도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주요 허브로서 항만, 공항 개발 등도 계속되고 있다.
DL이앤씨는 싱가포르 주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기술력과 사업 수행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투아스 터미널 프로젝트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개통한 톰슨라인 지하철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재는 주롱 이스트 환승역 확장 및 연결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싱가포르 건설 시장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DL이앤씨는 밝혔다.
탈탄소 기업 ‘카본코’ 설립…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 선도
DL이앤씨는 올해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우량 프로젝트의 선별 수주를 이어가는 한편, 친환경 신사업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경영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친환경 신사업 중에서도 CCUS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 주도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국책연구과제 1∼2단계에 모두 참여해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현재 하루 3000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본설계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친환경 탈탄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회사 ‘카본코(CARBONCO)’를 설립했다. 카본코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따라 최적의 탄소 감축 솔루션을 제안하는 업체다.
DL이앤씨는 카본코를 통해 CCUS 사업과 함께 친환경 수소·암모니아 사업도 추진하며 친환경 디벨로퍼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북 울진군, 남호주 주정부와 친환경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동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GE가스파워와는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에 CCUS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공동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해는 세계 최대 해수 담수화 설비 운영사이자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전력 생산 사업자인 사우디 해수 담수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사우디 해수 담수청이 운영 중인 발전소에서 포집한 탄소를 해수 담수화 후처리 공정에 활용하는 CCUS 기술 도입에 협력하기로 했다.
DL이앤씨는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SMR 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엑스에너지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기업으로,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오는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DL이앤씨는 앞으로 엑스에너지와 SMR 플랜트 사업 개발과 관련해 협력하고, 에너지 사업 분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엑스에너지의 SMR 기술은 전력 생산 외에도 다양한 산업에 활용성이 높다. SMR 가동 시 발생하는 600도 이상 고열을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SMR 사업과 접목한 수소 가치사슬을 구축해 친환경 신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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