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다 망한다"…여름 한국영화 6편 데스게임 시작

손정빈 기자 2023. 7. 1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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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국영화 6편+할리우드 2편
여름 성수기 기대작 쏟아져 경쟁 과열
"윈-윈 없어지고 제로섬만 있다" 푸념
코로나 사태 후 여름시장 비중 더 커져
"손해 안 볼 영화 많아야 2편" 전망도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올해 여름엔 이른바 '빅4'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뒤늦게 한국영화 2편이 또 합류했다. 이름값이 가볍지도 않다. 한 편은 배우 정우성이, 또 다른 한 편엔 유해진이 나온다. 이로써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셋째 주까지 4주 간 한국영화 기대작만 6편이 공개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범죄도시3'(1063만명)를 제외하면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1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교섭'(172만명) '드림'(112만명) 2편. 200만명 이상 본 작품은 한 편도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역대 여름 성수기 중 가장 많은 영화가 공개된다. 영화계 관계자는 "이제 여름 시장에 윈-윈은 없다. 제로섬 게임만 남았다"고 했다.

◇한국영화 6편에 할리우드 대작 2편

이번 여름 할리우드 기대작까지 포함하면 주요 영화는 8편까지 늘어난다. 현재 상영 중인 '미션 임파서블:데드레코닝 PART ONE'을 시작으로 오는 26일엔 '밀수', 다음 달 2일엔 '더 문'과 '비공식작전', 같은 달 9일엔 '콘크리트 유토피아', 15일엔 '보호자' '달짝지근해' '오펜하이머'가 나온다. 문제는 거를 타자가 없다는 점이다. '미션 임파서블'엔 톰 크루즈, '밀수'엔 김혜수·염정아·박정민·조인성, '더 문'엔 설경구·도경수, '비공식작전'엔 하정우·주지훈, '콘크리트 유토피아'엔 이병헌·박서준·박보영, '보호자'엔 정우성·김남길·박성웅, '달짝지근해'엔 유해진, '오펜하이머'엔 킬리언 머피·맷 데이먼·에밀리 블런트·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할리우드 슈퍼스타가 총출동한다. 게다가 이 중엔 1000만 감독인 류승완(밀수)·김용화(더 문)·크리스토퍼 놀런(오펜하이머) 감독 영화가 있다.


◇역대 최다 관객 2019년에도 3편이었는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2편 정도가 여름에 개봉하는 건 늘 있던 일이다. 그러나 한국영화 6편이 같은 시기에 공개되는 건 전례가 없었다. 지난해 여름 '외계+인 1부' '한산' '비상선언' '헌트' 4편이 매주 한 편 씩 나왔을 때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여름에 나오는 한국영화가 너무 많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 영화가 더 많다.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해인 2019년(2억2667만명)에도 여름 성수기에 나온 주요 한국영화는 '엑시트' '봉오동 전투' '사자' 3편이었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투자·배급사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후 관객 여름 쏠림 심화

업계는 이같은 '여름 쏠림 현상'이 코로나 사태 영향이 크다고 본다. 팬데믹 이후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급격히 줄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시장이 그나마 여름 방학 기간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전체 관객수 대비 7~8월 관객 비중은 27.7%였다. 코로나 사태 전이었던 2019년 같은 기간 관객 비중 20%보다 7.7%P 크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름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고 볼 수 있는 정도의 변화다. 다시 말해 여름 방학 기간은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은데다가 여차 하면 큰 흥행도 노려볼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라는 것이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관객이 워낙 없다 보니 제작비가 큰 영화들은 여름이 아니면 사실상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망하는 영화 반드시 나온다

문제는 아무리 상황이 이렇다고 해도 너무 많은 영화가 몰려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올핸 한국영화 6편이 사실상 8월 한 달에 모두 몰려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8월 한국영화 관객수는 1214만명이었다. 올해 8월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관객수를 기록한다고 보면 편수가 더 많은 올해 기대 관객수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빅4로 불리는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순제작비는 각각 180억원, 280억원, 250억원,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홍보·마케팅 비용까지 더하면 제작비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들 영화는 모두 아무리 적게 잡아도 400만명 이상 봐야 그나마 손해를 안 볼 수 있다. 그런데 '보호자' '달짝지근해'까지 있어서 관객은 더 분산된다. 망하는 영화가 줄지어 나올 수밖에 없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극장 입장에선 당연히 모든 작품이 다 잘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며 "전례를 볼 때 많아야 2편 정도가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차하면 어떤 작품도 흑자를 못 내고 공멸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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