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세계유산

김재근 선임기자

1963년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우표가 나왔다. 체신부에서 이집트 누비아 유적을 담은 3원과 4원짜리 누비아 유적 보호운동 기념우표을 발행한 것이다.

유네스코는 1960년 이집트가 나일강을 막아 아스완하이댐 건설에 착수하면서 누비아 고대 유적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보호에 나섰다. 전세계 60여개 나라가 동참하여 8000만 달러를 모았고, 이 자금으로 1980년까지 장장 20년에 걸쳐 대대적인 발굴 및 이전 사업을 진행했다. 우리나라도 동참했다. 인류의 지혜와 노력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전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세계유산협약)'을 채택했다. 인류가 함께 손잡고 중요한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협약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세계유산목록에 올리고 보호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도 세계유산이 많은 나라이다.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창덕궁 등 문화유산 13개,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 자연유산도 2개로 모두 15개나 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56개)과 인도(40개), 이란(26개), 일본(25개), 터키(19개) 다음으로 많다. 우리나라는 기록유산 18개, 무형문화유산도 22개나 보유한 세계유산 강국이다.

자랑스런 백제역사유적도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 무령왕릉 및 왕릉원, 부여의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 왕릉원, 나성, 익산의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등 8개의 역사유적이다.

'2023년 세계유산축전'이 이달부터 10월까지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부여·익산)와 순천, 수원, 제주에서 열린다. 백제역사유적지구 행사는 이달 23일까지 다양한 체험·전시행사를 비롯 미디어아트와 창작공연, 백제캠핑원정대 등이 펼쳐진다.

백제대향로에서 보듯 백제는 당대 동북아에서 가장 빼어난 문화를 꽃피웠다. 중국 남조의 문물까지 받아들여 독창적이고 아름답고 선진적인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때 마침 여름 휴가철이다. 시간을 내서 찬란한 백제문화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