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그] 국내 독감백신 3개 중 1개는 이곳에서…WHO가 인정한 녹십자

화순(전남)=정기종 기자 2023. 7.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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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산업특구' 전남 화순군 소재 백신공장…독감·수두백신 생산기지
[편집자주] [바이오로그] 수명 연장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바이오산업이 각 국가별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의약품 개발·제조에 국한됐던 바이오산업 범위는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등과 조합을 이루는 첨단융·복합 분야까지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머니투데이는 K바이오 대표 주자들의 산업 현장 깊숙이 찾아가 진화 중인 국내 바이오산업의 일지(log)를 기록해본다.

GC녹십자 백신 생산기지인 화순공장 전경. /사진=GC녹십자

2000년대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독감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국내 최초의 독감백신인 GC녹십자의 '지씨플루'가 품목허가를 받으면서다. GC녹십자는 같은해 전남 화순에 국내 최초의 독감 백신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힌 화순군과 뜻이 맞은 결과다.

화순공장 설립 14년차를 맞이한 올해, 화순군은 국내 독감 백신의 3분의 1가량이 생산되는 백신 메카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0년에는 백신산업특구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GC녹십자 화순공장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대표적인 협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 14일 GC녹십자 화순공장에서 만난 이인규 공장장은 "공장 설립 당시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생물의약연구센터(JBRC)를 통해 시설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았고, 도와 군으로부터 기업유치를 비롯해 다양한 인력지원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GC녹십자 화순공장은 약 3만평 규모 대지에 1만평에 달하는 건축연면적을 갖추고 있다. 백신원액 및 완제가 생산되는 시설로 인플루엔자 백신이 생산되는 '플루관'과 수두백신 생산을 맡은 '수두관'이 핵심 시설이다. 지난해 기준 2425억원의 매출액을 담당했고, 이달 기준 직원수는 400여명이다.
국산 1호 독감백신 '지씨플루' 생산…60%는 해외로, 수출 핵심기지
화순공장의 핵심 품목은 단연 지씨플루다. 지난해 매출의 87.9%에 해당하는 2131억원의 매출을 담당한 품목이다. 생산물량의 60% 가량이 수출될 만큼 국내외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내 최초, 세계에선 2번째로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획득해 현재 60개국 이상에 수출한다. 연초 누적 생산량 3억도즈를 돌파했다.

지난 2020년 허가를 획득한 수두백신 '배리셀라' 역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최근 3세대 세포주를 활용한 제조공정으로 전세대 대비 생산효율을 높였고, 올해 2월엔 WHO PQ 승인까지 획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GC녹십자 수두백신 '배리셀라'가 생산되는 수두관 전경. /사진=GC녹십자


배리셀라가 생산되는 수두관은 크게 2개층으로 나뉜다. 2층에서 백신 원액을 조제해 보관하다 1층에서 제품으로 완성된다. 원액은 배양된 세포에 수두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뒤 항온기를 이용해 감염세포를 배양한다. 이후 수두 바이러스만을 따로 떼내 원액 형태로 백신이 만들어지면 냉동보관 하다 완제품으로 거듭난다. 최종원액 생산은 31일 정도면 가능하다. 국가출하 승인을 위한 검사 과정과 패키징 등의 과정 등을 거쳐 최종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4개월이다.

GC녹십자 화순공장 연구원이 배리셀라 생산을 위해 배양된 세포에 수두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공정(왼쪽)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은 감연된 세포를 항온기를 이용해 배양 중인 모습. /사진=GC녹십자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답게 국제적인 공신력도 높은 편이다. 지난 2010년부터 베트남과 필리핀, 라오스 등 약 10개국 이상에서 수차례에 걸쳐 GMP 조사관이 국제교육을 받았다. 지난해엔 국제백신연구소 교육생 60명이 견학했다.

이 공장장은 "공장의 모든 생산시설이 cGMP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며 "오는 10월에도 아시아개발은행(ADB) 40여명의 교육생이 백신생산라인 견학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mRNA 제조시설 구축 예정…연내 시험가동 통해 경쟁력 강화
국내를 대표하는 백신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한 GC녹십자 화순공장의 다음 목표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력 확보다. 이미 전담시설 구축 계획이 확정돼 연내 시험생산까지 나설 예정이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차세대 백신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mRNA 관련 기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공장장은 "3분기 안에 mRNA 제조소를 구축해 올해 12월부터 시험가동에 나설 계획"이라며 "아직 생산품목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단가 플루백신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고 또 다른 질환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라고 말했다.

전남도와 화순군은 이미 2009년 공장 설립 당시부터 향후 증축에 대한 투자계획을 수립해둔 바 있다. 화순공장이 첫 삽을 뜰 때부터 15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증축까지 전남도와 화순군이 지원한 금액은 각각 31억원, 109억원이다. GC녹십자 역시 화순군에 누적 7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화답했다.

류강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생물의약연구센터장은 "GC녹십자는 백신산업특구 내 가장 큰 앵커기업이기도 하지만, 공공재 성격이 강한 백신을 가장 먼저한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지자체 입장에서도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며 "단순히 사업적인 부분뿐 아니라 인력양성에 대한 협의체도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면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순(전남)=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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