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일손 모자라" 외국인 근로자 뽑은 10곳 중 6곳 인력난 호소

대한상의‧무역협회 외국인력 고용 실태 조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경기 안산시 대부도에 위치한 E-9 외국인근로자 고용 어업 사업장을 방문해 작업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국내 기업들이 외국 인력 도입 규모를 지금보다 늘리고 체류 기간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잦은 근로계약 해지를 예방할 대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5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2%는 비전문외국인력(E-9 비자) 고용이 현재 '부족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19~29일 전화와 인터넷으로 실시된 이 조사에서 '충분하다'는 의견은 42.8%에 그쳤다.

외국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는 내국인 이직으로 인한 빈 일자리 발생(41.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고용 허용 인원 한도 초과(20.2%),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탈(17.8%), 직무에 적합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어려움(16.4%) 순이었다.

이 때문에 기업의 90%는 내년도 외국 인력 도입 규모를 올해 수준 이상(올해 수준 43.2%‧올해보다 확대 46.8%)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감소한 외국인 근로자를 충원하기 위해 올해 E-9 비자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인 11만 명으로 결정했다.

기업이 바라는 제도 개선 사항은 외국인 근로자 재입국 기간 완화(53.0%), 사업장별 고용 허용 인원 확대(43.2%), 사업장 변경 요건 강화(36.6%) 등 순이었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는 최대 4년 10개월 동안 국내에서 머문 뒤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1개월 또는 6개월 후 재입국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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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52% "근로계약 해지 요구 경험"

대한상의 제공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계약 해지 요구가 잦아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많았다.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사업장을 옮기기 위해 근로계약 해지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기업이 전체의 52.4%였고, 이를 거부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은 태업(41.1%), 무단결근(14.8%), 무단이탈(8.7%), 단체행동(4.2%) 등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그동안 업종 내에서 전국 이동이 가능했던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을 9월부터는 일정한 권역과 업종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5일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올해 1월과 4월 두 차례 실시한 기업 인력난과 외국인 근로자 고용 관련 조사 결과를 같은 날 발표했다. 중소 수출기업 484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4월 조사 결과 56.8%가 인력난을 호소했다. 조사에 응한 외국인력 고용 기업(62개사)은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현재 고용한 외국 인력(평균 7.7명)의 1.6배를 늘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무협 조사에서도 외국인 고용 애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책 1순위로 체류 기간 연장 또는 재입국 제한 완화(49.3%·복수응답)가 꼽혔고, 사업장별 고용 인원 확대(42.7%), 고용 정보 제공(36.7%), 사업장 변경 제한(36%)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실태 조사를 토대로 외국인 근로자 제도 개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과 관련해 △도입 규모·인원 확대 △체류기간 연장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고용허용 업종 추가(택배분류업무·플랜트공사) △숙련기능인력(E-7 비자) 도입 허용 등을 담았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