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번엔 '시럽급여'? 총선 전략이 '혐오의 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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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퇴직하면 퇴사처리가 되기 전에 실업급여 신청하러 센터를 방문합니다. 웃으면서. 웃으면서 방문을 하세요. 어두운 얼굴로 오시는 분은 드무세요. 그런 분들은 장기간 근무하고, 갑자기 실업을 당해서 저희 고용보험이 생긴 목적에 맞는 그런 남자 분들 같은 경우, 정말 장기적으로 갑자기. 그런 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시는데.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옵니다. 그리고 실업급여 받는 도중 해외여행 가요."
하지만 박 의장이 강연에 나선 때는 공무원의 공청회 발언에 대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여성·청년 실업급여 수급자의 정체성을 콕 집어 비난한 '혐오 발언'이라는 비판이 언론을 장식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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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퇴직하면 퇴사처리가 되기 전에 실업급여 신청하러 센터를 방문합니다. 웃으면서. 웃으면서 방문을 하세요. 어두운 얼굴로 오시는 분은 드무세요. 그런 분들은 장기간 근무하고, 갑자기 실업을 당해서 저희 고용보험이 생긴 목적에 맞는 그런 남자 분들 같은 경우, 정말 장기적으로 갑자기. 그런 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시는데.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옵니다. 그리고 실업급여 받는 도중 해외여행 가요."
당정이 실업급여 '개선'을 논의한다며 연 지난 12일 공청회에서 나온 이 발언을 듣고 처음에는 '사고'라고 생각했다. 당 고위직도 정부 고위직도 아닌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산하 고용센터에서 일하는 말단 공무원의 말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연 공청회이니만큼 발언에 즉각 제동을 걸지는 못했어도 참가자들의 속내에는 '막말'이나 '혐오 발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겠거니 짐작했다.
어림없는 짐작이었다. 당정 공청회에서 "시럽급여"라는 말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당일 저녁 산학연 포럼 초청 강연에서 공무원의 공청회 발언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나름의 '조심성'을 보이기는 했다. 실업급여 이야기의 주어에서 여성은 뺐다. "젊은이"를 "어두운 얼굴"로 오는 부류와 "밝은 얼굴"로 오는 부류로 나눠 후자가 실업급여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고 말하는 '섬세함'도 보였다.
하지만 박 의장이 강연에 나선 때는 공무원의 공청회 발언에 대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여성·청년 실업급여 수급자의 정체성을 콕 집어 비난한 '혐오 발언'이라는 비판이 언론을 장식한 뒤였다. 온라인에서는 실업급여 신청 전날 펑펑 울고 다음날 공무원 앞에서는 밝은 얼굴로 앉아있었다며 쓰린 마음을 호소하는 사연도 보였다. 혐오를 부추기는 공무원과 쓰린 마음을 호소하는 여성‧청년 사이에서 박 의장이 무게추를 둔 곳은 전자였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이런 선택이 상당 기간 반복됐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이준석 전 대표다. 양성 할당제를 공격하고 2030 여성들이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른바 '이대남'을 겨냥한 캠페인을 펴 당 대표가 된 그는 당선 뒤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이동권 지하철 시위'를 공격했다. (☞관련기사 : '천아용인' 바람의 끝에서 '이준석 정치'의 한계를 보다)
윤석열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다.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쓰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던 그는 당선 뒤 노동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꼽더니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노조 혐오를 부추겼다. '킬러문항' 발언 이후 사교육에 대한 공세를 펼 때도 윤 대통령이 자사고 등 구조적 요인은 외면한 채 '일타 강사 악마화'에 열을 올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기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0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선 그는 "중국인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지방선거 외국인 투표권과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후퇴를 주장했다. "의원 정수 축소"를 '정치 개혁'의 주요 과제로 꺼내 들며 정치 혐오에 기대려 한 장면도 그 자신이 정치인인 데다 '불출마 선언'을 할 의사도 없는 것 같다는 점에 비춰보면 희극에 가까웠다. (☞관련기사 : 김기현 "尹 한일외교는 고독한 결단…중국인 참정권 주지 말아야")
이런 모습의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거대 양당 중 하나라는 점은 두려움까지 안겨준다. 혐오의 힘으로 총선을 이긴 뒤 국민의힘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여성, 청년, 장애인, 노조, 학원 강사, 중국인에 이어 다음 과녁을 찾지는 않을까. 기성 우파 정당의 '극우 흉내내기'가 결국 극우 정당의 득세로 이어졌던 독일 정치의 악몽이 한국에서도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관련기사 : 독일 극우 급부상 뒤엔 '극우 흉내' 기성 우파 기회주의)
국민의힘 전체를 싸잡아 혐오하고 싶지는 않다. 소수일지언정 '여성가족부 폐지는 잘못됐다'고 말하는 청년 정치인과 '이 전 대표의 장애인 공격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또다른 청년 정치인, 사석에서나마 '노동조합의 99%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하는 국회의원이 국민의힘에도 있다. 보수 정당이라는 색채를 바꿀 수는 없다고 해도 이런 말들이 비추는 길로 국민의힘이 이제부터라도 방향타를 틀기 바란다. 혐오는 힘이 센 데다 속도도 빠르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영영 돌아나올 길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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