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돈맥경화… 한계기업 늘어난다

이한듬 기자 2023. 7. 18. 06: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 - 비상등 켜진 기업 자금조달] ① 돈 벌어 이자도 못 갚아… 금리 인상 등 원인

[편집자주]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수익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겹치며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상증자 등으로 눈을 돌려 자금조달을 시도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자금조달은 더욱 쉽지 않다. 스타트업은 자금유치 난항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서울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 사진=뉴시스 DB
▶기사 게재 순서
①심화되는 돈맥경화… 한계기업 늘어난다
②대출 어려우면 유상증자라도… 기업 자금조달 안간힘
③투자금 유치 진퇴양난… 'K-유니콘' 사라진다
영업활동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 금리의 지속적인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자금 여건이 악화한 탓이다. 한계기업 증가는 개별 기업의 재무건전성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 전반으로 불똥이 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계기업 비중 지속 증가… 규모 작을수록↑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곳의 비중은 전년(34.1%) 대비 1.1%포인트 증가해 35.1%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빚)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100% 밑인 기업은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시적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이자보상비율 100% 밑인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기업은 '한계기업'(좀비기업)이라고 부른다.

한계기업이 늘어난 이유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외감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3%로 전년(6.8%) 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세전 기준 순이익률도 같은 기간 7.6%에서 5.2%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나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 총액으로 나눈 비율인 부채비율은 102.4%로 전년(101%) 대비 1.4%포인트 상승해 2014년(106.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차입금 의존도는 28.2%로 전년대비 0.6% 상승하며 통계 개편 이래 최고치인 2019년(28.3%)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며 차입금으로 영업활동에 필요한 돈을 메운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외감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455.4%로 2021년 654.0%에 비해 200%포인트가량 급감했다.
한계기업 비중 증가는 다른 경제단체나 연구기관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기업재무 정보시스템에 재무데이터를 공개한 2만4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계기업 비중은 2018년 9.8%에서 지난해 14.4%로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통계에서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이 2016년 9.3%에서 지난해 17.5%로 증가했다.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코스닥 한계기업 비중은 20.5%로 코스피(11.5%)의 두 배에 달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어려움이 더 컸다는 방증이다.


리스크 관리 위해 구조조정 등 지원 필요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는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불황 장기화와 경쟁 심화, 금리인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 중에서도 금리인상 여파가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대출금리 인상은 민간 소비 부진, 설비투자 위축 등으로 기업 생산활동을 감소시키고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한계기업 역시 증가한 것이다. 한은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3%포인트 인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의 조달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일시적 한계기업은 5.4%포인트 증가하고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8조6900억원에 달한다.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면 일시적 한계기업은 9.5%포인트 증가하고 추가 이자비용은 17조9200억원, 3%포인트 상승 시 일시적 한계기업은 13.1%포인트 늘고 추가 이자비용은 26조8800억원 치솟는다.

문제는 앞으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기업 정책 지원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투자 시장까지 위축돼 한계기업의 리스크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2020년부터 확산된 코로나19, 급격한 금리인상, 최근의 경기악화 등이 한계기업의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면서 "안정적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문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 여신 만기 도래, 가격 인상이 반영된 재고 투입 등에 따라 고금리, 고물가 영향이 점진적으로 기업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 자금조달비용 악화가 우려된다"며 "산업별 특성에 따른 채무조정, 사업전환 지원, 구조조정 검토 등 차별화된 접근을 통한 여신 관리 고도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계기업 잠재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이중과세 해소 등으로 원활한 기업구조혁신펀드 지원과 구조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소상공인 등의 도산제도 접근성 제고를 위해 법원 상담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