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흑해곡물협정 만료…젤렌스키 "러 제외한 신규 협상" 제안(종합2보)

정윤영 기자 2023. 7. 1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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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식량 무기화·가격 상승 불가피"…유엔 "러, 대가 치를 것"
러, 유엔 국제해사기구에도 통보…"우크라 항행 안전 보장 취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양자 기술 전시회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3.7.1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흑해 곡물 협정이 종료된 가운데 미국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유엔은 러시아가 탈퇴한 곡물 수출 협정을 재개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로이터·AFP통신을 종합하면 흑해 곡물 협정이 17일(현지시간) 만료되면서 미국은 협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른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를 제외한 3자 형식의 협상을 제안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튀르키예·유엔의 중재로 지난해 7월 흑해 항구에서 곡물 수출길을 여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 협약은 우여곡절 속 몇차례 연장됐으나, 러시아가 협정 복귀 조건으로 내세운 제재 완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끝내 '탈퇴'를 선언했고, 러시아는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을 무기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됐다.

◇ 러 크렘링궁 "곡물 수출 협정 종료"…우크라 "러 없이 강행"

현지시간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18일 오전 2시)께.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우크라이나와의) 곡물 수출 협상은 만료됐다"고 협정의 종료를 알렸다.

러시아 측은 "흑해 곡물 협정에서 탈퇴한다는 것은 항해 안전 보장이 취소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정권의 지속적인 무력 도발과 러시아 군사 및 민간에 대한 공격 시도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및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에도 통보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는 누가 충분한 식량을 가지고 있는지 결정할 권리가 없다"면서 "곡물 수출 협정은 러시아의 참여 없이 충분히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그리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에게 흑해 곡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가장 신뢰할 수있는 방식으로 흑해 곡물 협정 재개, 또는 그에 버금가는 3자 형식의 수출 작업을 지속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흑해를 통한 식량 안보와 식량 수송을 재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 우리는 (수출 식량) 선적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 역시 러시아를 양심 없다고 비판하는 한편, 다른 국가들과 수출길을 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곡물 협상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비양심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러시아가 가능한 빨리 협상에 복귀 할 것을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식량을 무기화하는 러시아의 행위는 식량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서 식량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이러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비양심적"이라고 비판했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옥수수 2만6000톤을 싣고 오데사항을 출발해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입구에 정박 중인 시에라리온 국적의 화물선 라조니호에 검사원이 올라 화물 검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튀르키예(터키) 서부 마르마라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 2022.12.1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 "러, 인류 인질로 잡아"…곡물 협정 탈퇴에 국제사회 비판 쇄도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미 백악관 애덤 호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서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중단하는 것은 식량 안보를 악화하고 수백만 명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면서 "우리는 러시아 정부가 즉시 결정을 되돌릴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 대사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거래에서 탈퇴한 것은 잔인한 행위"라면서 "러시아가 인류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가 정치적 게임을 실시하는 동안 사람들은 실제적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이 없더라도 흑해 바닷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두렵지 않다. 우리는 기업과 선주들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그들은 (유통시킬)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며 "우크라이나가 그들을 내보내고 튀르키예가 계속해서 그들을 통과시키면 곡물은 공급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실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러시아는 세계적 고통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수백만 명에게 필수적인 곡물에 대한 접근권을 빼앗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은 "러시아 측의 금일 성명에도 내 친구 (블라디미르) 푸틴은 협정을 지속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 협정 탈퇴 결정은 모든 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수억 명의 사람들이 기아에 직면해 있고 소비자들은 전 세계적인 생활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가 협정을 연장하지 않은 것은 전 세계에 나쁜 메시지를 보낸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은 러시아가 '공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를 종료하려는 러시아의 냉소적인 움직임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흑해 곡물 협정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사실상 흑해 협정은 오늘부터 유효하지 않다"며 "안타깝게도 흑해 협정 연장 조건의 일부가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아 그 효력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은 협정 복귀 조건으로 러시아농업은행의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복귀와 러시아 선박·화물의 보험 가입 및 항만 접안 제한 조치 해제 그리고 비료 수출에 필요한 암모니아 수송관의 우크라이나 구간 재가동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2023.7.1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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