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등장과 스톡 콘텐츠 갤러리[IT칼럼]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돈이 든다. 이 글에 삽입되는 사진이나 일러스트도 누군가는 찍고 그려야 한다. 하지만 전부 새롭게 수작업으로 작업하려면 품이 든다. 삽화 정도라면 예전에 그려뒀던 그림이나 찍어 둔 사진을 돌려쓰면 된다. 적당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스톡’ 업체와 계약해 그곳의 재고를 가져다 쓴다. 누군가는 그곳의 재고에 작품을 공급하며 돈을 번다.
스톡 업체로는 세계적으로 셔터스톡과 게티이미지가 유명하다. 주로 프리미엄 미디어에서 활용되는 게티이미지에 비해 셔터스톡은 그 박리다매적 성격 덕에 소규모 기업이나 프리랜서들이 애용하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바로 DALL-E나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 생성형 AI. 이 AI는 일러스트와 사진을 재고가 아닌 ‘오마카세’(그날의 재료로 준비한 요리)로 바로 만들어 준다.
스톡 콘텐츠 갤러리들은 생성형 AI의 등장에 고객 이상으로 놀랐다. 고도로 맞춤화된 신선한 스톡 이미지를 즉석에서 생성할 수 있으니 이보다 큰 위협은 없는 셈. 게티이미지가 저작권 위반 혐의로 오픈소스 이미지 생성기인 스테이블 디퓨전 개발사를 고소한 행보는 당연해 보였다. 게티이미지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작품의 유통도 금지했다. 학습데이터의 저작권 위반을 걱정한다는 명분이었는데, 사람이 만든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기도 하다.
셔터스톡은 오히려 ‘오픈AI’와 6년간의 파트너십을 연장해 자사의 동영상, 이미지 및 음악 라이브러리에 대한 접근권을 부여함으로써 고품질의 학습데이터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가로 셔터스톡은 DALL-E의 텍스트-이미지 생성 기능 같은 오픈AI의 신기술로 자신들을 플랫폼화할 수 있게 됐다. 셔터스톡(SSTK)의 주가는 이 뉴스로 9% 이상 상승했다.
셔터스톡은 오픈AI를 비롯해 엔비디아, 메타, LG 등의 회사와 협력해 3D 모델, 이미지, 텍스트 전반에 걸쳐 생성형 AI 모델과 도구를 개발 중이다. 이미 셔터스톡은 메타가 4억달러나 들여 산 GIF 공유 플랫폼 지피(Giphy)를 영국 공정위가 인수를 불허한 탓에 5300만달러라는 헐값에 주워 들인 상태. 모바일 사용자에게도 GIF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생성형 AI를 제공할 수 있게 됐으니 진용이 갖춰진 셈이다.
셔터스톡은 ‘기여자 기금’을 운영해 아티스트의 작품이 생성형 AI를 학습하는 데 기여한 역할에 따라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프로라면 여러 생각이 들겠지만, 아마추어라면 이 정도의 수동적 불로소득(passive income)에도 감지덕지할지도 모른다. 현재 생성형 AI의 품질은 라디오 DJ나 성우를 얼추 복제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원고만 있다면 굳이 스튜디오에 내일부터 나오지 않으셔도 된다고 할 수도 있다. 대신 출연료는 좀 드리겠다고 하면 ‘웬 떡이냐’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이 여러 장르에서 벌어질 터다.
앞으로가 궁금하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학습 자료마저 필요로 하지 않는 날이 온다. 순수하게 인간이 만든 작품은 GMO 작물 속에서 발견하는 고가의 유기농 작물처럼 브랜딩되다가, 급기야 호사가의 전유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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