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노원구 50층 아파트 탄생?… '지구단위계획' 큰산 남았다

신유진 기자 2023. 7. 1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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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하계·현대우성 재건축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7월8일 찾은 서울 노원구 하계동 '현대우성아파트'. 1988년 준공된 해당 단지는 벽면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고 일부는 금이 보이기도 해 연식을 가늠케했다. /사진=신유진 기자
50층 높이의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노원구 하계동 현대우성아파트가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등으로 서울 강북권 일대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에 뛰어든 가운데 현대우성아파트가 노원구 1호 초고층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7월8일 찾은 서울 노원구 하계동 '현대우성아파트'.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서 5분 거리로 단지 내에는 이중·삼중 주차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주차할 곳이 없어 주차장이 아닌 길가에도 차를 세운다"며 "주차 때문에 주민들이 민원을 넣고 있지만 해결책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과 마주보고 있는 이 아파트는 1988년 준공, 벽면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고 일부는 금이 보이기도 한다. 2~3층 규모의 단지 내 상가는 누렇게 변한 벽면 사이사이마다 곰팡이와 가 껴있었다. 이 단지는 현재 총 12개동에 71~127㎡(이하 전용면적) 1320가구 규모로 용적률과 건폐율은 각각 209%, 11%다.

지난 3일 노원구청으로부터 정밀안전진단 결과 42.96점으로 E등급 판정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됐다. 2020년 첫 예비안전진단에서 탈락한 후 2021년 재신청했다.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른 중계택지지구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500% 용적률을 적용받아 50층 높이로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택지지구와 지방을 거점으로 한 신도시뿐 아니라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 이상의 택지도 대상지로 선정했다. 특별법 적용 시 토지용도 변경과 용적률 상향이 가능해 층수 제한 없는 스카이라인 설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3층 규모의 단지 내 상가는 누렇게 변한 벽면 사이사이마다 곰팡이와 때가 껴있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현대·롯데건설 관심… "사업성 검토는 아직"


추진위는 재건축을 통해 하이엔드단지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 아파트 재건축 공사에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성 검토 후 입찰 참여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주민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방문한 롯데건설 관계자는 "입찰 참가 여부와 사업성에 대해 검토할 단계까지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아직 종 상향 여부와 용적률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내년 말까지 수행하는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으로 새로운 노원의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추진위 측 역시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종 상향을 꼽았다. 추진위 관계자는 "정비계획 수립부터 조합설립까지 소유주들의 의지에 따라 사업 진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거주자 중 90%가량이 실소유주로 고령자가 많아 재건축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토지 소유자 동의서를 30% 이상 받아야 한다"며 "정비계획 수립단계 시 오세훈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우성의 50층 재건축 추진 여부와 관련해 노원구청 관계자는 "현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추진 용역을 진행 중이며 서울시와 협의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진단 통과와 함께 재건축 통과를 알리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 내에 걸려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노원구 노후 단지만 7만4000여가구… 안전진단 속속 통과


현재 노원구엔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단지만 55곳에 7만4000여가구 규모로 서울시내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이들 노후 단지는 속속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계역 인근에는 1988년 준공된 극동·건영·벽산(1980가구)과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한신·청구(1860가구) 청솔아파트(1192가구) 등이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다. 중계그린(3481가구) 태릉우성(432가구) 등은 정밀안전진단을 받고 있다. 강북 최대어로 꼽히는 '미·미·삼'(3930가구)과 상계주공 1·2·3·6단지(8952가구) 하계장미(1880가구) 등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20·30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성지로 알려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실수요자와 함께 투자자들이 몰린 곳이다. 특히 강북의 대표 주거지이자 소·중 규모 아파트가 즐비한 노원구 부동산 시장은 급등기에 가장 뜨거운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격이 폭락하며 영끌족들의 눈물을 쏙 빼놓기도 했다.

단지 내에는 이중·삼중 주차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주차할 곳이 없어 주차장이 아닌 길가에도 차를 세운다"며 "주차 때문에 주민들이 민원을 넣고 있지만 해결책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사진=신유진 기자

재건축 훈풍이 불면서 노원구 일대 부동산 거래에 대한 기대감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가격은 보합세로 보여진다"며 "급매물 소진 이후 거래량은 많지 않고 연말까지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는 시점엔 수요 유입이 있겠지만 올해 이 같은 움직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자체가 저점이고 재건축 추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인 만큼 실효성 있게 시장이 돌아간다면 노원의 투자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신통기획의 경우 재건축 인·허가가 상대적으로 편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신통기획이 효과가 없다는 반응도 있는 만큼 실제로 사업을 진행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개발이익이 많을수록 부담금을 더 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실제 추진 과정에서 공사비가 많이 들고 부담금이 커지는 50층 재건축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노원구의 경우 이미 어느 정도 거래가 이뤄진 만큼 추가적인 가격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며 "갭투자의 성지로 시장 변동성도 강해 묻지마 투자를 하기엔 아직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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