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받은 뉴스토마토 기자 "천공도 직접 조사, 위치추적해야"
5개월만에 피고발인 조사 "경찰, 부승찬 어떻게 알았나 질문"
최병호 기자 등 경찰 'CCTV 천공 안나와' 결론에 의문
"정해진 기소, 언론탄압 우려" vs "절차 따라 순리대로 수사"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뉴스토마토 기자들이 보도한지 5개월여 만에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기사를 쓴 뉴스토마토 기자는 CCTV 분석결과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다녀갔다는 천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경찰의 결론을 두고 “왜 천공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위치추적이나 수행비서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지 않느냐”며 그런 결론을 내기엔 조사가 미흡하다고 반박했다.
기소하기로 방향을 정해둔 채 막판에 피고발인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에 경찰은 절차대로 순리에 맞게 처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4일 최병호 신태현 기자를 천공 의혹 명예훼손 사건 피고발인 조사를 마쳤고, 다른 두명의 기자(박주용 한동인)는 18일 조사하기로 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찰의 조사를 두고 “경찰이 부승찬 전 대변인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어떻게 2월1일 제주도에 가서 전 부 대변인을 인터뷰했는지, 굳이 제주도 까지 갈 필요가 뭐였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제 느낌상 경찰은 부 전 대변인이 의도적으로 기사화를 바라고 언론사에 제보를 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실관계와 관련해서도 경찰은 '뉴스토마토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썼는데, 뭘 근거로 기사를 그렇게 썼느냐'고 조사했다고 했다. 최 기자는 “기사에서 부 전 대변인 뿐 아니라 실명공개를 원하지 않은 국방부 관계자, 대통령실 관계자 등 몇몇 사람들 발언이 있어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며 “의혹을 받고 있는 천공이나 김용현 경호처장,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 등은 사실을 부인하기 보다 끝까지 말하지 않거나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어서 그렇게 봤을 땐 믿을 수 있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보도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국방부 서울사무소와 육군참모총장 공관 인근의 CCTV를 확보해 분석한 뒤 천공이 등장하는 영상은 없다고 한 결론을 두고 최 기자는 △천공이 CCTV에 등장하지 않는 것만으로 안 갔다고 볼 수 있는지 △추가적인 확인을 위해 천공의 직접조사, 휴대폰 위치추적, 수행비서의 위치, 수행비서 직접 조사 등이 병행 돼야 하는데, 이 조사없이 판단하기엔 미흡하지 않느냐는 반론을 경찰에 제기했다고 전했다.
최 기자는 경찰이 '뉴스토마토 기사나 부승찬 대변인 주장은 결국 전언의 전언 아니냐, 들었던 것을 들었다고 얘기하는 것밖에 안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며 “우리는 'CCTV 확보나 천공이 거기 갔다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언 밖에 없다고 하는데, 기자가 CCTV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고, 기자가 최대한 확인할수 있는 것은 그것을 알고 있거나 그걸 봤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해서 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천공이 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경찰의 몫이지 기자들의 몫인 것 아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더 실체적 진실 파악을 위해 더 확인이 됐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도 있었느냐고 묻자 최 기자는 “기사를 씀에 있어서 100% 완벽하게 확인하고 써야 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인정한다”며 “물리적 한계가 있고, 수사권이나 강제(조사)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확인에 한계가 있다”고 시인했다. 최 기자는 “하지만 반대로 경찰은 천공에 대해 부르거나 찾아가지도 않고, 왜 서면으로만 마무리했느냐”고 강조했다.
이밖에 최 기자는 조사 과정에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하는데, 명예훼손의 대상이 누구인지 확인(요구)했으나 경찰에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 기자는 보도 내용을 두고 경찰이 '이렇게 기사를 쓴 것은 사실이라고 믿었기 때문 아니냐'고 거듭 질문했다는 점을 들어 “그래서 저희는 믿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신빙성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 기사를 썼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경찰의 기소 여부 전망을 두고 최 기자는 “경찰이 지난 13일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을 2차 조사했고, 12일 부승찬 전 대변인이 있는 제주도까지 내려가서 조사했을 뿐 아니라 오늘(14일) 우리에 대해 조사한 것을 볼 때 굉장히 속도를 내고 있다”며 “어떤 결론을 정해놓고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고, 기소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기성 편집국장도 이날 통화에서 “천공이 핵심 참고인이며, 나머지는 남영신 전 총장이며, 남 전 총장이 (천공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고 놀라서 말했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라며 “남 전 총장 대질신문이나 조사가 선행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과연 CCTV 없다고 하면 휴대폰 위치, 수행비서 등에 대한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며 “천공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결론은 객관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흡하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 과정을 검증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가짜뉴스로 매도하고 대통령실이 고발하고, 관변단체까지 나서는 것은 언론탄압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를 두고 경찰은 절차에 따라 조사 중이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결과 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수사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 어렵다”며 “(뉴스토마토 기자들을) 피고발인으로 처음 조사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양하게 검토를 하고 있고, 아직 (피고발인) 진술도 다 안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명예훼손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 “지금 상황에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고, 천공을 왜 직접 조사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두 달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지휘부에서 서면조사로 마무리하겠다고 이미 자세하게 밝혔다고 답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5월22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천공에게) 수십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서면조사를 실시했다”며 “이달초 서면 조사서를 발송해 답을 보내왔는데, 관저 이전과 관련해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고 내일신문 등이 보도했다.
이달 말까지 모두 기소의견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피고발인을 몰아치기 식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절차대로 순리에 맞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누구의 명예를 훼손하는지에 대한 뉴스토마토 기자들의 문제제기에 이 관계자는 “그건 이미 언론에도 확인돼 있는 상황”이라며 (청와대 이전) 이전 TF 소속 직원들이 그 대상이라고 했다.
이 같은 수사 방향이 정부정책의 부당한 개입 의혹을 제기한 언론활동을 탄압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지금 수사중인 상황을 뭐라고 얘기하기는 곤란하다”며 “수사결과로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지난 2월2일자 <(단독)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남영신 육참총장 '천공·김용현, 공관 둘러봤다' 말했다”>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부승찬 전 대변인의 인터뷰 내용 등을 보도해 대통령실과 보수단체의 고발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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