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대화 아닌 실력행사 "정권따라 말 바뀌는 미국과 '대한민국'"

2023. 7.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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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안정 보장하는 가장 적실한 방도는 충분한 실력행사" 추가 군사 행동 예고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미국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보였지만,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정권 변화에 따라 정책도 변경됐다며, 대화보다는 핵과 미사일 등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7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최근 미국 측은 우리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여론을 환기시키고 돌아가고 있다"며 "최근 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계속 목격한 이후 불안 초조한 미국의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동향"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12일 북한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의 두 번째 시험 발사를 실시했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를 규탄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어떠한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다.

이후 16일(현지시각)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방송 <CBS>에 출연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지금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는 2017년 조미(북미) 쌍방 사이에 조성되였던 첨예한 대결수위를 훨씬 넘어서 실제적인 무력충돌가능성, 핵전쟁발발가능성까지 거론되고있는 형편에 이르렀다"며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이미 밝혔으므로 이번에는 미국이 세상에 대고 그처럼 호소하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의 문이 열려있다'는 소리가 얼마나 황당한가를 밝히고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세기 90년대부터 미국과 대화와 협상을 거듭해온 우리로서는 현 미 행정부가 들고나온 '전제조건 없는 대화'제안에 저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멈춰 세우기 위한 술책이 깔려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며 "조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현 미 행정부가 협상탁 우에 올려놓을 보따리라는 것이 'CVID'따위에 불과할 것은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은 자신들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대가로 미국이 제시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테러지원국 해제 등은 모두 '가역적'인 일이라며 "그 가역적인 성격을 띠는 공약을 믿고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을 당면한 이익과 바꿀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부부장은 "미 전략자산이 조선반도에 진입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10여 시간이면 전개가 완료되고 합동군사연습도 병력을 재투입하여 재개하는데 길어서 20일이면 충분할 것"이라며 미국이 약속하는 반대급부에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주한미군 철수도 비핵화와 교환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설사 미국이 남조선(남한) 주둔 미군철수와 같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꺼내들고 남조선으로부터 군대와 장비를 말짱 들어 내간다고 해도 우리는 해외주둔 미군무력이 다시 들어와 '대한민국'을 군사요충지로 만드는 데는 보름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의 잠정중단이나 전략자산전개의 중지, 가역적인 제재 완화 따위로 우리의 전진을 멈추고 나아가서 불가역적인 무장해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망상"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아무리 전 대통령이 서명하고 공약한 것이라고 해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앉으면 그것을 제 손바닥처럼 뒤집는 것이 바로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윤석열이나 바이든과 같은 그 어떤 개인을 대상으로 하여 전략을 구사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특등앞잡이인 '대한민국'과 세계악의 제국인 미합중국을 상대로 장기전략을 세워야 하며 압도적인 억제력에 기초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전망적인 안전담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은 확장억제 체제를 더욱 강화할수록, 위협적인 실체인 군사동맹 체제를 과도하게 확장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 탁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들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전략핵잠수함을 비롯해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는 미국과 대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적실한 방도는 강도적인 미국사람들과 마주앉아 오손도손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행사로 그들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침해하고 인민의 안녕을 위협하며 조선반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며칠 전 미국이 우려스럽게 목격한 것은 이미 개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군사적공세의 시작일 따름"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 주한미군 철수 같은 유인책으로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북한이 수교가 아닌 이상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남한을 '남조선'과 '대한민국'이라고 병행 표기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그는 10일 담화에서도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를 두고 북한이 한반도 내에서 두 국가 체제를 본격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동신문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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