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테슬라'…카드사들 웃는다

이경남 2023. 7. 1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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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륜 Y모델 가격 낮춰 출시…계약금 400억 쌓여
카드사 8억원 수수료…할부금융 잔액 증가도 기대

우울한 카드업계에 뜻밖 호재가 터졌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 14일 중국산 모델Y RWD(뒷바퀴 굴림)은 국내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 차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모두 수령할 경우 4000만원대까지 실구매 가격이 떨어지는데, 이에 계약이 몰리고 있다.

특히 계약 때 가장 편리한 결제 수단이 신용카드이다 보니 계약금이 카드사에 쌓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카드사들도 '테슬라'의 열풍에 짭짤한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4000만원대 테슬라에 계약 몰려

18일 PG(전자결제대행)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신용카드사를 통해 이뤄진 '테슬라' 결제 금액은 4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14일 하루에만 350억원가량 결제됐고, 며칠간 모니터링 결과 테슬라에 결제된 금액이 종전보다 많게는 1만%이상 적게는 5000%이상 폭증했다"며 "대부분이 14일 출시된 테슬라 모델Y RWD 제품의 계약금 결제분인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구매 때 계약금은 10만원이 통상적이다. 다만 테슬라는 이번 Y모델 RWD를 판매하면서 계약금을 300만원으로 책정했다. 14일 이후 PG업계 파악된 결제 금액 중 대부분이 계약금 명목일 것을 고려하면 약 나흘간 1만대를 훌쩍 넘는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의 월 판매량이 1만대가량(올해 1~6월 그랜저 하이브리드 6만2970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 열풍'이나 다름없다.

테슬라는 모델Y RWD의 국내 판매 가격을 5699만원으로 내놨다. 이는 일정 주행거리 조건을 충족할 경우 5700만원 미만인 전기차에 정부가 구매보조금을 100%를 지급하는 것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자 "4000만원대로 테슬라를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번지며 계약이 몰린 것이다.

PG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를 4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점에 더해 향후 계약을 취소하더라도 수수료 등을 제하지 않고 전액 환불하는 규정이 있어 일단 계약하고 보자는 수요가 몰린 듯하다"며 "계약이 모두 실제 차를 인도받고 차 대금을 모두 지급하는 판매 완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온라인으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금 납부는 카드결제만 가능하다. /이미지=테슬라 홈페이지

카드업계 '테슬라' 호재에 모처럼 방긋

카드업계는 '테슬라'의 돌풍이 반갑다. 시장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비용 상승, 충당금 적립 등으로 수익성 지표가 연일 악화하는 가운데 적지 않은 이익을 올릴 기회라서다.

이는 '딜러' 없이 판매하는 테슬라의 판매 전략 덕에 가능하다. 차량 구매가 전화(ARS)나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특히 온라인 계약은 카드 결제만 지원한다. 통상 카드사들은 결제 금액의 2%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다. 카드사들은 이번 테슬라의 계약금 입금만으로 나흘 사이 약 8억원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확보한 셈이다.

'테슬라' 훈풍은 해당 모델 계약자들이 최종 계약을 위해 카드사들이 취급하는 자동차할부금융 상품을 이용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는 계약 이후 잔금 납부 방법으로 현금 납부, 운용리스 상품을 통한 납부, 대출을 통한 납부 등을 지원하는데 운용리스 혹은 대출 납부 때 카드사들이 취급하는 자동차금융 상품이 주로 사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신한 △KB국민 △삼성 △하나 △우리 △롯데 6개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관련 수익은 962억950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773억7600만원과 비교해 24%가량 증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자동차 할부금융이 수익성 보완의 대안 되고 있다"며 "테슬라의 판매량 증가로 유입되는 할부금융취급액은 향후 4~5년간 회사들의 수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테슬라의 판매 흥행은 카드사들에게도 호재라고 판단한다"며 "이번 기회에 유입된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 경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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