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묶이고 머리에 피날 정도로 맞아" '결혼지옥' 침묵 일관한 남편의 비밀 [SC리뷰]

김수현 2023. 7. 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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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에 가까운 훈육을 받았던 남편과 이를 전혀 몰랐던 아내. 사막부부 남편이 '결혼지옥'에서 아픈 과거를 꺼냈다.

17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돈도 소통도 메말라 버린 '사막 부부'가 등장했다.

남편 동생의 소개로 11살 나이 차이를 극복한 두 사람은 결혼 7년차가 됐다. 아내는 "제가 프리지아라는 꽃을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좋아한다는 말에 바로 사오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면서도 울먹였다. 아내는 대화가 필요하지만 남편은 침묵 뿐. 남편은 '아내에게 불만'에 대해서도 입을 꾹 다물었다. 사전미팅 1시간 반 동안에도 아무말이 없었다. 남편이 입을 여는 순간은 오로지 '돈'과 관련이 있을 때 뿐이었다.

김제와 용인, 장거리 연애를 했던 두 사람. 소통 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도 있는 부부, 남편은 "그것도 있고 제가 조금 욱하는 성격이라 바꾸고 싶다. 나도 모르게 막 나오더라"라 했다.

주말 낮, 밥 얘기에 남편은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가 식사를 준비했다. 핸드폰이 울리고 반복되는 전화는 금융기관. 아내는 "통화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그랬다. '한도조회 해드릴게요'였다"라 했다.

신혼 초에 다니던 남편 회사의 임금 체불 때문이었다. 반년 동안 월급을 못 받으니 생활비도 없고 가족이 늘어 이사하며 받은 집 담보 대출이 문제였다. 설상가상 전 회사에서 못낸 국민연금 미납 통지서까지 날아왔다.

7년 간 계속 쌓인 빚은 총 9200만 원이라고. 대출 빚만 약 1억 원. 대출의 일부는 주택 담보 대출로 현재 4000만 원이 남았다. 남편은 "받은 대출이 이자가 너무 세서 저금리로 돌리려 한다"라 했고 아내는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말을 안한다"라 털어놓았다.

카드값 보다 훨씬 적은 납부금액. 리볼빙 서비스를 받아야만 하는 부부였다. 아내는 "16년차 용접공인데 월급이 300만 원이 안된다. 고정 지출은 260이 넘는데 전액 납부할 돈이 없어 빚이 늘어나게 된 거다"라 설명했다.

아내는 "자기 자신의 커리어를 올리라"라 잔소리를 했지만 남편은 답답하기만 했다. 오은영 박사는 "뜨거운 곳에서 일하시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 했다.

아내는 "수도권 가면 더 월급을 많이 준다. 내가 주말부부하자 하지 않았냐"라 했지만 남편은 "애들 아빠 없는 자식 만들어라"라 반박했다. 순식간에 살벌해진 분위기. 남편은 "해도 XX이야" 등의 욕설까지 하며 자리를 피했다. 덩그러니 집 안에 혼자 남은 아내는 "주말부부 얘기 했던 것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없으면 그 돈으로 대출받은 거 청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털어놓았다.

가족이 잠든 늦은 밤에서야 집에 돌아온 남편은 잠들지 못했고 한참을 휴대폰으로 채용정보를 들여다봤다. 말은 안해도 혼자 노력하고 있었던 것. 영상을 보던 남편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은영 박사는 "걱정이 아주 조금 줄었다. 빚 중에는 주택담보 대출이 있어서"라면서도 부부가 의논을 했는지 물었다.

빚을 갚으려 예물에 아이들 돌반지까지도 다 팔았다고. 남편이 전직장 동료과 술자리를 하다 싸움이 나 합의금을 줘야 하는 상황이 와 카드갑과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런 일이 생겼다.

말을 잘 듣는 아이들에 남편은 "잡들이를 해서 그렇다. 경고 주고 말을 안들으면 매를 들었다. 아버지에게 배운 걸 똑같이 한다. 아버지 때문에 기가 죽었다. 장남이어서 그런가 동생이 잘못하면 저를 많이 혼냈다"며 "잘못됐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방법을 바꾸기가 잘 안된다. 아이들 좋아한다. 내 자식이니까. 그런데 표현을 잘 못한다. 아이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 고백했다.

늦게 들어온 아내를 보며 남편의 표정은 밝아졌지만 입에서는 툴툴거리는 말만 나왔다. 아내는 속에 있던 설움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이거 찍는 동안 '나 혼자 피해망상이었나?' 했다. 카메라 의식을 하더라"라 했다. 관찰 촬영 중 남편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아내. 남편 역시 "조금 의식돼서 본모습이 안나왔다"라 인정했다.

부부의 또다른 문제는 불통. 남편은 "대화가 싫다, 귀찮다 하는 건 외면하게 된다.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대화해본 적이 없어서 혼자 속으로 삭인다"라 했고 이런 남편은 모르는 아내는 답답하기만 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이 발음에 문제가 있다. 소통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는 사람들이 '뭐?'라 한다. 말하는 게 썩 유쾌하지 않고 위축될 수 있다"라 했고 남편은 "제가 무슨 말하면 '너 이에 바람이 샌다' '말하지 말라'고 했다"라 힘든 학창시절을 털어놓았다.

남편은 "(아버지에게) 어릴 때부터 방 안에서 묶이고 머리를 맞아 피 흘린 적도 있다"라 했고 오은영 박사는 "남편은 그때 무슨 의견을 낼 수 있겠냐. 반항하면 더 맞았을 거고. 조용히 있는게 '덜 맞네' '빨리 끝나네' '내 감정을 말해봤자 혼만 더 나' '대화를 길게 하는건 안좋은 거야' 이게 굉장히 오랫동안 자리를 잡은 것 같다"라 분석했다. 남편은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다고.

오은영 박사는 "남편은 아이들에게 밥을 해주고도 '맛 없어?'라고 부정적인 소통을 하더라"라 지적했고 소유진은 "너무 슬프다"라며 공감했다. 오은영 박사는 경제적 문제는 큰 문제라며 빨리 해결할 것을 조언했고 자동차 리스 비용 역시 말도 안된다 지적했다. 또 아내에게 남편의 의견을 들어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shy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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