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남양유업 경영권 소송 장기화...대법 '심리 계속'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6.21/뉴스1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싸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 소송을 진행중인 홍원식 회장이 대법원에서 추가 법리다툼을 벌일 수 있게 됐다.

18일 대법원은 한앤코와 홍원식 남양유업 대주주간의 주식양도 상고 소송에 대한 심리불속행 기간이 도과됐다고 공지했다. 심리불속행은 민사소송에서 특정 사유가 드러나지 않으면 상고를 기각하는 내용이다. 심리불속행 기간이 도과됐다는 것은 기각 판단을 내리지 않고 계속 심리하겠다는 것으로 홍 회장의 상고를 받아들이고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심리불속행을 판단하는 기간은 상고 기록이 도착한 날로부터 4개월 이내다. 홍 회장의 상고기록은 지난 3월17일 대법원에 송달됐다. 이날까지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판정을 내리면 이전 재판 결과에 따라 남양유업 경영권은 한앤코로 넘어갈 상황이었다. 앞서 법원은 2021년 8월부터 진행된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소송에 대해 1·2심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홍 회장은 상고하고 최종심까지 소송을 이어왔다.

홍 회장의 상고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은 3라운드에 진입했다. 홍 회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쌍방대리 위법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이 한앤코의 법률대리인으로도 나섰기 때문에 주식매매계약 자체가 무효라는게 주장의 요지다.

앞선 재판에서도 홍 회장은 이같은 주장을 펼쳐왔지만 재판부는 정식 대리인 계약을 맺지 않은 단순 심부름 역할이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홍 회장은 제대로 된 심리를 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서 합리적 판단을 해달라며 맞서왔다.

대법원이 심리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한앤코 임직원의 불공정 투자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한 것이 알려지면서 나왔다. 한앤코 직원들이 남양유업 인수 직전에 주식을 사들였다는게 의혹의 핵심이다. 금감원 조사대로 한앤코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다면 비밀유지계약을 맺은 홍 회장과 한앤코 주식양도계약의 과정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회장의 상고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심리불속행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년간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홍 회장의 경영권은 계속 이어지는 반면, 투자기한이 있고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경영권을 쥐지 못한 채 장기간 목돈이 묶이게 된다.

앞서 홍 회장은 2021년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선전한 불가리스 사태 후 국민정서가 악화되자 남양유업 경영권 지분 53.08%를 한앤코에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한앤코의 계약미이행을 이유로 무효화를 선언한 뒤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