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랭킹 우승한 본드로우쇼바 공식 인터뷰 "오늘 지더라도 이 순간을 즐기자고 생각"
[번역/백승원 객원기자]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는 윔블던에서 노시드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하였으며, 역대 최저 랭킹으로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다음은 공식 인터뷰 전문이다. (Vs 온스 자베르 6-4 6-4, 1시간 20분)
사회자 : 마르게타 본드로우쇼바, 주인공으로서 윔블던 챔피언 공식 기자회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윔블던 우승자가 된 소감이 어때요?
A. 모든 것이 마치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에요. 믿을 수 없어요. 정말 힘든 경기였습니다. 이전에 긴장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이제서야 고마운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듭니다.
사회자 : (기자들 향해)질문해주세요.
Q. 경기가 끝난 직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안도’(relief)였습니다. 마지막 게임 40-0으로 앞서고 있을 때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었거든요. 모든게 저 자신을 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한 모든 압박을 잘 견뎌내고 승리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어떤 순간들은 정말 힘들었어요. 여하튼 전체적으로 멋진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 멋진 랠리를 만들어냈죠. 상대는 선수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참 멋지거든요. 그것이 오히려 오늘 경기에서 힘든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았거든요. 중요한 순간 끝까지 싸웠다는 점이 특히 기쁩니다.
Q. 우승자로서 가진 온코트 인터뷰에서 코치랑 함께 새로운 타투를 하나씩 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타투를 새길지 생각해볼 시간이 있었을까요? 당신 거랑 당신 코치 거 말이에요.
A. 일단은 제가 코치님을 위한 타투를 골라주려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 둘 다 같은 타투를 할 거에요. 토너먼트 전에 코치님께서 ‘만약 네가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면, 나도 타투를 할게.’라고 하셨는데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났죠. 코치님이 망설이지 않았으면 해요. 어떻게든 제가 코치님이 타투를 하게 만들겁니다. 두고 보시죠(웃음) 이제 진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Q.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테니스 철녀, 전 세계 1위, 은퇴, 체코출신)가 결승 경기 전 말하길, 경기장 천장이 닫히면 당신에게 유리할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정말 경기장 천장이 닫혔습니다. 언제 경기장 지붕이 닫힐 것이란 걸 알았죠? 그리고 경기장 지붕이 닫힌 게 당신께 어떻게 작용했나요? 아마도 천장이 닫혀서 기뻤을거 같은데요.
A. 맞아요, 결승 진출 전 두 경기를 천장이 닫힌채로 했습니다. 제시카 페굴라(미국)와의 8강전 말미에도 그랬고,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도 그랬어요. 맞습니다. 그 상황이 제게는 유리했어요. 오전 10시 즈음 토너먼트 관계자가 천장이 닫힐 거라고 얘기해주었어요. 그리고 오전 11시에 웜업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웜업을 위해 ‘나가보자’ 하고 나왔는데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었습니다. 천장을 닫은 경기장 상황과는 제법 달랐죠.
웜업 전에 뭘 좀 먹으면서 결승전을 준비하고 싶었거든요. 최대한 계획대로 있으려 했습니다. 11시에 웜업하러 센터코트에 도착했는데 천장이 닫혀있어 정말 기뻤습니다. 천장이 닫혔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와 경기장 내부의 환경은 많이 달랐거든요.
Q. 천장을 닫은 폐쇄적은 환경으로 바람의 영향이 거의 없었는데 그러한 부분이 어떻게 당신의 오늘 게임에 도움을 주었는지 좀 더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나요? 그리고 이번 대회 우승을 하는 데 있어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A. 천장이 닫힌 폐쇄적인 환경에서는 특히 서브에서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바람의 상태에 집중할 필요가 별로 없거든요. 그 외에는 다른 모든 것들은 동일합니다. 선수는 경기에 집중해야 하거든요. 바람과 햇빛이 아니구요. 그게 좋은 점이에요. 저는 실내에서 경기하는 것이 익숙한데 이유는 고향인 프라하에서는 겨울 동안 실내에서 연습을 하기 때문입니다. 실내 대회는 항상 성적이 좋았어요. 그런 부분들이 오늘 저에게 도움을 주었을 거에요.
그리고 오늘 승리는, 정말 멋졌습니다. 남편이 오늘 와있었거든요(둘은 2022년 7월 결혼함.) 여동생 역시 지난 금요일에 도착했습니다. 제 식구들과 이 기쁨의 순간을 나눌 수 있어 정말 기뻤습니다. 2019년 파리에서는(준우승) 플레이어박스에 있는 내 식구들과 함께 포옹할 수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마침내 그러한 일이 이뤄졌습니다. 제 모든 감정을 제 식구들과 나눌 수 있었어요. 정말 멋졌습니다.
Q. 작년 이맘때는 왼 손목 수술로 왼 손목에 캐스트를 했었죠. 그 당시만 해도 오늘의 이런 날을 상상하지 못했을 텐데 어떻게 그러한 시간을 잘 이겨내고 오늘과 같은 순간이 가능케 했나요?
A. 네 작년 이맘때는 왼 손목에 캐스트를 하고 있었죠. 오늘과 같은 날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당시 제 친한 친구들이 예선 경기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어요. 사실 작년에도 윔블던에 오긴 했는데 선수가 아닌 관객 중 한 명으로 왔었죠.
그리고 다시 투어에 컴백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부상전 만큼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죠. 솔직히 오늘의 이런 결과는 불가능해보였습니다. 심지어 부상 전에도 잔디코트에서의 성적이 좋지는 않았거든요. 그랬기에 윔블던이 그랜드슬램에서 제겐 우승이 가장 불가능해보이는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감히 우승을 꿈도 꿀 수 없었죠. 그리고 마침내 부상에서 복귀한 올해 윔블던에 왔을 때, ‘딱 2경기만 이겨보자.’란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Q. 오늘 플레이어 박스에 있던 남편은 매우 침착해보였어요. 감정을 별로 표출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일종의 미신 같은 건가요? 경기 도중 남편은 손으로 얼굴을 많이 가렸거든요.
A. 남편은 항상 그래요(웃음). 우승 후 플레이어 박스에 제가 다가가니, 그제서야 남편이 울더군요. 그리고 다시 보니, 거의 대성통곡을 했죠. 제 생각엔 그 순간이 지난 8년동안 남편의 감정을 본 첫 순간이었습니다(웃음). 그리고보니 결혼식 날도 울었네요. 8년만에 남편이 그렇게 우는 걸 봤네요.
Q. 앞서 스스로가 ‘윔블던은 절대 우승하지 못할거야.’라고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왼손잡이로서, 슬라이스를 잘 활용하는 당신의 플레이 스타일은 확실히 잔디코트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주동안 잔디 코트가 스스로에게 잘 맞다고 생각한 특정 경기나 순간이 있었나요?
A. 우선 대진을 봤을 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2회전에서 대회 12번시드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러시아)를 만났고, 3회전에서 도나 베키치(크로아티아, 전 세계 19위)를 만났습니다. 두 선수 모두 잔디코트에서 특히 성적이 좋았죠. 당시만 해도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를 모두 2세트 만에 이겼죠. 그 후에는 ‘오, 이렇다면 무언가 특별한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리고 오픈마인드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오늘까지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았어요. 단지 스스로를 믿고자 했습니다. 타이틀이나 기타 그런 것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죠. 집중력을 유지한 채, 제 머릿속에 제 주위의 조그마한 원을 그려놓고 제가 항상 해왔던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단,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느낌은 있었죠.
정말 멋집니다.
Q. 2019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2020년 도쿄올림픽 은메달 후 왼 손목 부상을 겪었잖아요, 그리고 이전 인터뷰에서 이후 다시 그랜드슬램 결승에 진출한 것이 얼마나 달콤한 일인지 암시하는 듯한 얘기를 했었습니다. 당신이 겪었던 어려운 여정이 분명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할텐데요?
A. 제 생각에는 베를린 대회 복식에서 준우승(2023년 6월) 할 때 어머니께서 제 경기를 현장에서 보셨어요. 제 경기를 보고 매우 화가 나셨었죠. 그 경기를 본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항상 준우승하는걸 원하는게 아니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은 한 번 그렇지 않도록 해볼게.’라고 말씀드렸는데 어머니께서는 ‘경기장에 안갈래, TV로 보고 싶어.’라고 말씀하시긴 했어요.
사실 이전까지는 제법 떨었습니다. 하지만 코트로 들어온 순간, ‘자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경기 시작은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금세 진정할 수 있었죠.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모든 공에 열정을 쏟아 부은채로 경기할 수 있었습니다.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한 채 경기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쁩니다. 경기장에 있는 모든 관중들이 응원을 불어주면서 모든 걸 해주었습니다. 40-0, 매치포인트가 되자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그때 스스로에게 ‘빨리 끝내자’라는 생각과 함께 엄청난 긴장김이 몰려왔죠. 그리고 매치포인트가 끝나고서야 엄청난 안도감이 찾아왔습니다.
Q. 오늘 승리는 정말 하나의 스토리에요. 그리고 지금 키우는 고양이 역시 하나의 스토리가 있죠. 지금 그 고양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우승했으니 뭔가 친구 같은 멋진 선물을 해줄건가요?
A. 물론이죠. 암컷인 제 고양이에게 멋진 생선을 사줄거에요(웃음). 지금 캣시터(cat sitter)와 함께 있습니다. 어머니가 내일 제 고양이를 돌보러 가실거에요. 고양이가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사실 제 고양이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을거에요. 하지만 제 고양이에게도 분명 좋은 선물을 사줄겁니다.
Q. 오늘 이순간이 있기까지의 여정에서 가장 놀라운 것을 꼽자면?
A. 제 모든 신경을 모아 침착함을 유지한 점이요. 머릿속에서는 오늘 경기 내내 정말 침착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준결승이 오히려 오늘보다 더 떨렸어요. 제 경기를 본 모든 사람들이 제 침착한 모습에 놀랐을 거 같아요. 제 코치도 결승전이 끝난 후 제게 말하길 저 자신이 경기내내 그렇게 침착했다는 사실을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그것이 아마도 이번 우승의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계속 믿으면서 침착함을 유지한 것이요. 상대가 경기초반 제 서비스게임을 먼저 브레이크하며 0-2로 앞서나갔을 때조차도 저 스스로에게 ‘집중해, 모든 신경을 경기에 집중하자.’라고 되뇌였거든요.
Q.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요?
A. 몰라요(웃음). 근데 정말 모르겠습니다. 단지 대회가 시작된 후부터 계속 제 게임을 믿었습니다. 느낌이 정말 좋았거든요. 경기 중 스스로에게 정말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침착함을 유지한채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Q. 지금 이 순간을, 어렵겠지만 이번 윔블던 전체의 경험을 한단어 혹은 한구절로 말한다면?
A. 단연 ‘미쳤다(crazy)’라고 말할래요. 앞서 말했듯, 이전까지 잔디코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이곳에 왔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좋아. 스트레스받지 말고 일단 2경기만 이겨보자.’였는데 결국 이자리에 서있습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아무도 우리가 지금 이자리에 서있을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기회조차 없을거라고 생각했겠죠. 저는 심지어 시드선수도 아니었잖아요. 정말 미친 여정이었습니다. 여전히 믿을 수가 없어요.
Q. 2019년 롤랑가로스 결승에 들어설 때와 오늘 결승에 들어설 때 다른 점이 있었나요? 두 경기를 비교했을 때 달랐던 감정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나요? 오늘 경기 전 그랜드슬램 결승을 경험해봤다는 건 이미 경험과 그에 따른 지식이 있다는 거니 그런 부분에 대한 차이가 있었을까요?
A. 첫 그랜드슬램 결승에서는 19세였습니다. 당시에는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던 기억이 있어요. 잘하고 싶었거든요. 고국인 체코에서 자국의 선수가 그랜드슬램 결승에 올랐다는 건 정말 큰 뉴스였거든요. 모두가 그 얘기를 했으니까요.
2019년 프랑스오픈에서는 상대였던 애슐리 바티(호주, 전 세계 1위, 은퇴)가 저를 매우 몰아붙였습니다. 정말 빠른 경기였어요. 경기 자체를 즐길 시간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슬픈 결말이었죠. 그 경기 후 ‘만약 다시 그랜드슬램 결승에 오르게 되면, 그땐 정말 매 순간을 즐기자.’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었습니다. 혹 지더라도, 결승의 순간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경기 전 만일 오늘 진더라도, 이 순간 자체를 즐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멋진 성과를 이루었네요. 오늘 경기 자체를 정말 즐겼습니다.
Q. 이제 윔블던 우승자로서 할 타투의 디자인을 얘기해주세요!
A. 아직 모르겠어요. 인터뷰 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할게요!(웃음)
Q. 앞서 당신과 계약을 깼던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A. 모르겠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보시죠. 제 에이전트와 이야기해볼게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지켜보시지요.
우승이 확정된 후의 본드로우쇼바 플레이어 박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테니스코리아 구독하면 바볼랏 테니스화 증정
▶테니스 기술 단행본 3권 세트 특가 구매
#종합기술 단행본 <테니스 체크인>
Copyright © 테니스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