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낙계’ 설훈 “김은경, 이낙연 겨냥 마녀사냥식 발언 사과하라”

김현우 2023. 7.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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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원장, 이낙연 처신’ 발언 공개 반발
김 위원장 “자기 계파 살리려 해
분열은 혁신 대상” 인터뷰서 언급
설 “갈등 부추기며 혼란 가중시켜
당 정체성부터 공부하라” 직격
일각 “윤리정당 혁신안부터 관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말한 것과 관련, 17일 친이낙연계에서 공개적인 반발이 나왔다. 도리어 혁신위가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는 반박도 함께 나온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당내 도덕성 회복을 전면에 내건 만큼, 당내 윤리 기준부터 손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낙연계 좌장 격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우로 국민 상실감이 큰 지금 이런 언급을 하는 것이 시기적절하지는 않아 밤새 고민을 했다”면서도 “김 위원장 발언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썼다. 설 의원은 전날 김 위원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며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절체절명 상황에서 당 원로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본인(이 전 대표)이 잘 아실 것”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광주 5·18 묘역 참배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고 국민은 몹시 고통을 겪고 계시지만 정부는 무능한 데다 폭주를 하고 있고,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런 때 제가 몸담은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 줘야 할 텐데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정부 실정을 비판하는 동시에, 반사 이익을 얻지 못하는 민주당, 특히 당을 장악한 친명계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설 의원은 “공명정대한 혁신을 이끌어야 할 혁신위원장이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는 무엇인가”라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당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체성부터 공부하라”며 “민주당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며 집단지성의 민주주의를 꽃피워 왔던 정당이다. 누구든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다름’을 포용하고 존중하며 그 속에서 집단지성을 성숙시켜 왔다”고 했다.

혁신위가 혁신 의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설 의원은 “혁신위 출범 이후 사람들 뇌리에는 참신한 혁신 의제가 아니라 다른 목소리들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옐로카드’만 남았다”며 “쓴소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특정인을 지목해 모욕적인 언사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혁신이라면 김은경 혁신위는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 발언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혁신위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진 뒤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자는 명분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혁신위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친이재명계는 공천 규칙과 대의원제 폐지 등을 다뤄야 한다고 나섰고, 비이재명계는 대선 평가는 물론 이재명 대표 체제 1년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 방향성이 합의되지 않은 가운데 혁신위 구성원 다수가 친명계 인사로 채워지며 ‘혁신위 무용론’은 점차 확산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첫 회의 당시 “친명·비명·인문·비문도 아니고 계파 이익, 일부 강성 당원의 요구에 한 치의 관심도 없다”며 자신은 계파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작 현 기득권인 이재명 체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혁신안이나 경고를 내놓지 않고 있다. 비명계에서는 김 위원장 발언을 두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비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혁신위에 대해 한마디씩만 거들었어도 무용론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혁신위는 시작부터 과제와 역할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출범했다”며 “혁신위가 첫 과제로 내세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윤리정당을 위한 혁신안부터 관철해 나가야 혁신위도 힘을 받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받은 혁신안을 취합, 정리한 뒤 오는 21일 윤리정당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우·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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