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쇼크? 제로 음료 더 잘 팔린 이유

한전진 2023. 7. 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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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아스파탐 '발암 가능 물질' 분류
펩시 제로슈거 55병 먹어야 기준치 초과
업계 "시장 분위기 따라 대체 여부 결정"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했지만, 제로 음료와 막걸리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B군에는 김치 등 일반적인 식품도 있는 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일일 섭취 허용량을 그대로 유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도 요인 중 하나로 추측된다. 

더 잘 팔린 '제로음료'

18일 CU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제로 음료와 막걸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2%, 13.2% 증가했다. GS25에서도 제로 음료 판매가 39.8% 막걸리는 47.1% 늘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제로 음료, 막걸리의 매출이 40%, 20%씩 뛰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2% 가량 줄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편의점 3사 제로음료 막걸리 매출 신장률 / 그래픽=비즈워치

아스파탐은 식품에 단맛을 내기 위해 쓰는 첨가물이다. 미국에서 1981년 승인된 이후 일본과 유럽 등 전 세계 국가가 사용 중이다. 한국은 지난 1985년부터 사용해 왔다. 열량은 설탕과 같지만 단맛이 설탕보다 200배 강하다. 덕분에 소량만으로 단맛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주로 제로 음료, 과자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만 최근 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확정해 논란이 일었다. 2B군은 발암 가능성이 있지만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주로 분류된다. 고사리나 김치나 피클 등의 절임 채소류도 포함되어 있다. 크게 문제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배기가스와 납 같은 물질도 존재해 논란이 커졌다.

제로슈거 55병 마셔야

다만 소비자 동요는 크지 않은 모양새다. 아직 관련 제품의 구입을 꺼리는 분위기는 없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폭염에 제로 탄산 트렌드가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장맛비로 대형마트보다 편의점 막걸리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을 만큼 아스파탐 이슈의 영향은 아직까지 없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앞서 WHO는 아스파탐을 2B군으로 분류하면서 일일 섭취허용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WHO에 따르면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당 40㎎이다. WHO는 "아스파탐의 발암 위험 여부를 따지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과다 섭취가 건강에 안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WHO의 발표에 식약처도 지난 14일 '아스파탐'의 사용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식품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의 용량은 대개 100㎎ 미만으로 극소량이다. WHO 기준에 따르면 몸무게가 60㎏ 성인의 경우 하루 2400㎎까지 섭취할 수 있다. 이는 아스파탐이 43㎎ 함유된 펩시 제로슈거(250㎖)를 하루에 55캔 이상, 72.7㎎ 함유된 막걸리(750㎖)를 33병 이상을 마셔야만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사실상 일일 섭취허용량에 큰 변화가 없으면서 소비자 우려도 커지지 않은 셈이다. 

소비자도 달라졌다?

소비자들이 첨가물 논란에 익숙해진 탓도 있다. 과거 MSG(글루탐산나트륨) 사태가 대표적이다. MSG는 7080년대 화학적 조미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마케팅으로 '인체에 해롭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는 여러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식약처에서도 '사용량을 규제하지 않는 안전한 첨가물'로 인정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접하는 정보의 창구가 다양해진 영향도 크다. 과거에는 신문과 뉴스 등 올드 미디어의 정보 전달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발달로 어디서든지 전문적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소비자들 스스로 가치 판단을 내리고 있다. 단순히 '발암 가능'이라는 문구만 보고 덜컥 겁을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과거 사카린 사태와 이번 아스파탐의 사태의 대표적인 차이다. 

음료·제과업계는 한시름 던 분위기다. 당장 소비 시장의 큰 영향 없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라서다. 물론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실제로 아스파탐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칠성음료와 오리온 크라운제과 등 업체들은 대체 원료 물색에도 나서는 중이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아스파탐이 유해하다고 발표했다면 기업들이 직접 나서서 상품을 회수해야 하겠지만 아직 유해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며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無) 아스파탐'을 내세운 새로운 마케팅이 확대하고 있어 대체 원료 물색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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