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 연구팀 "마취제 '케타민', 우울증 치료에 효과"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2023. 7.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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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마취에 쓰이는 '케타민'이 우울증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치료제는 임상시험에서 환자 우울증 척도를 상당 수준 개선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 공동 연구팀은 마취제로 쓰이는 '케타민'이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에 케타민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면, 장기간에 걸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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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미 케타민' 4주간 투약 후 우울증 환자 19.6% 증상 호전
치료 실패 회수 많은 환자서 효과↑…"장기 치료 필요할수도"
ⓒ News1 DB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전신 마취에 쓰이는 '케타민'이 우울증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치료제는 임상시험에서 환자 우울증 척도를 상당 수준 개선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 공동 연구팀은 마취제로 쓰이는 '케타민'이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연구팀은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임상3상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케타민은 NMDA(N-메틸-D-아스파트산염) 수용체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억제해 전신마취에 사용하는 약물이다. 해리성 마취제로 환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뇌 내 신경 전달물질에 작용해 인식, 불안감 등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케타민이 도파민 등 뇌 화학물질 수치를 최대 400%까지 늘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이 약물이 사람 뇌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우울증 치료제는 뇌 속 세로토닌,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늘려 우울증 증상을 호전시킨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회장이나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또한 집중력, 창의력 또는 환각효과를 위해 케타민을 복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케타민 중에서 케타민과 라세미 이성체를 혼합한 '라세미 케타민'과 케타민 라세미체의 S형 거울상 이성질체인 '에스케타민'은 항우울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연구팀은 에스케타민은 TRD 치료를 위한 비강 분무형 제제로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제품이 있지만, 라세미 케타민에 관한 효능 연구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성질체는 분자식은 같지만, 물리적·화학적 성질은 다른 화합물을 말한다. TRD는 2가지 이상 항우울제 치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주요 우울장애이다.

연구팀은 호주 내 기분장애센터 6곳과 뉴질랜드에 있는 기분장애센터 1곳에서 2016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모집한 우울증 환자 1033명 중 TRD 환자 18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는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척도(MADRS) 기준 20점이 넘는 중등도 우울증 환자였다. MADRS 기준 0~6점은 정상, 34점 이상이면 심각한 중증 우울증으로 판단한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4주 동안 주 2회씩 케타민과 수면유도 마취제인 미다졸람을 투여한 뒤 관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부분 임상시험에서 대조약으로 식염수를 사용하지만 더 나은 마스킹(맹검)을 위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미다졸람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최종 투약 3~4일 뒤 평가한 MADRS 점수가 10점 이하인 환자를 우울증이 완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두 집단을 비교한 결과, 치료군 중 19.6%가, 대조군 중 2%가 증상이 완화됐다. 특히 불안 점수가 더 높거나 이전에 항우울제 치료 실패 횟수가 더 많은 환자, 또 항정신성 약물을 병용해서 복용 중인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더 컸다.

다만, 치료 종료 4주 뒤 케타민 투여 집단에서는 증상 개선 효과가 제한적으로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에 케타민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면, 장기간에 걸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심각한 우울증은 자살이나 평생 고통이 따라다닌다. 이번 연구는 증상을 치료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유망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했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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