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이번엔 ‘북극해’… 지하자원·항로 쟁탈전[Global Window]

박준우 기자 2023. 7.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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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Window
中, 러 지원 업고 영향력 확대
북극근접국 주장하며 유빙에 음파탐지기 등 설치
러시아와 LNG 개발…해상실크로드 개척도 주력
美, 중국의 ‘북극 팽창’ 견제
쇄빙선 함대 확대 …노르웨이 북단에 외교공관
핀란드 中비행장 저지…북극 지배력 회복 안간힘
미국 쇄빙선 폴라스타호(아래 사진)와 중국 쇄빙선 쉐룽 2호(위 사진)가 북극 얼음을 깨고 전진하고 있다. 미국 해양경비대 제공 신화통신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남중국해, 대만해협, 남태평양 등에서 계속 충돌해왔던 미·중이 최근 북극해를 둘러싸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으로 북극해 주도권을 상실한 러시아를 대신해 중국이 북극으로의 접근을 확대하고 있고 이를 막아서는 미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참가로 북극해 또한 미·중 간의 새로운 분쟁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지원하에 북극 내 영향력 확대 = 16일 미 해운전문지 마리타임 익스큐티브는 중국의 북극탐험선 쉐룽(雪龍) 2호가 13번째 북극해 과학 연구를 위해 지난 12일 상하이(上海)에서 출항했다고 보도했다. 탐험대는 오는 9월까지 이어질 이번 항해에서 중앙해령의 지질학과 지구과학적 조사를 실행하며, 러시아·태국의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에 나설 예정이다. 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극지연구소는 북극해에 대규모로 배치될 수중청취장치에 대한 현장 실험과 평가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중국 연구진은 북극해 유빙 위에 설치한 음파탐지장치인 극단지하표면음향모니터링부표시스템 시험도 마쳤다. 이 장치는 해양의 동식물과 지질 등의 음향을 감지해 기후 변화의 연구에 이용할 목적으로 제작됐지만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들 연구가 중국의 군사활동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극 내 활동을 강화하고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다른 북극권 국가들의 견제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우군이 필요해 중국을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극권 8개국의 연합체인 ‘북극이사회’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러시아와 모든 협력을 중단할 것을 선언했다. 여기에 이사국 중 핀란드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고 스웨덴의 가입도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나토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랜 기간 눈독 들인 북극 이권 결실 맺나 = 중국은 오랜 기간 북극에 공을 들이며 영향력 확대에 주력해 왔다. 2000년 이후 중국은 33차례에 걸쳐 국가주석, 총리, 장관급 인사들을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북극권 국가들에 파견해 지역 내 영향력 확보에 주력했다. 중국은 최초로 자체적으로 쇄빙선을 만들었고, 더 전통적인 중빙선에 대한 계획을 세웠으며, 원자력으로 작동하는 쇄빙선에 대한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속에 북극에서의 군사적 위상도 높아졌고 중국은 알래스카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에 해군 함정을 파견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발행한 백서에서 자국을 ‘북극 근접국’이라고 칭하며 국경은 맞닿아 있지 않지만 북극의 기후 변화, 자원 탐사·개발, 안보 등은 인류 공동의 문제인 만큼 자신들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지구온난화로 생겨난 북극권의 해상교통로를 ‘북극 실크로드’로 개척하려 하는 등 ‘북극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손을 잡고 북극해 일대에서 LNG 개발에도 나서는 등 북극 관련 행보는 대부분 자원 개발 및 항로 개척과 연관되고 있다.

◇미국, 중국 견제 확대, 다른 국가들과 관계 개선도 필요 = 중국의 팽창에 미국도 견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쇄빙선 함대를 늘리는 목표 등을 담은 신 북극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미 육군은 2021년 혹한에서 작전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북극에서 지배력 회복’이라는 이름의 전략을 채택했다. 또한 최근 미국은 노르웨이의 북극권에서 가장 큰 도시인 트롬쇠에 최북단 외교 공관을 세웠다. 지난 2018년엔 핀란드를 압박해 라플란드 비행장을 중국에 유상 임대하려던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중국의 군사 문서는 북극을 ‘미래 군사 경쟁 지역’으로 보고 있다”며 “새로운 전략 공간을 위해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초창기에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최근에는 고등어 수입 금지조치나 자국민 억류 등으로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며 중국 견제에 동참하고 나섰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쟁 상황이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중국이 다른 국가들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천촨(陳泉) 베이징(北京)대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향후 북극 개발은 북극이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면서 “러시아 외 다른 북극 국가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해야 하며, 북극 국가들의 주권과 관할권을 진지하게 존중해야 하며, 북극 국가들의 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현지 개발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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