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이태원 추모했던 청년 “이런 비극 없도록, 더 열심히 살게” 했는데…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변을 당한 희생자가 생전 세월호,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추모하며 남겼던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희생자 조모씨는 지난 15일 아침 침수된 지하차도에 있던 청주 747번 버스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조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오송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친구였다”면서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당황스럽고 아프다. 얼마 전 생일이었던 친구라 마음이 더 착잡하다”는 글을 올렸다.
조씨가 과거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글들이 알려지며 시민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조씨는 2019년 세월호 5주기를 맞아 “5년 전 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다. 나 살기도 힘들었던 그때. 세월호 뉴스를 보고 눈물이 흘렀다”면서 “5년이 지난 오늘 나는 여전히 가난한 대학생이고, 많은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대충 드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어른은 자리에 없었다”고 썼다. 그는 그러면서 “그렇지만 그때 함께했던 마음만은 오래도록 남아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겠지. 얘들아….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남아 있는 우리가 더 열심히 살게”라고 글을 맺었다.
조씨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던 흔적도 남아 있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 조씨는 “소식을 들으며 오래전 상주에서 있었던 (압사) 사고가 생각났다. 고향 상주는 인구가 10만명이 안 되는 시골인데, 가을 즈음이면 자전거 축제라는 걸 하곤 했다. 축제에 유명인을 보기 위해 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고, 사고가 났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이태원 사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안 좋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조씨는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국내에서는 어느 때보다 마약에 관해 민감해진 이 계절 이 나날…. 내가 아는,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분들의 안녕을 빈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지방자치단체의 무대응으로 또다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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