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외길 인생' 김택진의 뚝심… 비게임 탈출구 없어도 될까
[편집자주]한국 게임산업의 대들보 엔씨소프트가 휘청거린다. 20년 넘게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차세대 IP를 선보이지 못하면서 주가도 급락했다. 10년을 투자한 쓰론 앤 리버티(TL)는 출시 전부터 혹평을 받으면서 리니지 의존형 사업구조가 고착화 될 위기다. 해외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TL이 흥행에 실패하면 당분간 실적개선 및 주가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사업 대신 게임만 집중하는 김택진 창업주의 경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들리는 배경이다.
① 30만원 깨진 엔씨소프트 주가… 사우디국부펀드 어쩌나
② 리니지 없으면 어쩌려고… 엔씨소프트, TL 부진에 원IP 탈피 '불투명'
③ '게임 외길 인생' 택진이형… 비게임 탈출구 없어도 될까
엔씨소프트(엔씨)는 한눈팔지 않는 게임사로 유명하다. 개발자 출신 김택진 창업주가 최고경영자(CEO)로서 고수 중인 경영 철학이 배경이다. 그동안 신사업에 종종 진출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으면 미련 없이 철수했다. 최근 몇 년째 인공지능(AI)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게임과 연계시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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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다각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급부상하던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에 눈독을 들였다. 450억원을 들여 시장전자결제업체 'KG이니시스' 전환사채(CB)를 인수한 것이다. KG이니시스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사업 진출에 의욕을 보였지만 2017년 돌연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 CB를 사들인 자금도 풋옵션을 통해 회수했다.
2021년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회사 클렙을 통해 2021년 1월28일 케이팝(K-POP)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전 세계 134개국에서 서비스했다. K-POP 아티스트와 팬덤을 이어주는 모바일 공간으로 이용자는 매달 이용료를 내면 아티스트가 직접 보내는 메시지를 받았다.
사업 초기만 해도 성공 가능성이 보였지만 하이브 '위버스'와 SM엔터테인먼트 '버블'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전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는 팬덤 플랫폼 사업에 필수인 인기 아티스트를 확보해 엔씨보다 유리했다. 팬덤 플랫폼이 늘면서 A급 아티스트를 모시기 위한 출혈 경쟁도 심화돼 엔씨로선 감당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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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39% 감소한 4788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7% 준 816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진은 출시 2년도 안된 '리니지W'의 하향 안정화로 모바일 게임 매출이 6407억원에서 3308억원으로 줄어든 탓이다. 출신 7년차 '리니지M' 매출이 늘면서 시장 전망치보다는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 위안이다.
게임 사업 침체기를 버틸 수 있는 부가 사업의 필요성이 등장한 배경이다. 엔씨와 비슷하게 주력 히트 IP를 보유한 게임사들은 외부 사업과 투자 확대로 어려울 때를 대비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IP로 급성장한 크래프톤은 비게임 투자처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지주 회사 패스트트랙아시아에 약 220억원을 투자해 신주 20만5000주를 추가로 취득,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 개발사 위주로 투자를 진행했지만 신작이 흥행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비게임 회사에 투자를 진행해 게임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르 IP를 보유한 위메이드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개발한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와 '승리의 여신: 니케'를 개발한 시프트업에 투자해 성과를 냈다. 가상화폐 '위믹스'를 발행해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넷마블은 정수기 렌탈 사업이 주력인 코웨이를 인수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췄다. 주력 게임사업에서 약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라도 탄탄 수익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로스파이어 등 게임 말고는 관심 없던 스마일게이트도 부동산 투자와 자산운용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며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동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니지 IP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매출 신장이 크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TL이 해외시장을 공략할 카드였지만 흥행에 의문부호가 달리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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