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소녀가 키 180cm에 서브 170km?' 女테니스 기대주 이다인

이석무 2023. 7. 1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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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스타] 테니스 시작 3년 만에 ITF 주니어 대회 준우승
탁월한 신체조건과 파워 겸비...남자 선수들에도 뒤지지 않아
세밀함·경험 쌓이면 세계적인 선수 우뚝 설 것으로 기대돼
한국체대 코트에서 함께 연습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은 정현(오른쪽)과 이다인.
바하마에서 열린 ITF 주니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다인.
미국 플로리다 브래던튼에 위치한 IMG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맹훈련 중인 이다인.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테니스 스타 정현이 지난해 부상에서 회복한 뒤 모교 한국체대에서 훈련을 하던 때다. 옆 코트에서 키가 훤칠하게 크고 까무잡잡한 여성 선수가 연습하고 있었다.

정현은 코치에게 물었다. “저 선수는 어느 나라 선수에요?

그러자 코치가 말했다. “우리나라 선수야. 심지어 15살이야”

정현은 깜짝 놀랐다. 그 나이 여성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파워가 남달랐고 서브 스피드가 빨랐기 때문이다. 정현은 곧바로 그 선수에게 다가가 같이 훈련할 것을 제안했고 한참이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함께 사진도 찍었다.

정현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그 선수는 한국 여자 테니스의 주역으로 기대를 모으는 2007년생 이다인(16)이다. 이다인은 ‘테니스 스타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 플로리다 브래던튼의 IMG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 유망주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도 이다인은 단연 주목받고 있다.

이다인은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ITF 주니어 대회에 참가한 것은 겨우 작년부터다. 테니스 경력 자체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바하마에서 열린 J30 낫소(Nassau)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ITF 주니어 대회에 나섰을 때는 거의 1회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확 달라졌다. 2회전, 3회전에 종종 진출하더니 지난 대회에서 결승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아직 이다인의 ITF 주니어 랭킹은 1000위권 밖이다. 하지만 대회 출전 경력이 짧아 랭킹 자체는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이다인을 주목하는 이유는 엄청난 피지컬과 운동능력 때문이다. 이다인은 16살 여자 선수임에도 키가 180cm에 이른다. 최근 막을 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의 키는 172cm다. 그와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온스 자베르(튀니지)는 167cm였다.

테니스 선수가 키가 크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신일수록 서브 위력이 더 강력해지는 것은 틀림없다. 현재 여자 테니스 대표적인 강서버는 세계 2위 알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와 세계 3위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가 있다. 두 선수 모두 최고 스피드 190km에 육박하는 무지막지한 서브를 넣는다. 사발렌카는 182cm, 리바키나는 184cm의 장신이다.

이다인의 최대 장점도 바로 강서브와 포어핸드다. 특히 큰 키를 최대한 이용해 내리꽂는 서브는 엄청나다. 아직 주니어인데도 최고 스피드가 170km에 육박할 정도다. 스트로크 파워 역시 만만치 않다. IMG 아카데미에서도 그의 힘을 상대할 수 있는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이다인을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강점은 체력과 운동능력이다. 원래 이다인은 테니스를 하기 전에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동했다. 체력에 관한 한 또래 선수들을 월등히 능가한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뛰는 모습을 보고 지역 농구 코치가 ‘농구 해볼 생각 없냐’고 스카웃 제의를 하기도 했다.

워낙 체격 조건과 파워가 월등하다 보니 한국 주니어 테니스 국가대표 코칭스태프도 그의 성장을 계속 주목할 정도다. 이다인을 지도하는 코치는 “성장 속도가 또래 선수들보다 빠른데다 신체조건이 너무 좋다”며 “남자 성인 선수들도 힘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로 파워가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테니스를 제대로 한지 얼마 안되는 탓에 기술 세밀함은 떨어진다. 경기 중 에러도 잦은 편이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아직 테니스가 즐겁고 더 잘하고 싶은 의욕은 남다르다. 타고난 긍정적 마인드로 테니스 실력이 하루하루 느는 것을 즐기고 있다.

이다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애슐리 바티를 좋아했다가 지금은 이가 시비옹테크를 더 좋아한다”며 “전략적이고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스스로 기술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다 보니 시비옹테크나 바티 같은 테크니션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우연하게 딸에게 테니스를 시켰다가 재능을 발견한 어머니 김정희 씨는 전폭적으로 딸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김정희 씨는 “계속 ITF 주니어 대회에 참가해 세계랭킹을 끌어올린 뒤 1~2년 안에 그랜드슬램 주니어 대회에 참가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인이가 구력이 짧은데도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 기대가 많이 된다”면서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주니어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정현, 권순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플레이를 계속 찾아본다는 이다인은 “여러 운동을 많이 했는데 테니스가 가장 좋았다”면서 “더 열심히 노력해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도 따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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