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홍콩 빌딩 투자 실패…다른 해외부동산 펀드 괜찮나

우연수 기자 2023. 7.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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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금리인상에 홍콩 노른자땅도 휘청…2800억 증발 위기
"코로나 직전 글로벌 부동산 자산 피크…고점에 매수했을 가능성"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국내 금융기관들이 홍콩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에 빌려준 2800억원이 증발할 위기에 놓이면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기관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업용 빌딩 등 해외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만기 도래 펀드들이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간담회를 열고 해외 부동산과 대체투자 관련해 증권사 리스크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4년 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빌딩)에 빌려준 약 2800억원의 대출금이 대부분 증발할 위기에 놓였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지난 2019년 4월 설정한 '멀티에셋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호' 펀드 자산의 80~100%를 상각할 예정이다.

홍콩 노른자 땅의 오피스 빌딩, 코로나·금리인상에 '휘청'

펀드가 투자한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은 홍콩 주룽반도에 위치한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이다. 빌딩이 있는 지역은 홍콩 정부가 34조원을 투자해 총 690만평 규모로 개발하는 새 중심업무지구로 현지에서도 투자 매력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1조원이 훌쩍 넘는 투자에 당시 싱가포르투자청(GIC),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유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국내에선 미래에셋이 유일한 투자자로 선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6월 메자닌 대출로 이 빌딩에 2억43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를 대출해줬다. 당시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자체 자금으로 200~400억씩 투자했으며 일부 은행을 통해서는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리테일 단으로도 판매됐다. 한국은행 노조도 조합비의 절반 가량인 20억원을 투자했다.

이 메자닌 펀드는 10개월 만기에 연 5.2% 기대수익률을 내세웠지만,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실률 증가화 홍콩 내 정치적 갈등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 운영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후 만기를 3년 넘게 미뤄온 펀드는 빌딩 매각으로 손실을 확정하게 됐다. 보증을 섰던 건물주 골딘파이낸셜홀딩스의 최대주주 판수통 회장이 파산하고 금리인상 등으로 빌딩 가격이 급락하면서 선순위 대출자인 GIC와 도이체방크가 빌딩 매각에 나섰고, 이들은 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매각 대금이 선순위 투자자들에게도 다 돌아가지 못해, 나머지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투자액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78조 '역대 최대'…금감원도 예의주시

문제는 코로나 발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금융업계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해외 부동산 투자는 10년 새 약 10배로 급격히 불어났으며, 특히 코로나 직전과 비교해서도 40% 급증한 상태다.

이에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펀드와 증권사들의 투자 현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은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오는 20일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기별로 부동산 시장 전망, 대체투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해 청취하고 리스크 강화를 지도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며 "이번 홍콩 오피스 손실로 증권사들도 각자 점검을 해봐야 하니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해 말 건전성 검사 차원에서 증권사들이 고유 계정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현황을 점검했고, 원리금 미상환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 보고받고 있다"며 "아직까진 미상환액이 급격히 커지는 등의 신호는 없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2019~2020년 글로벌 부동산 자산이 고점을 찍었을 때 투자된 건들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금감원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5년부터 해외 부동산 '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와 코로나 직전은 자산 버블이 고점에 다다랐을 시점이었다"며 "이후로는 버블이 꺼지다보니 당시 고가로 매수했다고 평가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은 77조7035억원으로 2019년 말 55조5435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특히 이번에 부실이 발생한 홍콩 빌딩처럼, 해외 부동산 투자의 약 70%가 오피스에 몰린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꾸준히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경고 신호를 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상승하고 있다"며 "재택 근무로 인해 오피스 부문 공싱률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스트레스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금융위기으로 전이될 것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과거 1980년대에 미국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수익 창출을 위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열중했던 소형 은행들이 연쇄 파산을 맞았다"며 "미국 오피스 공실률과 상업용 부동산 전반에서 나타나는 가격 하격을 맘 편히 바라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또 "그간 대체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한 만큼 외환시장 역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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