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필수의료 대책이 성공하려면'
서울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직원을 수술을 위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사건, 소아 응급 및 입원 진료 대란, 응급환자가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먼 곳까지 이송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 대책으로 정부와 국회에서 여러 정책이 나오고 있으며 이를 기회로 평소에 가졌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의사단체들의 움직임도 엿보인다. 해결책으로는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않는 병원에 대한 법적 제재, 필수 진료과에 대한 지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대책들이 탁상공론이라 비난받는다. 중증응급질환인 뇌졸중을 전공으로 하는 20년 차 의사의 입장에서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을 생각해본다.
현재 문제가 되는 필수의료는 중증응급질환들이다. 암도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질환이지만 응급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은 아니다. 중증응급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예후가 달라지는 질환으로 중증외상, 뇌졸중, 심근경색, 위장관출혈, 패혈증 등이 대표적이다. 중증응급질환에 대해서는 24시간, 365일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병원에서 그 분야의 의사로부터 야간과 휴일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증응급질환을 진료하는 진료과 의료진은 수련받는 전공의 시절부터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야간과 휴일에 당직근무를 해야 하고 이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에도 이어진다. 병원에 상주하며 당직근무를 하거나 집에서 대기하다가 연락을 받고 응급 수술이나 시술을 위해 병원에 가거나, 다른 의사로부터 전화 연락을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필수 진료과 의사의 당직근무에 대한 수당은 어떻게 지급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노동관계 법률에는 정규시간 근무 후 야간과 휴일에 근무하는 경우 초과근무 수당으로 통상시급의 150%를 지급하도록 돼 있으며, 야간시간(밤 10시부터 오전 6시)이 포함되는 경우 추가로 50%를 가산하도록 돼 있다. 즉, 정규시간의 50%에 해당하는 시간을 추가로 당직 근무를 하는 사람은 정규시간만 근무하는 사람에 비해 1.7-1.8배의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병원에서 중증응급질환을 진료하는 의료진이 정규시간의 1.5배를 근무하더라도 1.1-1.2배의 급여만 지급하고 있다. 병원 밖에서 대기하다가 연락을 받고 나와 응급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교통비 수준의 정액제 수당만 지급받기도 한다. 주 40시간만 근무하는 진료과와 비교해 필수 진료과에서 주 60시간을 근무해도 급여는 1.1-1.2배만 더 받는다면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젊은 의사들은 정규시간에만 근무하고 1.0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고자 함이 마땅하다.
병원 입장에서도 중증응급질환은 별로 달갑지 않다. 올지 안 올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중증응급질환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병상과 수술실을 비워두어야 하고,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 측면만 생각하면 같은 시설과 인력으로 촘촘히 예약된 환자들을 입원시켜서 정규 시술과 수술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게다가 중증응급질환은 빨리 치료를 받더라도 치료의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병원에서는 중증응급질환 진료를 위해 당직근무를 하는 의사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야간과 휴일에 추가로 근무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야간근무는 암과 심뇌혈관질환 발병의 위험인자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에서도 초과근무와 야간근무에 대한 가산 규정이 있을 것이다. 힘들고, 어렵고, 험하고, 위험하면서 보상도 적은 일을 사명감만 가지고 하도록 기대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혼자서 365일 대기하면서 환자를 진료했다고 말하는 선배 의사들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한 이유이다. 필수의료 대책이 성공하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필수 진료과 의료진에 대한 당직수당을 법에서 정한 원칙에 맞게 지급해야 한다. 이것이 필수의료 대책의 첫걸음이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그 어떤 것도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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