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지스함 동급 ‘정조대왕급’ 구축함 필살기···해상에서 ‘김정은 지하은신처’ 타격[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7.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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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함 2배, 1800km표적 1800개 탐지
수백㎞ 떨어진 내륙 지역 지하시설 마비시켜
탄도미사일·대함미사일·순항미사일 격추 가능
핵 공격땐 함상서 탐지·추적···탄도미사일로 요격
‘다층방어’···해상 탄도탄 방어 핵심은 이지스함
탐지자산 SPY-1 레이다만 운영하면 요격은 어려워
SM-6 사거리는 240~460㎞···짧은 탄도탄에 국한
중거리·대륙간 탄도탄(IRBM·ICBM) 요격에 SM-3급
주요도시 해상 이지스함 배치··· 탄도탄 방어력 제공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사진 제공=해군
[서울경제]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군사를 담당하는 그의 딸인 여신 아테나에게 건네 준 방패가 있다. 이 방패는 어떤 창도 막아낸다고 해서 ‘신의 방패’로 불린다. 그리스어 ‘아이기스’의 영어식 발음이 이지스(Aegis)로 강력한 방어능력, 즉 이지스 전투체계(Ageis System)을 탑재한 함정이란 의미로 통용된다.

이지스함은 탄생 배경에는 적의 기습적인 공격 위협에 따른 큰 피해를 줄이려는 방어 목적이 있다. 1940년 11월 영국 항공모함 일러스트리어스함에서 소드피쉬 뇌격기 21대가 출격해 이탈리아 납부 타란토 항구에 정박 중이던 전함 3척 침몰, 순양함 2척 대파, 유류저장소 파괴 등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1941년에는 일본이 선전포고 없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해 미 태평양함대 전함 7척 격침, 200여대 항공기 파괴의 성과를 올렸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는 이스라엘 구축함이 이집트 해군 유도탄정이 쏜 소련제 스틱스 미사일에 격침되고, 1982년엔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은 포클랜드전쟁에서 영국 해군 방공구축함이 프랑스제 대함미사일 한 방에 침몰하면서 기습적인 대함미사일 공습에 대한 방어력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결국 강력한 함대방공 능력을 갖춘 이지스 시스템이 개발되고 1983년 세계 최초로 미 해군이 이지스 순양함 ’카이콘데로가(Ticonderoga)함’이 탄생했고, 1991년부터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이지스 구축함이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까지 해안 경비에 치중하던 한국 해군도 더 넓고 먼 바다로의 나아가기 위해 이지스 구축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9월 건조를 시작해 2007년 5월 25일 진수했다. 360도 전방위를 감시하는 스파이-1D 이지스 레이더와 각종 미사일, 기관포로 3중 방공망을 갖췄다. 최대 1000㎞ 떨어져 있는 항공기나 미사일을 찾아낼 수 있고, 90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도 가능해졌다. 바로 ‘세종대왕함’이다. 대한민국 해군의 첫 이지스 구축함이다. 길이 135m, 경하 배수량 3,200톤급으로 이전보다 향상된 대잠전 능력, 함대공 유도탄, 근접방어 무기체계 등 현대적 전투체계를 갖춰 자함 방공능력을 갖춰 해역 함대의 지휘함 역할을 한다.

해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이 지난 2014년 7월 하와이 근해에서 실시된 림팩훈련에 참가해 외국 함정들과 함께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도입으로 대한민국 해군은 북한을 상대하는 데 주력하는 연안해군에서 원양항해 능력과 현대적 전투능력을 갖춘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구축함 숫자가 늘어나면서 해군 전투력은 한층 강화되고 활동반경도 넓어졌지만, 미사일 위협이 강해지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보다 더 강력한 구축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가 그리는 이지스 구축함을 활용한 방어체계 미래는 이렇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포착되자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해군 구축함이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 이 미사일은 극초음속(시속 6000㎞ 이상)으로 날아가 북한의 미사일 방어체계 요격을 피해 발사 거점을 초토화시킨다. 동시에 구축함 주변 호위함은 작전 구역 근처에서 잠항하던 북한 잠수함을 양자 센서로 감지하고 대잠어뢰를 발사해 격파하며 이지스함을 보호함으로서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과 호위함 ‘충남함’이 협력한 성공적인 방어체계를 달성하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탐지부터 요격까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해상전력으로 활약에 이지스구축함이 중심이 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이지스 구축함의 방어·공격력 개선 사업도 착수했다. 지상 발사 현무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수상함에서도 지상 공격용 미사일을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정조대왕급 이지스함과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에 탑재할 함대지 탄도미사일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했다. 오는 2036년까지 6100억원을 들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연구개발 및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도 방위사업청의 ‘함대지 탄도 유도탄 사업’에 대한 타당성 평가에 들어갔다. 올해 안에 평가 결과가 나오면 방사청은 2036년께 전력화를 목표로 개발에 들어간다.

수백㎞를 날아가는 함대지 탄도미사일이 실전배치되면 서해는 물론 동해에서도 한이 내륙에 지은 핵·미사일 관련 시설과 전쟁지도부를 겨냥한 한국군의 ‘창’이 한층 날카로워지게 된다. 북한의 미사일 요격 방어가 주 임무였던 이지스 구축함에 함대지 탄도 유도탄이 탑재되면 해군의 ‘수중 킬체인’이 한층 보강되는 것을 비롯해 북한이 지대공 방공체계를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함상에서 발사되는 탄도 미사일은 기존 순항 미사일의 단점도 보완해줄 핵심 전력이 될 것이다. 북한으로선 군사적 위협이 한층 가중되는 셈이다.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의 SPY-1D레이더 모습. 사진=방사청 블로그 캡처

현재 한국형 구축함 12척으로 3단계 함급으로 나뉜다. 형태와 톤수, 기능이 같고 연이어 건조된 함정들의 경우 이를 ‘함급’이라 부른다. 이름이 같은 함급의 첫번째 함정(선도함 또는 1번함)을 그 함급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게 통상적이다. 1단계(3200톤급)로 광개토대왕·을지문덕·양만춘 등 세 척을 ‘광개토대왕’급으로 부른다. 2단계(4400톤급) 6척을 ‘충무공이순신’급으로, 3단계(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 3척(세종대왕·율곡이이·서애류성룡함)을 ‘세종대왕’급으로 부르는 것이 이 같은 이유다.

해군이 2008~2012년 간 도입한 세종대왕급(광개토-Ⅲ Batch-Ⅰ) 이지스 구축함은 3척은 미 록히드마틴이 만든 이지스 전투체계 중에 최신형인 ‘베이스라인 7.1’을 채택했다. 문제는 베이스라인 7.1은 탄도미사일 탐지와 추적은 가능하지만 요격능력은 없다. 반면에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급 구축함은 성능개량을 통해 탄도미사일 대응과 방공작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베이스라인 9’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요격이 가능한 SM-6 함대공미사일과 고고도 요격이 가능한 SM-3 함대공미사일 운용이 가능해졌다.

세종대왕급이 미국, 일본 이지스함보다 뒤처지면 성능개량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서 시작된 사업이 ‘광개토-Ⅲ 배치-Ⅱ’로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배치-Ⅰ)보다 성능이 좋아진 ‘한국형 구축함 3단계 두번째 건조사업’을 말한다. 앞서 전략화한 세종대왕함(2008년 12월 22일 취역), 율곡이이함(2008년 11월), 서애류성룡함(2011년 3월) 등은 광개토-Ⅲ Batch-Ⅰ사업에 속한다.

광개토-Ⅲ는 이지스 구축함 획득사업으로 Batch-Ⅰ은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다. 배치 숫자가 높아질수록 함정 성능이 좋아진다. 이번에 진수해 내년에 해군이 전력화하는 정조대왕함은 Batch-Ⅱ의 1번함이자 해군의 네 번째 이지스 구축함이 된다. 광개토-III 배치-II는 2014년부터 2028년까지 총 4조4196억 원을 투입한 신형 함정 건조사업이다. 정조대왕함은 길이 170m, 폭 21m, 경하톤수(함정이 화물, 연료, 맑은 물 등을 싣지 않고 물에 떠 있을 때 배수량)는 약 8200t으로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7600t급) 보다 훨씬 커지고 전투능력이 향상됐다. 정조대왕함 이후 건조될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2척도 ‘정조대왕급’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이 환태평양훈련에서 함대공 유도탄 ‘SM-2’를 발사하는 모습. 사진=방사청 블로그 캡처

정조대왕급은 기존 광개토-III 배치-I 세종대왕급 구축함에 비해 탄도탄 대응과 대잠수함전 능력이 향상된 함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이스라인 9를 탑재하며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요격을 위해 7600억원을 들여 2031년까지 SM-6를 도입할 계획이다. SM-6는 미국과 한국 등에서 사용하는 SM-2 함대공미사일의 성능을 높인 것이다. 최대 460㎞까지 날아가며, 고도는 34㎞에 달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적기가 대함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먼저 공격할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세종대왕급도 베이스라인 9과 SM-6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성능개량을 추진한다. 다만 이같은 작전을 펼치려면 E-2D 조기경보기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해군은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가 없다.

일각에서는 SM-3를 도입해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강해지는 것을 감안해 ‘함정이나 함대의 위협에 맞선다’는 해군의 기존 방공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탄도미사일 방어 역할을 추가해 고고도 요격이 가능한 SM-3 함대공미사일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군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도입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2023년 국방예산에도 SM-3 도입 관련 실태조사비가 일부 반영됐다. 반면 최저 요격 고도가 90㎞인 SM-3로 요격할 수 있는 북한 탄도미사일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조대왕함에 장착된 주요 장비들. 사진 제공=해군
정조대왕함 항해 예상 장면 이미지. 사진 제공=방위사업청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장착한다. 순항미사일은 명중률이 높으나 위력이 약하다. 느리고 낮게 비행해 방공망에 요격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파괴력이 강하다. 3000t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SLBM과 유사한 특성을 지녀 북한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준의 관통력, 전파방해를 극복하는 능력 등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중량은 1t 안팎으로 추정된다.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구축함에 탑재된 한국형수직발사체계를 통해 발사된다.

해군이 보유한 해룡 함대지 순항미사일은 벙커를 무력화할 능력이 취약하다. 공군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나 육군 탄도미사일과 비교할 경우 지상 타격작전을 펼치면 후순위로 밀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이같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춘 무기체계다. 이지스 구축함이 이들을 장착하고 있다면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지하시설을 파괴할 능력은 물론 해상에서 타격할 수 있는 북한 내 주요 표적의 숫자도 훨씬 늘어난다. 평소에는 전략적 억제력을 발휘하면서 유사시에는 전술적 차원에서도 쓰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북한 핵, 미사일 요격체계에 첫 단추로 핵심자산이라는 대목이다. 미국 미사일 방어국(Missile Defense Agency)에서 작성한 탄도탄의 단계별 요격 개념을 한국 실정에 맞춰서 재구성하면 아래에 있는 ‘북한 미사일 요격체계 개요’와 같다. 함상에서의 탄도탄 발사가 그 시작으로 이후에 각 단계별, 고도별로 요격 단계로 무기체계가 달라진다.

북한 미사일 요격체계 개요.

이 개념은 ‘다층방어’로 불린다. 발사된 적의 탄도탄을 원거리, 고고도에서부터 요격을 시도하는데 첫 번째 요격에서 실패할 경우에는 다음 단계 또는 하위 고도에서 방어하는 개념으로서, 요격에 실패한 탄도탄을 축차적으로 요격해 격추 확률을 높이는 개념이다. 예컨대 북한이 발사한 스커드 등의 탄도탄은 상승 단계나 중간 단계에서 요격에 실패하면 종말(하강) 단계에서 THAAD가 1차 요격을 하고, THAAD가 요격에 실패하면 L-SAM이 추가 요격을 실시하고, L-SAM마저 요격에 실패하면 패트리어트, 천궁-II가 마지막으로 요격하는 개념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탄도탄 방어체계는 육상방어 위주로 북한의 탄도탄(스커드 등) 공격에 대비해 탄도탄 방어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한국의 ‘해상 탄도탄 방어’가 강화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핵심 전략자산이 이지스 구축함이다.

첫 번째 차세대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 전경. 사진 제공=

현재 우리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은 탄도탄 요격 무기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탐지자산인 SPY-1 레이다만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탄도탄을 발사할 경우 탄도탄 발사 및 발사 이후 탄도탄의 비행경로만 추적할 수 있을 뿐, 북한이 탄도탄을 우리 군 함대(또는 국내 주요도시)로 발사할 경우 이에 대한 방어(탄도탄 요격)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조대왕급부터 SM-6를 장착함으로써 해상에서 탄도탄 요격 능력을 보유하려는 게 군 당국의 계획이다.

하지만 SM-6가 해상에서 모든 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는 만능선수는 아니다. 즉 SM-6의 사거리는 240~460㎞로서 상당히 길지만 탄도탄과 교전할 수 있는 사거리가 아니다. 따라서 SM-6가 교전할 수 있는 북한의 탄도탄은 스커드 계열이나 KN-23 개량형 등 비교적 사거리가 짧은 탄도탄으로 국한될 것이며, 함대 방공(탄도탄 방어) 범위 또한 사거리 240~460㎞에 비해 매우 제한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커드보다 사거리가 긴 준중거리·중거리·대륙간 탄도탄(MRBM·IRBM·ICBM) 등을 요격하기 위해 SM-3급의 긴 사거리와 높은 요격고도를 가진 무기체계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해군도 이런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에 SM-3를 탑재할 경우 중간 단계 요격이 가능해져 탄도탄 방어에서 상당한 융통성을 가지게 된다. 주요도시 인근 해상에 SM-3를 탑재한 이지스함이 위치할 때는 그 도시에 대한 탄도탄 방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정조대왕함은 시운전 평가 기간을 거쳐 2024년 말 해군에 인도된다. 정조대왕함 이후에 만들어지는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2척도 정조대왕급으로 불리게 된다. 7월 초에는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광개토-III Batch-II) 2번함이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갔다.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전력화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서해와 동해, 남해 바다 3면에서 작전을 펼친다면 대한민국의 해상 방어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이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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