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찬규를 바꾼 유희관-고영표... 전반기 평가는 50점,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잠실=안호근 기자 2023. 7. 1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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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LG 임찬규가 17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파이어볼러와 대비되는 뜻의 '모닥볼러'라는 별칭을 얻었던 좌투수 유희관(37·은퇴)과 잠수함 투수 고영표(32·KT 위즈). 유형은 다르지만 임찬규(31·LG 트윈스)는 이들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데뷔 후 11번째 시즌을 보내는 그가 커리어하이 시즌을 써나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찬규는 올 시즌 LG가 단독 1위로 전반기를 마칠 수 있었던 수훈갑이었다. 시즌 전 확실한 선발 한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반환점을 돈 현재 17경기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ERA) 3.19로 아담 플럿코(11승 1패, ERA 2.21)의 뒤를 잇는 실질적 2선발의 몫을 해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앞서 전반기 성적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선발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게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찬규가 자리를 잡으며 연패를 하지 않았고 1위도 할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임찬규의 올 시즌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1.6㎞에 불과했다. 수치만 보면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임찬규는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큰 존재감을 뽐냈다.

두산 출신 투수 유희관. /사진=OSEN
염 감독의 지분도 컸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만난 임찬규는 "감독님께서 스피드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하셨다"며 "138㎞를 던지나, 148㎞를 던지나 꾸준하게 던질 것이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임찬규는 이어 "(유)희관이 형을 빗대어 '130㎞대 초반, 120㎞대 후반 공으로도 왼손 타자 몸 쪽으로 공을 구사하는데 네가 138㎞, 141㎞ 공으로도 몸 쪽을 못 던지면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며 "그 이후 조금 느낀 것 같다. (박)동원이 형도 몸 쪽 공을 좋아하다보니 잘 맞았고 몸 쪽 공을 던지다보니까 커브, 체인지업도 더 살아났다"고 덧붙였다.

유희관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느린 공 투수였지만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통산 101승을 세운 채 은퇴했다. 빠른 공도 좋지만 투수에게 더욱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커리어로 증명해준 투수였다. 염 감독도 이런 점을 임찬규에게 일깨워주려 했다.

이 덕분이었을까. 힘을 빼는 방법도 깨닫게 됐다. 앞서 와인드업 동작을 활용해 더욱 세게 던지다가 이닝을 거듭할수록 지쳐갔던 임찬규는 어느 순간 세트포지션 자세에서 던지기 시작했다. 그는 "(와인드업을) 안하니 훨씬 편하다. 왜 했는지 모를 정도다. 그것 때문에 구속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힘으로 던지다보니 체력적으로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젠 후반에 가도 힘이 안 떨어진다"며 "한 번은 KIA전에서 70%로만 던져보자고 생각하고 나섰는데 그래도 141㎞가 나오더라. 그 이후로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유희관 외에도 또 보고 배우는 투수가 있었다. 임찬규는 "(고)영표 형 던지는 걸 보면 마음이 정화가 된다. 나에겐 최고의 투수"라며 "체인지업 구종 완성도 하나를 가지고 너무 쉽게 던진다. 어떤 마인드로 던지는지, 표정 등까지 따라하고 배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KT 고영표. /사진=OSEN
고영표의 올 시즌 속구 평균 구속은 133.6㎞. 잠수함 투수라고는 해도 빠르다고는 볼 수 없는 구속이지만 변화무쌍하고 완벽한 제구를 바탕으로 한 체인지업을 70% 이상 활용하며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8승 5패 ERA 2.78로 KT 투수진을 이끌고 있다.

고영표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체인지업이 그토록 잘 통하는 이유에 대해 임찬규는 "얼마나 피칭 터널이나 메카닉이 같으면"이라고 감탄하며 "투수는 체인지업만 던지는데 타자 혼자 많은 생각을 갖고 헷갈리는 것이다. 그런걸 보면 재밌더라. 얼마나 읽히지가 않으면 (그럴까). 그러다가 직구 하나를 던지면 160㎞처럼 느끼고 커브를 던지면 놀라서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도 즐겨본다는 임찬규라고 강속구 투수들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는 "좋아하지만 따라할 수는 없다. 사사키(지바롯데)가 던지는 150㎞ 포크볼은 눈 정화용으로 본다"며 "MLB에도 카일 핸드릭스나 옛 투수 중 그렉 매덕스 등 좋은 투수들이 많다. MLB 명예의 전당에 오르거나 일본에서도 잘하는 투수들을 보면 꼭 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들이 아니다. 구속은 중간 정도여도 최상의 퀄리티를 내더라"고 설명했다.

11번째 시즌에 맞은 전성기. 임찬규는 "야구가 재밌고도 힘들다. 은퇴할 때까지도 계속 힘들 것 같다. 할 때는 힘들지만 다른 리그 야구들을 포함해 보다보면 정말 재밌고 알 수 없는 것 같다"며 "어려우면서도 재밌고 도전하고 싶다. 마음을 어떻게든 얻어 보려고 무한으로 짝사랑을 하는 것 같다. 20년째 그러고 있다. 이성에게 마음을 얻는 게 더 쉬울 것 같다(웃음). 가질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LG 임찬규. /사진=뉴시스
그렇기에 더욱 겸허히 시즌을 치르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지만 임찬규는 "시즌 끝까지 열심히 해본 뒤 지켜봐야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생각을 안했다"며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캠프 처음에 마음 먹었던대로 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반기 스스로에게 50점을 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내 생각보다도, 감독님 예상보다도 잘했고 아프지도 않았지만 더 디테일하게 다가가면 요소요소에 더 잘할 수 있었던 걸 채우지 못했다. 그런 걸 채우면 100점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몸 쪽 공 구사의 정교함, 2스트라이크 이후 맞혀 잡으려고만 하는 것이 아닌 삼진에 더 욕심을 내는 것 등을 후반기 100점을 받기 위한 과제로 삼았다.

LG는 후반기 시작을 케이시 켈리와 아담 플럿코에 이정용으로 연다. 그 다음주엔 임찬규가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후반기 시작부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정이지만 임찬규는 자신만만했다.

"맨날 100개씩 던지고 싶다. 몸은 좋다"

임찬규. /사진=OSEN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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