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행위" 유엔서 흑해협정 중단 비난…中은 러 '두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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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내 주요국들이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지난해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흑해 3개 항에서 곡물을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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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엔 내 주요국들이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글로벌 식량 위기를 초래하는 잔혹 행위라는 것이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며 두둔했다.
17일(현지시간) 유엔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이행 종료 결정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지난해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흑해 3개 항에서 곡물을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것이다. 지난 5월까지 세 차례 연장했으나, 러시아는 결국 네 번째 연장은 거부했다.
흑해곡물협정 연장 불발이 현실화하면서 식량 위기 공포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밀·옥수수 수출국이다. 이날 구테흐스 총장을 비롯해 유엔 주요국들이 내놓은 비난 목소리는 이와 직결돼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협정 연장을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던 것을 거론하면서 “내 제안을 무시한 것도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러시아 농업은행의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에 다시 연결시켜 국제 결제를 지원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SWIFT에서 퇴출 당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협정에 함께 할지 여부는 선택일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과 그밖에 모든 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그들이 (식량 위기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역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합의에 다시 한 방 먹였다”면서 “또 다른 잔혹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가 인류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모든 회원국들이 나서 러시아에 결정을 뒤집으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까지 따로 규탄 메시지를 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협정 중단 결정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식량 부족을 악화하고 전세계 수백만 명의 취약계층을 한층 위험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협정은 글로벌 식량 위기 해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를 다소 두둔하고 나섰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도 “모든 당사자의 우려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려 해소가 사태 해결의 전제조건이라는 취지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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