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꺾고… 스무살 초신성이 떴다

남정훈 2023. 7.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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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라스, 윔블던 男단식 정상
‘빅4 시대’ 종식… 세대교체 서막
대회 세 번째 출전 만에 트로피
테니스 주간 세계랭킹 4주째 1위
2023년 프랑스오픈 완패 후 절치부심
심리학자와 면담 멘털 관리 효과
조코비치 “그는 매우 완벽한 선수”

지난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2·스위스)가 윔블던 첫 우승을 차지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팬데믹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한 19번의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은 단 4명이 나눠 가졌다.

페더러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연패를 포함해 8번을 우승했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연패를 이룩한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가 총 7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라파엘 나달(37·스페인)과 앤디 머리(36·영국)가 각각 2회씩 정상에 올랐다.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이른바 남자 테니스 ‘빅4’의 독점이 가장 심했던 곳이 바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이었다.
꿈 같은 순간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17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2023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코트에 드러누워 포효하고 있다. 런던=신화연합뉴스
2003년 시작된 빅4의 윔블던 독과점 체제를 공교롭게도 2003년에 태어난 만 20세의 청년이 무너뜨렸다. ‘제2의 나달’로 불리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사진)가 그 주인공. 알카라스는 17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2023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조코비치를 3-2(1-6 7-6<8-6> 6-1 3-6 6-4)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윔블던 첫 출전이었던 2021년엔 2회전 탈락, 지난해엔 4회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알카라스는 세 번째 윔블던 출전 만에 128명 중 가장 위에 서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은퇴한 페더러, 부상 속 내년 은퇴를 예고한 나달, 허리 부상 이후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 머리로 인해 ‘빅4’ 중 홀로 최상의 기량을 유지하며 독주하던 조코비치를 상대로 일궈낸 우승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깊다. 알카라스의 이번 윔블던 우승은 오랜 기간 이어져온 ‘빅4’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서막으로 보인다.

경기 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를 이기고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것은 테니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꿈꿔온 일”이라면서 “지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스무 살이고 이런 상황을 많이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 한 5년 뒤에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 바뀔 수 있을 것도 같다.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겠다”고 덧붙였다.

2018년 프로에 데뷔한 알카라스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궈내며 빅4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연말엔 역대 가장 어린 나이(19년5개월)로 연말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기록도 썼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는 부상으로 불참했던 알카라스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에서는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1-3으로 완패했다. 당시 알카라스는 3세트 초반 근육 경련을 일으킨 뒤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알카라스는 윔블던을 앞두고 2020년부터 함께 해온 심리학자와 자주 면담하며 정신적인 부분을 바로잡았다. 과도한 긴장감이 몸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봤기 때문이다.

1세트만 해도 조코비치의 완벽함에 압도당하며 1-6으로 완패했지만 ‘멘탈 케어’의 효과였을까. 2세트부터 본래의 기량을 되찾으며 조코비치와 대등하게 맞섰고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다. 알카라스는 타이브레이크 초반 0-3으로 밀렸지만, 결국 8-6으로 뒤집은 게 이날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알카라스는 윔블던 우승으로 알카라스는 이날 발표된 주간 세계랭킹에서 4주째 1위를 지켰다.

알카라스의 플레이 스타일은 종합선물세트다. ‘빅3’인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의 장점을 모두 합쳐 놓았기 때문. 페더러의 포핸드와 발리, 나달의 스피드와 체력, 전방위적인 코트커버력을 갖추고 있고, 조코비치의 백핸드와 유연한 수비동작까지도 보여준다. 경기 뒤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나달은 각자의 강점과 약점이 분명한 선수였다”라면서 “솔직히 말해서 알카라스 같은 선수와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알카라스는 매우 완벽한 선수”라고 경외심을 드러냈다.

한편 윔블던 5연패와 더불어 페더러가 보유한 윔블던 최다 우승 기록과의 타이를 노렸던 조코비치는 이번 패배로 많은 기록을 잃었다.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우승을 통해 노렸던 캘린더 그랜드슬램(한해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것)도 물거품이 됐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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