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왕보다 팀 승리, 우승이 중요” 야구 인생 역전 신민재, 전반기만큼 즐거운 후반기 다짐[SS인터뷰]

윤세호 2023. 7. 1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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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민재가 17일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자신의 인생도 그리고 팀 전력적으로 대반전을 이룬 전반기였다. 다시 무주공산이 될 수 있었던 2루에서 공수주 두루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입단 9년차에 주전으로 도약했다. 작년 1군 등록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올해 신데렐라맨으로 우뚝 선 LG 신민재(27)다.

신민재는 전반기 66경기 110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44 출루율 0.400 21도루로 활약했다. 지금까지 많은 지도자들이 신민재의 역할을 대주자로 규정지었지만 신민재는 자신에게 온 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주자에서 대수비, 대수비에서 꾸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2루수로 올라섰다.

타석에서는 꾸준히 찬스를 만드는데 찬스에서는 득점권 타율 0.375로 타점도 올린다. 빠른 다리를 이용한 넓은 수비 범위에 지난 6일 잠실 KT전에서는 선행 주자를 잡아내는 노련함도 보였다. 장기인 도루 또한 경험이 쌓이면서 보다 정확해지고 있다. 야구 인생 역전을 이루고 있는 신민재를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다음은 신민재와 취재진 일문일답.

-잊을 수 없는 전반기를 보낸 것 같다. 전반기를 잘 마무리한 소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서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팀이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한 게 가장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시즌 전에는 이 정도로 많이 출장 기회가 올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기회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어떻게 정신없이 하다보니까 이렇게 자주 출장하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 캠프부터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올시즌 전에 남다르게 준비한 게 있었나?

남다르게 많이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훈련을 많이 하기는 했다. 미국 가서도 훈련량이 많았다. 무엇보다 작년에 2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했던 게 올해 이렇게 할 수 있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당시 2군에서 2루수는 아니고 외야수였지만 그래도 매일 선발로 출장했다. 2군에서 못 치면 1군에서는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닌가. 그래도 작년에 2군에서 투수와 승부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자신감도 얻었다.

LG 신민재가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와 경기 3회말 2사2루 2루수 라인 드라이브 아웃이 되고 있다. 2023. 5. 31.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전반기 타격뿐이 아니라 2루수로서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이 많이 나왔다. KT전에서 빠른 판단으로 2루 주자 박병호가 3루로 진루하는 것을 잡기도 했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

공을 잡을 때 박병호 선배가 한 번에 뛰지 않고 한 번 멈추고 뛰는 모습이 들어왔다. 아마 바로 3루로 갔으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멈추는 듯한 동작이 보였고 3루에서 승부가 가능하겠다 싶어서 도전했다.

-그 플레이 하나가 수비 자신감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만일 그때 그냥 1루로 송구했으면 2사 3루가 됐을 것이다. 그러면 안타 하나에 동점이 됐다. 그 플레이를 계기로 수비할 때 여유 같은 것도 조금 생기는 것 같다.

-지난 인터뷰에서 김일경 수비 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특별히 하는 훈련이 있나?

강하고 빠른 타구를 받은 훈련을 꾸준히 한다. 수비 훈련할 때 코치님께서 마운드 부근에서 공을 쳐 주신다. 잡지 못할 정도로 강한 공을 쳐 주시는데 그러다 보니 실전에서 조금 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후 대주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적임자로 신민재 선수를 꼽았다. 그때부터 동기부여가 됐을 것 같다.

동기부여는 됐는데 그래도 성공해야 계속 기회가 온다. 마냥 좋다기보다는 시켜주신다고 했을 때 꼭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도루 실패에 따른 트라우마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극복했나.

극복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감독님께서 죽어도 상관없고 계속 뛰라고 늘 말씀해주셨다. 죽기도 했지만 한두 번 살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플레이 자체가 많이 편해졌다. 예전보다 편한 마음으로 도루에 임하고 있다.

LG 신민재(오른쪽)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와 경기 3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롯데 유격수 노진혁의 태그에 앞서 2루 도루를 하고 있다. 2023. 5. 30.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도루할 때 스타트도 좋아진 것 같다.

그 부분도 있다. 그런데 확실히 대주자로 나가는 것과 선발로 출전하는 게 다르다. 보통 선발 투수들은 중간 투수만큼 주자를 신경 쓰지 못한다. 슬라이드 스텝이나 견제 능력도 필승조 투수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이번에 선발 출장하면서 이 부분을 많이 느꼈다.

-타석에서 투수를 가리지 않고 안타를 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문동주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의 공도 안타로 연결했는데.

이 또한 선발로 나가서 다음 타석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 문동주와 승부의 경우 첫 타석에서는 공이 너무 빨라서 어렵다고 생각했다. 삼진을 당했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 다시 대비했다. 보고 친다는 느낌으로는 절대 못 칠 것 같아서 그냥 공이 지나가는 데에 맞춰 스윙만 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도 나왔다.

LG 신민재가 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T와 경기 5회말 1사2,3루 1타점 중전안타를 치고 있다. 2023. 7. 6.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요령이 생긴 것 같다.

한 타석 못 쳐도 다음 타석에 기회가 있는 게 그만큼 큰 것 같다. 선발 투수한테 못 쳐도 다음 중간 투수한테 칠 수도 있으니까 심리적으로 편하게 다가오는 것도 있다.

-경기를 보면 실수를 하거나 아쉬운 플레이를 한 후에 안타를 치는 등 좋은 플레이를 할 때가 많다. 그만큼 멘탈이 강한 게 아닐까 싶은데.

이 또한 선발 출장하니까 가능한 것 같다. 한 번 못 해도 다음이 있지 않나. 못하고 나서 특별히 집중을 더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고 계속 새로운 상황이 나오니까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비한다.

-전반기 마지막날 염경엽 감독이 3할 타율에 도루왕이면 골든글러브도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3할 타율에 도루 1위를 하고 있다. 후반기 각오를 말해달라.

당연히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하지만 유지하려고 하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해온 그대로 하겠다. 투수와 승부할 때도 해온 대로 붙어보겠다. 수비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하고 싶다.

-도루 1위에 대한 생각은?

지금 1위지만 모르겠다. (김)혜성이와 비교하면 내가 유리한 부분도 있고 혜성이가 유리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타이틀보다 팀이 이겨서 1위로 시즌 마치고 우승하는 게 중요하다. 타이틀만 생각할 수 없다. 도루는 상황을 보면서 하겠다.

-고교 시절 이후 가장 많이 내야수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어릴 적 꿈꿨던 야구를 지금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 고3 때 2루수를 많이 봤는데 그때 이후 처음으로 2루수로 나가고 있다. 코치님들도 그렇고 형들도 도움을 정말 많이 준다. (김)현수 형, (박)해민이 형이 늘 도와주신다.

-동료 얘기를 했는데 올해 LG가 정말 강한 타선을 구축했다. 신민재 선수도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1번 타자처럼 활약하고 있다.

사실 어느 타순에 들어가든 늘 내가 1번 타자라는 생각으로 야구를 한다. 그만큼 출루에 신경을 쓰고 칠 수 있는 공이 있으면 놓치지 않으려 한다. 주자가 있으면 연결해야 하고. 타순에 상관없이 그런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 좋은 동료들과 이렇게 야구할 수 있어서 정말 즐겁다.

LG 신민재가 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T와 경기 5회말 1사2,3루 1타점 중전안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 7. 6.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전반기 가장 기억에 남는 플레이가 있다면?

아까 말한 그 3루 송구 수비인 것 같다. 다른 수비는 타구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있었고 놓칠 수 있는 것도 있었는데 당시 수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족들도 정말 좋아할 것 같다.

그렇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게 가장 힘이 된다. 작년에 2군에 있을 때는 거의 이천에서 숙박하니까 가족들과 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만 보냈다. 지금은 1군에 있으니까 매일 가족들과 함께 있는다. 애들이랑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애들이 많이 좋아한다.

-애들이 아빠가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뭐라고 하나?

아직 많이 어리다. 그냥 야구 모자만 쓰면 다 나인 줄 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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