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산업협회 "中접근 허용해야"…추가 수출 제한 공개반대(종합)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추가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과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이 회원사로 있는 반도체산업협회가 공개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허용을 요구하면서 미국 정부의 추가 조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SIA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행정부가 현재 및 잠재적인 (수출) 제한 조치가 ▲ 좁고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 동맹국과 완전히 조정되는지 등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 업계 및 전문가와 광범위하게 협의할 때까지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SIA는 "강력한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강력한 미국 반도체 산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워싱턴의 지도자들은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디리스킹(탈위험)을 위해 지난해 역사적인 반도체 지원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노력의 긍정적인 영향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업계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범위가 넓고 모호하고, 때로는 일방적인 제한을 부과하기 위한 반복적 조치들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는 상당한 시장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중국의 보복 조치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IA의 이날 성명은 바이든 정부가 이달 중 추가적인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조치에 반발,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제재한 데 이어 반도체용 희귀금속인 갈륨 등에 대한 수출을 통제키로 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한 상태에서 미국 정부가 추가 조치를 발표할 경우 시장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구매액은 전세계 수요의 3분의 1인 1천800억 달러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체의 CEO들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나 러먼도 상무부 장관 등과도 회동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서 전했다.
앞서 이 매체는 지난 14일 이들 CEO가 워싱턴DC에서 미국 관리들과 만나 정부의 수출 규제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은 오늘 면담을 해당 산업 및 공급망 문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공유하고 업체들이 공급망 이슈와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직접 청취하기 위한 기회로 봤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SIA의 성명에 대해 로이터통신에 보낸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광범위한 여론 수렴,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의회, 업계 등과의 광범위한 조정 등을 통해 우리는 규제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 18n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광범위한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나아가 상무부는 조만간 지난 10월 조치에 포함되지 않은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충 수출에 대해서도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는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국 기업 등의 투자를 제한하는 아웃바운드(역외) 투자 제한 조치도 준비 중이며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중국 업체의 접근 제한 조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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