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죽는다] ⑪마약서 벗어나려는 청년들이 세상에 당부하는 말

이상서 2023. 7.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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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치료 모임 참가한 20대 청년들 "믿고 지켜봐달라"
"한순간 쾌락에 모든 걸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 저지르지 말길"

(서울=연합뉴스) 이슈팀 = "마약에 손을 댄 건 분명히 잘못이고, 어떠한 변명도 되지 않을 것을 알아요. 그래도 믿고 지켜봐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11일 오후 7시 서울 한 교회에서 진행된 마약 치료 모임인 '익명의 약물중독자들 모임(NA·Narcotics Anonymous)'에서 만난 오모(27) 씨와 홍모(25) 씨는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섞여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NA는 약물 중독에서 회복하길 바라는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단약(斷藥)을 위해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는 자조 모임이다.

2016년 기준 139개국에서 매주 6만7천여개 모임이 진행된다. 국내에선 서울 5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0곳이 운영되고 있다.

익명의 약물중독자들 모임(NA)서 만난 오모(왼쪽)씨와 홍모씨 [촬영 이건희]

대부분의 약물 복용자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된 계기는 지인의 권유였다. 개인적인 일로 힘겨워하던 이들에게 주변에서 '약물을 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오씨는 "처음 접했을 때 그동안 앓고 있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불면증 등이 나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물론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식욕 부진과 무기력증 뿐만 아니라 더 큰 우울증이 찾아왔고, 무엇보다 어느 순간부터 약물에 의지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결국 마약에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을 이어가다, 지난해 10월께 투약 사실이 적발돼 처벌을 받았다.

그는 "약물과 이별하고 새 삶을 살고 싶어 지난 3월부터 NA모임을 꾸준히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타까움'을 주제로 오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모임 구성원 중 한 명이 최근 퇴소를 했다"며 "같이 완전한 회복의 길로 가지 못한 게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씨도 지인의 권유로 마약을 시작했다. 이후 약 1년을 중독자로서의 삶을 이어가다 죗값을 치른 뒤, 4월부터 NA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평소 우울증을 앓아서 약물에 손을 댔다"며 "이전의 삶이 가짜라고 느껴질 정도로 큰 쾌락을 느꼈지만, 이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고, 환청이나 환각 작용도 겪으면서 살도 많이 빠졌다"고 털어놨다.

약물에 깊이 빠질수록 타인과 의사소통이 힘들어졌고, 약속도 어기게 되면서 거짓말도 늘었다고 한다. 친구들과도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11일 서울 한 교회서 진행된 마약 치료 모임인 약물중독자들 모임(NA) [촬영 이상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결심이 들어 경찰에 자수를 하고 치료 병원도 찾는 등 약물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고, NA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그는 "중독의 끝은 정신병원이나 죽음, 교도소밖에 없다"며 "한순간의 쾌락으로 모든 걸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말자"고 당부했다.

오씨도 마약에 손을 댄 사람에게 비극적인 결말은 정해진 운명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마약 투약으로 구속됐을 때였어요. 판매자를 비롯해 제조자, 마약을 운반한 '지게꾼', 투약자까지 다 같이 잡힌 모습을 보고서 '언젠가는 걸린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들은 약물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혼자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의 약물중독자들 모임(NA)서 만난 오모(왼쪽)씨와 홍모씨 [촬영 이건희]

홍씨는 "함께 견디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와 날 잡아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울타리가 꼭 필요하다"며 "행여나 단약에 실패하더라도 어두운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씨도 "마약에 손을 대서 '인생이 끝났다'고 자포자기한 청소년이 있다면 꼭 치료 공동체에 상담받아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며 "얼마든지 새 삶을 살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려는 이 청년들이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부탁하고 싶은 한 가지. '너무 안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우울증 환자처럼, 당뇨 환자처럼 약물 중독자도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벌을 받고 나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우리를 믿고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약물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받은 많은 도움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금연한 사람에게 '독한 녀석'이라고 농담처럼 말하잖아요. 약물 중독에서 벗어난 이는 '의지가 강하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지도록 노력해 볼게요."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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