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다섯 차례 눈사태…무엇이 나를 네팔로 이끄는가
1월 17일 계곡에선 살 에는 바람이 불고
피곤이 누적되어 일찍 잠을 잤다. 밤 12시쯤 잠에서 깨 뒤척이며 밤을 지샌다. 이곳 캠프는 바람소리도 없이 편안하고 조용하다. 텐트에는 호흡을 하며 생긴 수분이 얼어붙어 차가운 성애가 있다. 침낭에도 수분이 많이 배어 눅눅하다.
새벽에 뷰포인트로 이동하는데 개 두 마리가 따라 붙었다. 뷰포인트에는 계곡에서 올라오는 영하의 찬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온다. 장갑을 벗고 차가운 카메라를 맨손가락으로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 컴컴해서 조작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데 손이 시려서 한참 녹이기를 반복한다. 다울라기리산군은 동쪽면 안나푸르나산군이 해를 가리고 있어 왼쪽 구르자히말부터 붉게 물들이고 다울라기리 2봉은 위쪽부터 서서히 내려온다. 돌체피크도 꼭대기부터 서서히 내려온다. 전체 산군이 햇살을 받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받쳐놓고 캠프지에 가서 아침을 먹고 코프라 캠프로 내려간다.
길은 잘 만들어져 있는데, 계곡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 있어 피켈로 쪼개고 돌 징검다리를 이용해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왼쪽으로 히든레이크캠프지에서 초르덴 방향으로 가면 나오는 길이 보인다. 그 건너편에는 도바테가 보이고 뒤편에는 고라파니마을과 위쪽으로 푼힐전망대가 보인다. 고라파니 밑으로 구불구불 내려오면 시카마을이 보인다. 그 밑으로 계속 내려가면 나오는 따또파니(온천)에서 노상온천욕을 한다.
내가 30년 전 안나푸르나지역에 처음 왔을 때는 포카라에서 버렌탄지로 와서 고라파니를 거쳐 푼힐로 올랐는데, 고라파니도 못 가서 울레리에서 자고 새벽에 푼힐로 올랐다. 그 당시는 진행이 별로라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하며 따또파니로 내려갔다. 여기서 보면 금방 내려갈 것 같았으나 깜깜해진 뒤에 따또파니에 도착했다. 거기서 베니까지 하루 만에 가는 강행군으로 지친 경험이 있다. 비도 간간이 내려 진행이 어려웠고 같이 온 일행들도 지치고 스트레스로 감정싸움이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여행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미련과 피로감으로 얼룩진 트레킹이었으나 치트완사파리 여행으로 모든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이곳 코프라 캠프는 파노라마뷰로 왼쪽에는 돌포가 멀리 산맥만 보인다. 그 옆에는 돌포 쪽 히말이 작게 보인다. 그 앞에 구르자히말과 다울라기리산군, 돌체피크로 이어지고 건너편으로 닐기리와 안나푸르나2봉 그옆으로 안나푸르나1봉과 안나푸르나 남봉이 보인다. 그 옆으로 우리가 넘어온 히든레이크패스가 보인다. 다울라기리와 돌체피크 옆으로 히든밸리가 살짝 보이는데 눈을 밟으며 트레킹하던 생각이 난다. 프렌치 패스, 다울라기리, 베니 등은 쉽지 않은 코스인데 두 번이나 지나갔다.
코프라 캠프는 안나푸르나에서 보기 드문 뷰포인트로 푼힐로 와도 되고 간드록에서 따다라니·도바테로 이어지는 코스로 오며 로지를 이용할 수도 있다. 오늘도 다울라기리 일몰로 구름에 가려 촬영을 못 하고 안나푸르나 방향만 해가 지고 나서도 늦도록 붉은 기운을 보내고 있다. 해가 지자마자 추위가 닥쳐 태양빛의 고마움을 느낀다.
1월 18일 토롱라의 체감온도는 영하 50℃
뷰포인트로 나갔다. 아침에 뉴스를 검색하던 뱀바 셰르파는 한국 여성이 안나푸르나 토롱라 패스에서 동사했다고 전한다. 서양인 2명도 같이 죽었다고 한다. 토롱라는 5,400m의 고개로 전부터 어려운 코스로 소문난 곳이다. 나도 1998년에 안나푸르나 라운드를 할 때 넘은 경험이 있다. 그때는 11월경이라 지금 1월보다 추위가 덜했는데도 같이 간 스태프들이 1명만 남고 다 도망가다시피 넘어가고 말았다. 촬영을 어렵게 마치고 부터나트 쪽으로 넘어가니 스태프들이 바람이 안 부는 안전지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토롱라는 체감온도 영하 40~50℃의 강추위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복장이 허술하면 20~30분에 온몸이 얼어버린다. 근처에 사람이 있어도 각자도생, 쉽게 도울 처지가 못 된다. 순식간에 얼어서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혼자 다니는 사람과 가이드 한 명만 대동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간혹 만났다. 무모한 여행이다. 목숨 걸고 이곳 히말라야에 와서 사망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코프라 캠프만 해도 안전지대인데 그전 며칠간을 강추위와 강한 바람에 시달리며 왔다. 토롱라는 이곳보다는 몇 배 추웠을 것으로 판단하는데 돌포 여행 막바지에 토롱라 맞은편으로 내려온 적이 있다. 영하 30℃의 추위에 바람이 부는데 앞을 보면 얼굴이 얼어 옆을 보며 진행한 적도 있다. 기분이 언짢은 마음으로 오른쪽으로 내려온다.
개 두 마리는 코프라에 남기고 데려오지 않았다. 여행 막바지에 개들의 처지를 두고 걱정이었다. 개들은 우리가 내려가는 것을 바라보다 이내 냉정하게 돌아섰다. 코프라에서 음식을 구걸해서 먹으면 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촬영하는데 왼쪽 마을도 보고 아래쪽 힌두탑까지 갔다 오고 아침부터 이곳에 남을 준비를 했나보다.
정글을 지나는데 원시림으로 고목들이 많다. 길은 명확한데 수리가 안 돼 애를 먹었다. 사람이 별로 안 보이는데 아랫마을 강가로 내려가서 산단다. 이곳보다 강가가 따뜻해 겨울은 아랫마을, 봄이 오면 이곳 마을로 온다고 한다. 마을 옆에는 큰 농토가 있다. 산간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농토로 마을의 규모를 알 수 있을 정도다. 큰 농경지 가운데는 힌두탑과 나무가 조화롭게 있다. 힌두탑은 초입과 우리 캠프지 옆 두 군데 있다.
밭에 심어 있는 유채가 노랗게 활짝 핀 곳도 있다. 벌들이 꿀을 채취하기 위해 윙윙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앞에는 안나푸르나산군이 버티고 있어 이 농경지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 고도는 1,500m이다. 이틀 사이 고도를 갑자기 낮추니 저산증에 몸이 무겁고 목이 마른다. 고산증도 있지만 저산증도 있다. 긴장이 풀린 것도 원인이리라. 블랙커피로 긴장을 녹인다.
따또파니에서 시장을 본 스태프 2명이 합류했다. 양고기는 못 샀다고 한다. 카트만두에서는 1kg에 2,000원 이상이라 이제 네팔에서 양고기를 먹는 건 사치가 되었다. 닭고기와 럭시를 사와 저녁에는 모처럼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한다. 내일부터 노스페이스(안나푸르나 2봉의 북면) 코스로 가야 한다. 마지막 코스를 마무리하기 위해 힘을 비축했다. 이곳 주민들도 친절히 맞아준다. 외국인 트레커가 반가운 모양이다. 다른 지역의 발전을 보고 관광으로 돈 버는 것이 제일 쉽다는 것을 알게 돼 코스를 개발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친절교육을 받았나보다. 안나푸르나 남봉과 2봉이 저녁노을에 붉게 물든다. 왼쪽의 닐기리봉은 외롭게 빛을 발하고 있으나 덩치가 작아 역부족이다.
1월 19일 지프 불러 이틀 길을 하루에 주파
간만에 깊은 잠을 잤다. 그동안 매일 자정 무렵 깨어 잠을 설쳤으나 고도를 낮추고 온도가 따뜻하니 긴장이 풀리며 깊은 잠에 빠져 새벽에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다. 텐트 밖에는 찬바람이 살살 분다. 안나푸르나산군은 서쪽 사면이라 구름만 살짝 붉게 물들인다.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캠프지 앞쪽 밭을 벗어나니 새로 만든 찻길이 나온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 옛날 길로 내려가면 된다. 첫 번째 구름다리가 나오고 살짝 올랐다 내려가면 두 번째 구름다리가 나온다. 방향을 바꿔 남쪽 사면에서 서쪽 사면으로 내려간다. 지그재그로 내려가는데 건너편 능선을 오르고 있던 산양 두 마리가 인기척을 느끼고 숨어 버린다.
계곡에는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중장비 소리와 힘찬 물소리가 울린다. 오전 10시쯤 수력발전소 공사현장에 도착했다. 점심식사 준비할 장소를 찾는데 온통 먼지투성이라 위쪽으로 오르다 골재 공장 옆 조그만 집에서 점심을 해먹었다. 이곳부터 15km는 찻길이 있다고 한다. 수력발전소 현장이 위쪽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차가 다니는 길에는 먼지가 많아 걸어 오를 수 없다. 푸석푸석한 길에 차라도 오면 먼지를 뒤집어 써야 하기 때문이다. 뱀바 셰르파에게 따다파니에서 지프 두 대를 불러달라고 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차가 도착했다. 짐을 싣고 출발한 불레로 지프는 급경사를 잘 오른다. 4륜까지 쓰며 운전사는 노련하게 오르는데 길이 험해 차가 망가지는 소리가 난다. 오르막에 굴곡진 길을 가려면 속도를 줄일 수 없다. 막무가내로 차를 몰다 보니 손상이 많은 것이다. 그래도 불레로 지프는 힘차게 오른다. 이틀 걸릴 걸 하루에 온 셈이다. 스태프들은 즐거워하며 드라이브를 즐겼다. 그러나 길이 험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계곡의 돌 절벽을 깎아 만든 길은 언제든 낙석 위험이 있고 무너질 염려가 있는 것이다.
지프에서 내려 안나푸르나 노스페이스로 오른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물줄기가 세차다. 맑은데도 뿌연 게 석회질의 물인 듯하다. 길은 잘 만들어져 있는데 돌계단의 연속이다. 계곡의 큰 바위들은 수많은 세월에 물과의 씨름에서 갖가지 모양으로 변형되었는데 깊게 구멍이 파인 것도 있다. 우기에 돌들이 떠내려 오며 구멍을 판 것 같다. 다리 못미처에 잡초가 우거진 캠프지가 있다. 평평하진 않으나 오늘 캠프지는 이곳이 적격이다. 풀을 잘라내고 다듬어서 굴곡진 곳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 네팔도 지역과 종족을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 스태프들은 그룹을 나눠 휴대폰으로 노름을 하는데 조금의 돈도 오간다. 그들의 유일한 오락인 것이다.
산길에 도깨비풀이 많아 옷 이곳저곳에 붙어 떼는 데 애를 먹는다. 먼지가 많은 길을 걷다 보니 옷과 몸이 더러워져 엉망이다.
네팔 수력발전은 10년 전만 해도 마을 단위의 소수력발전을 주로 했다. 큰 수력발전소는 랑탕 방면 토리슬리시 근처에 우리나라 기업이 건설해 준 것이 시초다. 그러나 최근 10년 새 중국 자본과 기술이 들어오며 대규모로 공사한다. 히말라야 큰 계곡들은 거의 수력발전소를 건설 중이거나 건설해 이제 네팔도 전기 생산량이 많다고 한다. 게다가 건설장비가 많이 들어오니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매년 네팔 산간마을을 찾으며 토목기술이나 장비를 다루는 기술 등이 발전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오늘 방문한 지역도 물을 이용해 여러 군데의 수력발전 터빈을 돌리는 공사를 대규모로 하고 있다.
1월 20일 길가 이곳저곳에 어린 눈표범 배설물
새벽부터 서둘렀다. 지프차 운전사 말로는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컴컴한 새벽에 짐을 챙겨 여명이 틀 무렵 출발했다. 캠프지 앞 구름다리가 부실해 한 명씩 건넌다. 길은 잘 만들어져 있다. 오르막은 지그재그로 오른다. 고도 3,000m 정도에 자생하는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계곡 물이 세차게 흐르고 간간이 양옆 물이 얼어 고드름이 길게 달려 있어 촬영하기 바쁘다. 폭포도 보인다. 이곳은 고드름 폭포 계곡 등 풍경이 좋다.
노스페이스 방향으로 구름이 짙게 끼어 마음이 무겁다. 길가에 누군가 돌을 쌓아 길 이정표를 만들어 놓았다. 야간이나 눈이 내리거나 하면 요긴할 것 같다. 산모퉁이만 돌면 금방 도착할 것 같은데 막상 가면 또다시 오르막 내리막을 해야만 했다.
길가에 어린 눈표범의 검은 배설물이 몇 군데 보였는데 무얼 잡아먹었는지 궁금하다. 하늘이 뚫리고 있다. 구름이 물러나고 있는 것이다. 베이스캠프가 가까워지며 날씨가 좋아지고 찬바람도 잠잠해진다. 옆에 안나푸르나1봉을 바라보며 한참을 가서야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오른쪽에 빙하를 끼고 있다. 집이 한 채 있고 앞에는 힌두사원과 조그맣게 불교 기도처를 만들어 부처를 모셔놓고 있다.
노스페이스 베이스캠프는 바닥도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어 아늑하고 편안하다. 주변 설산은 구름에 가려 있고, 안나푸르나 1봉만 구름이 물러나고 새로 발생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일기가 나쁘면 하루를 더 지내야 하기 때문에 스태프들은 나무를 태우며 구름이 걷히기를 기원했다. 그래서인지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오늘의 일몰사진이 좋기를 바라며 뷰포인트에서 기다리고 있다. 추위를 참으며 대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원한다. 닐기리 쪽 사면은 응달지고 구름이 진해 화가 난 모습을 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가끔 눈사태로 굉음을 내는 것을 산이 화를 내는 것으로 여긴다. 히말라야는 바다가 융기한 노년기 산이다. 절벽 길을 걸으며 겁이 날 때도 여러 번이다. 신에게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
계곡을 끼고 오르는 오늘 코스는 원시적인 모습으로 볼 것이 많아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것 같다. 스태프들은 추운데도 불구하고 얼음을 깨뜨려 물을 떠오고 있다. 앞에는 만년설의 빙하가 녹아 조그만 호수가 형성되어 있다. 매일같이 조금씩 녹아 호수에 내려오면 그 물이 계곡물이 된다. 닐기리 방면과 이쪽 안나푸르나 방면의 물이 합해 내려간다. 이 물로 수력발전소의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1월 21일 네팔에서 한국의 명절상을 차리다
노스페이스의 밤, 눈사태가 다섯 번 났다. 새벽 1시 조금 지나 천둥보다 요란한 소리가 난다. 그 여운은 오래 간다. 안나푸르나 2봉이 8,000m대 산이라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데도 오래 걸리고 눈사태가 낙석 등을 동반하고 내려와 한참을 돌 구르는 듯한 소리가 나서 우리 캠프까지 밀려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만년설의 눈사태가 이곳 베이스캠프에서는 연거푸 일어나고 있다. 정상을 등정하는 분들은 신의 도움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조금 서둘러서 짐을 챙겼다. 구름이 없어져 시야가 좋아 어제 못 보던 닐기리산군과 돌체피크산군도 선명하게 새벽을 맞이했다. 스태프들을 미리 내려 보내고 마마와 뱀바 셰르파와 함께 호수 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서 닐기리봉의 아침 햇살을 촬영했다. 호수는 꽁꽁 얼었으나 혹시 깨질까 싶어 피해서 들어갔다.
운이 좋아 만족스러운 촬영을 하고 출발한다. 계곡의 고드름을 촬영하며 다시 못 볼 노스페이스를 여러 번 뒤돌아봤다. 어제는 구름에 잠겨 있던 돌체피크가 마지막까지 배웅을 한다. 길 옆 절벽에 여러 군데 석청이 매달려 있다. 따기 쉬운 높이의 것들은 누군가 잘라간 흔적과 장대가 보인다. 길가에 석청의 번짐이 어지러이 있는데 꿀은 없는 것 같다.
절벽지대를 지나는데 얼마 전 떨어진 낙석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사태 위험도 있고 길이 좁아 트럭과 맞닥뜨리면 한참을 뒤로 빼주어야 했다. 고도를 낮추어 내려가니 날씨가 더워 에어컨을 켜야 했다. 점심을 먹을 때도 응달에서는 추워서 살살 왔다갔다 했는데 햇살이 비치는 순간 따뜻함을 느낀다.
지나온 길 주변에 수력발전소 건설 관련 공장, 중장비, 숙소 등 여러 시설이 줄지어 있다. 이제 네팔에도 돈이 순환돼 경제가 변하는 것을 느낀다. 온천인 따또파니에 도착했다. 이곳은 꽤 여러 번 다녔던 곳이라 낯설지 않다. 로지에 텐트를 치고 오랜만에 몸을 씻으러 노상온천으로 갔다. 외국인은 나뿐이고 모두 네팔사람들이다. 전에는 외국인 전용 시설이었다. 네팔 여인들도 부끄럼 없이 몸을 닦는다. 나는 목욕문화에 익숙해 있지만 스태프들은 뜨거운 물에 익숙지 않아 들어가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한다.
내일은 설날이라 음식과 과일을 준비해 한국 명절을 스태프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네팔 명절인 러사인축제나 티아르축제는 많이 겪어 봤지만 이곳에서 설을 보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준비해 즐겁게 지낼 것이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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